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주장 구자욱(사진 왼쪽부터), 내·외야 만능 유틸리티 김지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삼성 주장 구자욱(사진 왼쪽부터), 내·외야 만능 유틸리티 김지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최형우, 박한이, 박해민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함께 대구 시민운동장 외야를 누비던 ‘막내’가 어느덧 팀을 지탱하는 기둥이 됐다. 올해로 프로 입단 13년째를 맞은 삼성 라이온즈 프랜차이즈 스타 구자욱 얘기다.

지난해 시즌 도중 주장을 맡은 구자욱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프런트의 가교를 맡고 있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박진만 삼성 감독의 ‘홈런 목걸이’ 수여식도 구자욱의 작품이다. 이와 관련해 26일 잠실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 감독은 “시범경기 때 불쑥 나타나더니 ‘감독님, (김)영웅이한테 한번 걸어주시죠’ 하더라. 주장의 요청이니 흔쾌히 했다. 거기서 영웅이가 깜짝 놀라면서도 마음적인 여유를 얻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 미국 시카고에서 피칭 머신이 배를 통해 오고 있어요. MLB 투수들의 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또 연습할 수 있을 겁니다. (구)자욱이가 만날 때마다 언제 오냐고 계속 독촉하고 있어요. 선수들 타격 훈련에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날 만난 이종열 삼성 단장이 미소를 지으며 들려준 얘기다.

‘캡틴’의 면모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야의 맏형이기도 한 구자욱은 중견수로 활약 중인 후배 김지찬에게 개막 전부터 많은 조언을 전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거듭 강조한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하라’는 메시지였다.


“망설이지 말고 해라” 구자욱의 한마디, 김지찬에겐 큰 힘 됐다

2024년 삼성의 외야를 책임지고 있는 김지찬(사진 왼쪽부터), 구자욱(사진=삼성)
2024년 삼성의 외야를 책임지고 있는 김지찬(사진 왼쪽부터), 구자욱(사진=삼성)

본래 내야수인 김지찬은 수비 불안 등의 이유로 올 시즌부터 외야수를 병행 중이다. 선수 본인에 따르면 과거 2020년 중견수를 소화한 적이 있지만, 그 후론 경험이 없어 익숙한 자리는 아니라고. 김지찬이 본격적으로 외야수비 실전에 다시 들어간 건 이번 스프링캠프 청백전부터다. 그 뒤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 후 팀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 중인 것이다.

구자욱은 그런 김지찬이 외야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 22일 서울 소공동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캠프 동안 열심히 준비한 (김)지찬이를 잘 알기 때문에 많은 조언을 했었죠. 가령 -중견수는 외야의 중심에서 사령관 역할을 맡아야 한다. 또 수비 범위를 최대한 넓게 이용해야 하는 자리인데, 코너 외야수들 눈치 보지 말고 ‘비키라’고 하면 우리는 비켜주겠다. 또 네가 ‘잡겠다’고 하면 우리는 믿고 따를 테니 자신감 갖고 했으면 한다- 그런 말들을 전했습니다.”

주장의 진심 어린 당부가 효과를 본 것일까. ‘중견수’ 김지찬은 개막 후 계속해서 과감한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먼저 수원에서 열린 23, 24일 KT 위즈 상대 2연전에선 1번-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김지찬이다.

2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진영 타격코치와 훈련 중인 삼성 김지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26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이진영 타격코치와 훈련 중인 삼성 김지찬(사진=스포츠춘추 김종원 기자)

김지찬은 외야에서 첫발을 떼는 과정이나 넓은 수비 범위를 통해 순간순간 번뜩이는 장면을 만들었다. 또 24일 KT전에선 4회 말 외야 홈 송구를 시도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비교적 홈에 가까운 자리이긴 했어도, 김지찬이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외야수임을 보여준 송구였다.

26일 경기 전 이때를 떠올린 박진만 감독이 미소와 함께 “김지찬의 송구가 아주 정확했다”면서 “경기를 소화할수록 여유가 넘친다”고 한 까닭이다. 다만 삼성의 김지찬 기용 계획은 변함이 없다. 박 감독은 “내·외야를 병행할 예정이고, 내야 쪽에서 필요한 순간이 언젠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스포츠춘추와 만난 김지찬은 외야수 겸업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캠프 때부터 마음, 몸 모두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면서 “포지션 이동은 기분이 상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좋게 생각하고 있고, 어느 위치에서든 내 역할을 해내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또 주장 구자욱의 조언을 두곤 김지찬은 “(구)자욱이 형이 제게 자신감을 주시려고 계속 한마디 한마디씩 힘을 주셨다”“내겐 정말 큰 도움이 됐고, 내 바로 옆에 (좌익수인) 자욱이 형이 있어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등번호 ‘58번’에 걸맞은 중견수가 되고 싶다” 김지찬의 바람

삼성 김지찬은 올 시즌 내, 외야를 오갈 예정이다(사진=삼성)
삼성 김지찬은 올 시즌 내, 외야를 오갈 예정이다(사진=삼성)

김지찬을 둘러싼 시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단연 수비 문제다. 타격 재능이 출중한데도 수비 불안이 늘 꼬리표처럼 달라붙었다. 특히 그간 내야에서 송구 실수를 연거푸 보이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올 시즌부터 외야수를 병행하게 된 이유도 불안정한 수비 때문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포키-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리그 2루수 최다 실책(16개)을 비롯해 리그 전체 2루수 가운데 김지찬이 기록한 FRAA(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는 -8.01로 가장 낮았다.

선수 본인은 그런 이미지에 대한 아쉬움이 없을까. 이와 관련해 김지찬은 “내야에서 실수가 잦았던 건 사실이고, 당연히 팬들께도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다”면서 “계속해서 그런 장면이 늘면서 나 역시 생각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걸 크게 의식하기보단 ‘어디서든 흔들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경기를 뛰고 있다”고 말했다.

새 보금자리 외야에선 비교적 시작이 좋다. 개막 후 보여준 홈 송구부터 첫발 떼기, 포구 등 다양한 모습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김지찬은 “여유 있게 하는 게 결국 중요하다”면서 “외야는 내야 수비랑 확실히 다르더라. 타구 판단 측면에서 너무 빠르게 판단하는 걸 가능한 한 피하려고 한다”고 했다. 경험이 아직 부족하긴 해도 조금씩 안정적인 수비수로 거듭나고 있는 김지찬이다.

한편 김지찬은 ‘굴비즈’ 일원이자 단짝인 외야수 김현준과 뜻밖의 포지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를 두고 미소를 지은 김지찬은 “둘이 평소에 야구 얘길 별로 하진 않는다”면서도 “포지션을 떠나 (김)현준이와는 항상 서로가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것 같다”고 답했다. 참고로 26일 잠실 LG전에선 김현준이 좌익수로, 김지찬이 중견수로 선발 출전하면서 굴비즈 둘이 삼성 외야를 지키는 장면이 한 프레임 안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지찬은 박해민을 롤 모델로 삼아 든든한 중견수로 발전하고자 한다(사진=삼성)
김지찬은 박해민을 롤 모델로 삼아 든든한 중견수로 발전하고자 한다(사진=삼성)

무엇보다, 이날 반대편 LG 더그아웃엔 과거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외야수 박해민이 있었다. 공교롭게 박해민의 등번호(58번)를 물려받은 김지찬이 삼성이 중견수 자릴 책임지고 있다. 58번을 짊어지고 있는 김지찬은 그런 박해민을 롤 모델로 삼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박)해민이 형이 예전부터 워낙 잘 챙겨주셨던 게 기억이 나네요. 해민이 형이 외야에 있을 때는 모든 공을 다 잡아낼 거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해민이 형처럼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수비를 하고 싶어요. 그 등번호(58번)를 제가 갖고 있는 만큼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지찬의 다짐이다.

개막 후 짧은 기간 동안 김지찬은 계속해서 과감한 수비를 외야에서 펼치고 있다. 물론 경험이 아직 부족한 만큼 과감한 시도가 독이 될 때가 있다. 26일 잠실 LG 트윈스전 1회 말 3루타를 내준 수비가 대표적이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선취 실점으로 이어진 장면이었다. 반대로 이날 5회 말엔 빠른 발을 이용해 폭 넓은 외야 수비를 선보였다.

김지찬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 특히 중견수 수비를 본격적으로 맡은 건 올 시즌부터고, 이제 3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단 한 경기로 가타부타 모든 걸 평가할 순 없다. 분명한 건 김지찬이 2020년 프로 데뷔 후 5년 만에 맞이한 전환점이란 것이다.

김지찬은 끝으로 오는 29일부터 예정된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홈 개막전과 관련해 “어떤 포지션을 서게 될진 모르지만, 어느 위치든 어느 자리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당연하다. 잘 준비해서 홈 팬들 앞에 서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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