환호하는 류현진(사진=한화)
환호하는 류현진(사진=한화)

 

[스포츠춘추=대전]

류현진이 한 경기 만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환상적인 완급조절과 춤추는 변화구로 대전 홈 팬들에게 코리안 몬스터의 복귀를 알렸다.

류현진은 3월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 상대 홈 개막전에 선발등판, 6이닝 동안 볼넷 없이 8피안타 2실점하고 삼진 9개를 잡아내는 쾌투를 펼쳤다.

5일에 한 번씩 아침마다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통해 만나던 류현진 스타일의 게임이 대전에서 펼쳐졌다. 이날 류현진은 존 좌우 코너를 공략하고, 다양한 구종을 모두 활용하며 KT 타자들의 방망이를 효과적으로 피해 갔다.

변화구를 기다리는 타이밍에는 빠른볼 스트라이크로 얼어붙게 만들었고, 타자의 배팅 타이밍엔 존에서 벗어나는 변화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구속 차를 활용해 빗맞은 타구를 이끌어내는 장면도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지난 개막전 때처럼 최고구속이 150km/h까지 나오진 않았지만, 130km/h 후반에서 140km/h 초반대 구속으로도 충분히 효과적인 투구를 펼쳤다. 1회에만 안타 2개를 맞으면서 고전했을 뿐, 2회부터 5회까지는 대부분 타자를 공 3구 이내로 빠르게 처리했다. 

상대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도 1회 2실점 뒤 2회부터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가면서 경기는 스피드 게임으로 흘러갔다. 경기 시작 1시간 7분 만에 5회말이 끝났을 정도로 경기의 흐름이 빨랐다.

류현진이 홈 개막전에서 투구하고 있다(사진=한화)
류현진이 홈 개막전에서 투구하고 있다(사진=한화)

6회가 아쉬웠다. 첫 타자 배정대를 삼진으로 잡은 뒤, 2번 천성호에게 초구에 좌전안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멜 로하스에게 결정구로 던진 커브가 약간 가운데 몰리면서 안타로 이어졌다. 류현진은 양손을 세게 마주치면서 실투를 아쉬워했다.

박병호를 삼진 처리해 2아웃을 잡았지만, 앞서 두 번 모두 삼진으로 잡았던 강백호에게 던진 속구가 적시타로 이어져 첫 실점을 내줬다(2대 1). 이어 황재균의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되면서 2대 2 동점. 류현진은 장성우를 삼진으로 잡고 6회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했다. 

한화는 2대 2 동점을 이룬 7회초부터 한승혁으로 투수를 바꿨다. 이날 류현진의 최종 기록은 6이닝 8피안타 무 4사구 9탈삼진 2실점, 총 투구 수는 89구였다. 속구 43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31구일 정도로 빠른 볼의 커맨드가 돋보였고, 체인지업(19구)과 커터(17구)를 비슷한 비율로 구사했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느린 커브로 KT의 방망이를 이끌었다.

이날 6이닝 호투로 류현진은 리그 복귀 후 첫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 류현진의 퀄리티스타트는 2012년 10월 4일 넥센전(10이닝 1실점) 이후 4,194일 만이다. 그러나 6회 동점으로 승리투수 자격이 날아가며 통산 99승은 다음 등판을 기약했다. 경기는 9회말 터진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로 한화의 3대 2 승리로 끝났다.

경기후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류현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경기후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눈 류현진(사진=스포츠춘추 배지헌 기자)

경기후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좋았다. 내가 승리투수는 못 됐지만 팀이 이기고 연승을 이어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7회에도 던지고 싶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투구수도 많았고(89구) 첫 턴이기 때문에 감독님과 코치님이 생각해서 그렇게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패스트볼 구속은 개막전만큼 빠르지 않았지만 제구는 훨씬 좋았다고 자평한 류현진은 "커브도 그렇고 체인지업, 커터 등 제구가 몰리는 게 없었다. 실투 하나 외에는 생각했던 대로였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재원과 배터리 호흡에 대해서도 "편하게 한 것 같다. 재원이의 사인 위주로 던졌는데 좋았고, 무난하고 편하게 6이닝을 던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팀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 승리가 없는 류현진이다. 이에 관해 그는 웃으며 "부담은 없다. 승리를 하면 좋겠지만, 내가 던지는 날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개인적인 승리나, 100승을 빨리 하는 것보다 내가 선발인 날은 항상 팀이 이길 수 있는 흐름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류현진의 복귀전을 보러 김승연 구단주(한화그룹 회장)가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관해 "팀이 연승 중이었고, 최고의 회장님께서 먼 길을 오셨기 때문에 선수들이 좀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한 류현진은 "개막전이고, 일찍부터 경기가 매진돼서 많은 팬들이 찾아주셨다.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에서 잘 할 수 있었고,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에 돌아온 뒤 "야구장 나오는 게 너무 재밌다"는 류현진은 "내가 던지지 않을 때도 더그아웃에서 화이팅있게 열심히 응원하려고 한다. 또 내가 던지는 날엔 좀 더 집중하면서 던지려고 한다. 이제 6경기지만 선수들도 계속 열심히 하려고 하고, 저도 재밌게 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