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롯데 사장 면담 위해 사직구장 찾은 노경은
-노경은 “‘알아서 구단 구해오면 보상선수 풀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물으니 롯데 단장님이 ‘우린 상대 구단 연락 기다렸다’ ‘내가 그랬나?’하며 말 돌렸다”
-“면담 후, 기자들 눈에 띄지 않게 ‘개구멍이라도 찾아 몰래 나가라’고 요구”
-롯데 연락 기다리던 노경은. 올스타전 앞두고 롯데에 연락. “올스타전 끝나면 연락주겠다”고 약속한 롯데. 그러나 올스타전 하루 앞두고 단장 전격 자진사퇴
-롯데 답변 기다리는 사이 노경은 영입 계획했던 세 번째 팀도 계획 철회

노경은은 롯데 김종인 사장을 만나기 위해 7월 9일 사직구장을 방문했다. 롯데는 이날 노경은의 방문을 ‘단순 인사차 방문’이라고 설명해왔다(사진=엠스플뉴스)
노경은은 롯데 김종인 사장을 만나기 위해 7월 9일 사직구장을 방문했다. 롯데는 이날 노경은의 방문을 ‘단순 인사차 방문’이라고 설명해왔다(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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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FA 미아’ 노경은이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건 7월 9일이다. 이날 노경은은 사직구장을 찾고도 롯데 사무실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다들 업무 보시는데 제가 방해될까 걱정됐습니다.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했죠. 하지만, 오늘이 아니면 더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롯데 단장님이 ‘노 선수가 알아서 이적할 팀을 구해오면 보상 선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셨지만, 그 약속이 무슨 영문인지 계속 지켜지지 않았거든요. 왜 약속을 지키지 않으시는지 정말 이유라도 여쭤보고 싶어 찾아갔습니다.
이날은 롯데가 언론에 “노경은이 단순 인사차 구단을 방문한 것”이라고 말한 날이다.
노경은 “절 원하는 구단 있으면 보상선수 문제 풀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롯데 전 단장 “상대 구단으로부터 연락 오지 않았다.” 재차 물으니 “제가 그랬나요?”

노경은은 끝내 롯데 김종인 사장과 만나지 못했다. 노경은이 사직구장을 방문했을 때 김 사장은 사무실에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노경은은 끝내 롯데 김종인 사장과 만나지 못했다. 노경은이 사직구장을 방문했을 때 김 사장은 사무실에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노경은은 용기를 내 롯데 구단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정중히 롯데 자이언츠 김종인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롯데 이윤원 전 단장님이 제게 ‘노 선수가 알아서 구단을 구해오면 보상 선수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셨지만, 정작 절 원하는 팀이 나타났을 땐 그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어요. 여기저기서 들어보니 ‘단장은 전향적으로 풀어주고 싶어 하는데 사장이 원체 강경하다’는 얘기가 들렸어요. 사장님을 직접 뵙고 무릎이라도 꿇고 도움을 청해보자는 생각으로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롯데 관계자는 노경은에게 사장님이 결재 업무 중이라,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구단 직원은 노경은을 구단 회의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곧바로 롯데 이윤원 전 단장이 노경은을 단장실로 불렀다.
단장님이 ‘구단에도 절차가 있다. 사장님한테는 내가 얘길 전달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래 단장님과 대화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단장님이 우리 롯데는 노 선수와 계약할 의사가 없다. 하지만, 이적할 구단을 알아서 구해오면 보상선수 문제 풀어주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A 구단이 절 원한다고 롯데에 전달한 것으로 압니다. 롯데가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서 계속 연락을 주지 않아 결국 제 영입이 무산됐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한데 왜 답변을 주지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하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단장님이 ‘어, 그래요? 전 반대로 A 구단에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요. 거기서 연락이 안 왔어요’고 하시더군요. 노경은의 말이다.
과연 어느 말이 사실일까.
5월께 노경은 영입을 추진한 A 구단 관계자는 (노경은 영입 제안에) 롯데가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사이 우린 노경은에게 제시할 계약조건을 검토했다. 노경은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준비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롯데가 계속 연락을 주지 않았다. ‘보상 선수 대신 보상금을 받겠다’는 언질만 줬어도 기다렸을 텐데 아무 말이 없었다. 그사이 다쳤던 투수들이 돌아오고, ‘롯데가 노경은을 놔줄 마음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서 결국 영입전에서 철수했다며 영입 무산 배경을 설명했다.
단장님이 'A 구단으로부터 연락이 안 왔다'고 하시기에 제가 또 여쭤봤어요. '분명히 노 선수가 구단 구해오면 보상 선수 문제 해결해주겠다고 하시지 않았느냐'고요. 그랬더니 이번엔 '제가 그랬나요?' 하시더군요. (씁쓸한 표정으로) 더는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더라고요. 단장님이 '사장님께 노 선수 얘기 전달하겠다. 조만간 연락주겠다'고 하시면서 면담이 정리됐습니다. 결국 사장님은 못 뵙고요.
“기자들 눈에 띄지 않게 개구멍이라도 찾아 몰래 빠져나가라. 기자들한테 이상한 얘기하면 노 선수에게 아주 안 좋은 영향 있을 것”

노경은은 사직구장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게 아닌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빠져나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노경은은 사직구장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게 아닌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빠져나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이윤원 전 단장과 면담을 마친 노경은은 사직구장을 몰래 빠져나가야 했다. 이 전 단장이 기자들 눈에 띄지 않게 야구장을 떠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단장님이 '기자들 눈에 안 띄게 외야 어디 개구멍 같은 곳으로 몰래 빠져나갈 수 없겠느냐'고 하셨어요. ‘만약 기자들한테 이상한 얘기하면 노 선수에게 아주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라고도 하셨죠. 세상 어느 선수가 제 입장이라면 그 말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나갈 곳이 없어 조용히 나갈 곳을 찾다 찾다 후문 쪽으로 나갔는데 그때 주차장에서 양승호 전 감독님을 우연히 뵙게 됐어요. 양 전 감독님께 인사드리는 과정에서 한 팬이 제 사진을 찍으셨나 봅니다.
곧바로 여러 야구 온라인 커뮤니티엔 노경은과 양 전 감독이 사직구장 주차장에서 만난 사진이 올라왔다.
‘노경은과 롯데가 뒤늦게 FA 협상을 진행 중인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면서 롯데 구단은 이틀 뒤인 11일 노경은이 단순 인사차 사직구장에 방문해 이윤원 전 단장과 차를 마신 것일 뿐 FA 협상은 아니라는 공식 해명을 내놨다.
덧붙여 (노경은이) 아무리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고 해도 구단 내부 방침은 변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롯데 구단의 입장만 보자면 노경은이 ‘롯데와 협상하고 싶어 구단을 찾아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노경은이 롯데 사무실을 찾은 건 롯데가 날 원하지 않으니 다른 팀에 갈 수 있도록 약속을 지켜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서였다. 롯데는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다.
사진 찍은 팬을 원망하느냐고요? 전혀요. 그분은 그분의 권리를 행사하신 거예요. 전 늘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사는 프로야구 선수입니다. 팬은 그런 프로야구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분과 공유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요. 굳이 잘못을 찾자면 ‘개구멍’을 찾지 못하고, 양 전 감독님을 외면하지 못한 제 잘못이겠죠.
노경은은 사직구장을 나온 뒤 계속 롯데 연락을 기다렸다.
계속 연락을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더라고요. 올스타전을 며칠 앞두고도 연락을 드렸는데 단장님께선 ‘시간을 며칠만 더 달라’는 말씀만 하셨어요. 그즈음 한 팀에서 제게 관심을 보여 답답한 마음에 다시 전활 드렸더니 그때도 '올스타전 끝나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얼마 못 가 정말 거짓말 같은 뉴스를 봤습니다.
노경은이 말한 거짓말 같은 뉴스는 7월 19일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의 동반 자진사퇴였다.
어르신분들이 그러시잖아요. ‘억장이 무너진다’고요. 단장님 자진사퇴 뉴스를 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느낀 거 같아요. 정말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더 억장이 무너지는 건 롯데가 절 풀어주지 않으면 전 영원히 마운드에 설 수 없다는 거였어요. ‘이렇게 내 야구인생이 끝나는구나’ 생각하니까…왜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노경은이 롯데 측 답변을 기다리는 사이 ‘노경은에게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던 세 번째 팀은 앞선 두 팀처럼 노경은 영입 계획을 철회했다.
롯데 전 단장의 사퇴로 롯데의 약속은 ‘전 단장의 개인적 발언’이 되고 말았다. 실제로 롯데는 엠스플뉴스에 (노경은과 관련해선) 전임 단장이 아는 부분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FA 미아’ 노경은은 여전히 기약 없는 마운드 복귀 날을 기다리며 부산 동의대학교에서 매일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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