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팀, 롯데에 “노경은 영입하고 싶다” 의사 전달

-“롯데에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 드리면 안되겠느냐” 요청, 롯데 “검토하고 알려주겠다” 답변

-결국 롯데로부터 아무 답변받지 못한 모 팀 ‘노경은 영입’ 철회

-7월 말에도 한 팀이 노경은 영입 추진. 남은 일정 짧고, 롯데 분위기 고려해 역시 영입 철회

-노경은 “롯데 고위 관계자가 ‘팀만 구해와라. 보상선수 문제 전향적으로 풀어주겠다’고 약속. 하지만, 정작 다른 팀들이 날 원하자 ‘제가 그랬나요?’하며 부인”

-롯데 "노경은 관련해 전임 단장이 아는 부분", 전임 단장 "난 이미 떠난 사람, 언급 부적절"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은 여전히 소속팀 없이 혼자만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노경은은 여전히 소속팀 없이 혼자만의 시즌을 치르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5월께 롯데에 노경은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 ‘노경은의 현역 생활 연장을 돕고 싶다’는 뜻을 롯데에 전달했다. 문제는 ‘보상 선수’였다. 노경은을 돕고 싶지만, 주전 선수 한 명을 내줘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롯데에 ‘보상 선수 대신 보상금을 드리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롯데에서 ‘검토하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모 구단 단장은 ‘노경은 영입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이 단장은 롯데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면서 노경은과의 협상을 준비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롯데에서 가타부타 연락이 오지 않아 결국 노경은 영입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노경은 영입을 시도한 팀은 이 팀을 제외하고 두 팀이 더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보상 선수’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 영입 진행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노경은이 23억 원을 거절했다.”, 노경은 “23억 원 가운데 옵션만 12억, 보장액은 11억”. 협상 결렬 후 노경은 롯데에 사과의 뜻 밝혀. 롯데 “알아서 구단 구해오세요.”

지난해 노경은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33경기(선발 19경기)에 등판해 9승 6패 평균자책 4.08를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 마운드에서 노경은은 네 번째로 많은 이닝과 두번째로 높은 승리를 따냈다. 평균자책은 100이닝 이상 던진 롯데 투수 가운데 1위였다. 특히나 시즌 후반기 성적은 6승 1패 평균자책 3.66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해 노경은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33경기(선발 19경기)에 등판해 9승 6패 평균자책 4.08를 기록했다. 지난해 롯데 마운드에서 노경은은 네 번째로 많은 이닝과 두번째로 높은 승리를 따냈다. 평균자책은 100이닝 이상 던진 롯데 투수 가운데 1위였다. 특히나 시즌 후반기 성적은 6승 1패 평균자책 3.66이었다(사진=엠스플뉴스)

2018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노경은은 애초 소속팀이던 롯데 자이언츠에 남길 바랐다. “부산이 좋고, 롯데 팬이 좋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롯데와 계약조건에서 이견을 보이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롯데는 노경은이 구단의 최종 제시안을 거절하자 1월 말 “더는 협상은 없다”며 협상 테이블을 걷었다. 당시 롯데는 노경은이 “구단이 제시한 23억 원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롯데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협상 과정에서 선수와 신뢰가 깨졌다. 선수 계약이나 영입에서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원칙을 지키는 차원에서 협상을 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노경은의 주장은 달랐다. 저도 압니다. 총액 23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에요. 진짜 23억 원이 계약액이었다면 왜 제가 거절했겠습니까. 하지만, 실제 보장액은 11억 원이었어요. 나머지 12억 원은 옵션이었고요. 보장액보다 옵션액이 더 많았어요. 여기다 연봉 역시 2군으로 내려가면 50%가 삭감되는 거였고. 특히나 롯데 구단의 협상방식은 협상이 아닌 일방통보식이라, 아쉬움이 컸습니다. 제가 ‘23억 원을 걷어찬 선수’로 둔갑한 게 지금도 너무나 아쉽습니다. 노경은의 얘기다.

롯데 잔류가 좌절된 노경은은 다른 팀의 영입 제안을 기다렸다. 하지만, 보호선수 20명 외 1명을 내줘야 하는 현행 FA 보상 선수 규정은 노경은에겐 악재 그 이상이었다.

세대교체가 트렌드인 최근 KBO리그에서 노경은처럼 주전급이지만, 슈퍼스타는 아닌 30대 중반 베테랑을 영입하려고 보상 선수를 내줄 구단은 없다. 원소속팀이 제시하는 조건에 눌러앉는 게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차악인 게 현실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선수가 원소속 구단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보상 선수’가 걸림돌이 돼 다른 팀의 부름을 받지 못해 은퇴수순을 밟아왔다.

노경은은 2월 중순 미국으로 건너가 전지훈련 중이던 서울 덕수고 야구부와 함께 훈련을 진행했다. 미국으로 가기 전 노경은은 롯데 고위 관계자와 서울역에서 만났다.

구단 최고위층이 여전히 자신을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소식을 접한 노경은은 고위 관계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노경은의 지인은 “프로선수와 구단 사이에 계약 협상이 난항을 빚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오늘은 적이어도 내일 다시 친구가 되는 게 협상의 본질이다. 하지만, 롯데 최고위층이 (노)경은이가 구단 제안을 거절한 걸 두고 계속 불쾌해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은이가 롯데 구단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구단에 ‘죄송하다’는 사과의 뜻을 전한 것도 구단 최고위층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노경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롯데 팬들 앞에 다시 서고 싶은 마음이 강해 사과 의사를 전하면서 롯데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고위 관계자는 "계약은 없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롯데행이 좌절된 노경은은 미국으로 건너가 트라이아웃을 통한 메이저리그 구단 입단을 시도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노경은이 실망만 한 건 아니었다.

미국에서 그저 고생만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겐 야구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제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요.

정규 시즌이 개막하고 4월. 노경은은 잠실구장에 찾아가 롯데 김종인 사장을 만났다. 롯데와 계약이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다른 팀에 가려면 롯데의 '보상 선수 양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까닭이었다. 김 사장은 노경은에게 "조만간 단장과 함께 자릴 하자"고 답한 뒤 노경은을 돌려보냈다.

사장님과 만난 뒤 연락을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었어요. 그러다 5월에 롯데 고위 관계자분(단장)이 전활 주셨어요. ‘노 선수가 알아서 구단을 구해오세요. 그러면 보상 선수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풀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이 보이는 심정이었습니다. 노경은의 얘기다.

롯데 고위층의 약속 “노 선수가 팀만 구해오시면 보상 선수 문제는 우리가 풀어주겠다.”. 나중에 노경은이 “왜 약속을 지키지 않으셨느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롯데 자이언츠 김종인 사장(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김종인 사장(사진=엠스플뉴스)

5월이 되자 노경은에게 다시 마운드에 설 기회가 찾아왔다. 이 시기 두 팀이 동시에 노경은 영입전에 뛰어든 것.

두 팀 단장은 비슷한 시기 롯데에 노경은의 현역 연장을 도와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롯데에 보상 선수 대신 보상금으로 영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노경은은 “사방이 꽉 막힌 상황에서 두 팀이 내 영입을 위해 뛴다는 얘길 듣고, 한편으론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이제 롯데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척 마음이 무거웠다”며 “어느 팀에 가든 바로 1군 무대에 서는 게 중요하다 싶어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두 팀의 노경은 영입전은 결과적으로 ‘없던 일’로 끝났다. 두 팀 가운데 한 팀의 핵심 관계자는 무산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롯데가 ‘검토 후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사이 우린 노경은에게 제시할 계약조건을 검토했다. 노경은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준비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롯데가 계속 연락을 주지 않았다.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을 받겠다’는 언질만 줬어도 기다렸을 텐데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사이 다쳤던 투수들이 돌아오고, ‘롯데가 노경은을 놔줄 마음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서 결국 영입전에서 철수했다.

노경은은 “다시 사방이 꽉 막힌 밀실에 갇힌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나 노경은은 롯데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꼈다.

롯데 고위 관계자분이 ‘노 선수가 팀만 구해오시면 보상 선수 문제는 우리가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셨어요. 전 그 말을 정말 믿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절 원한 구단이 나타나니 롯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구단 고위 관계자분께 ‘왜 (절 원한 구단에) 답변을 주시지 않으셨어요?’ 여쭈니까 ‘우린 그 팀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하시더군요. 제가 다시 ‘보상 선수 문제를 잘 풀어주시겠다고 약속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니....'제가 그랬나요?' 하시더라고요.

‘FA 미아’ 노경은이 롯데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면 3년이 지나야. 거래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3년간 경제활동조차 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가 존재하는 대한민국

노경은은 부산 동의대에서 시즌 일정에 맞춰 개인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라이브 피칭에선 시속 146km의 속구를 던졌다. 그는 '나홀로 시즌'을 치르면서도 야구 유망주들을 만나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동의대 야구장에서 부산고 유망주 투수 신용상에게 투구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노경은은 부산 동의대에서 시즌 일정에 맞춰 개인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라이브 피칭에선 시속 146km의 속구를 던졌다. 그는 '나홀로 시즌'을 치르면서도 야구 유망주들을 만나 자신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동의대 야구장에서 부산고 유망주 투수 신용상에게 투구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사진=엠스플뉴스)

7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도 한 팀에서 노경은 영입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팀도 노경은 영입에 실패하고 말았다.

모 구단 관계자는 “롯데가 ‘보상 선수 문제’와 관련해 구단 입장을 밝혔다면 여러 팀이 더 확실하게 노경은 영입을 고민했을 것”이라며 7월 말 노경은 영입을 검토했던 팀도 시간이 너무 지체된 탓도 있지만, 롯데 분위기를 살펴본 뒤 ‘보상 선수 문제가 잘 풀릴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해 영입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만난 여러 구단은 ‘롯데 분위기’와 관련해 비슷한 얘길 들려줬다. ‘노경은과 절대 계약하지 않겠다’는 게 롯데 분위기처럼 보였다. 동시에 ‘노경은이 다른 팀에 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노경은 영입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겠는가. 한 구단 관계자의 얘기다.

6월 하순 롯데 팬들은 사직구장 관중석에서 '노경은 복귀'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TV 중계 화면에 보이자마자 구장 보안요원들에 의해 압수됐다(사진=엠스플뉴스)
6월 하순 롯데 팬들은 사직구장 관중석에서 '노경은 복귀'를 요청하는 현수막을 펼쳐 들었다. 하지만, 이 현수막은 TV 중계 화면에 보이자마자 구장 보안요원들에 의해 압수됐다(사진=엠스플뉴스)

현행 KBO 규약을 토대로 한다면 롯데가 노경은을 내주는 대가로 ‘보상 선수’를 요구하는 건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다른 구단의 ‘보상금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롯데다. 하지만, 지금의 FA 제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슈퍼스타급 선수들을 제외한 베테랑들에게 FA는 ‘자유계약’이 아니라 ‘은퇴로 가는 지름길’로 남을 것이다.

지금의 현행 FA 제도는 원소속 구단에 독점적 계약권을 안기는 ‘불공정 계약’이다. 이 불공정한 계약으로 손해를 보는 건 선수와 함께 ‘전력 강화 기회’를 놓치게 되는 하위권 팀들 그리고 ‘전력 평준화’가 생명인 리그 모두 해당한다.

‘FA 미아’는 단순히 야구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KBO 규약’이라는 명문화된 ‘불공정한 계약’을 무기 삼아 선수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구단들의 처사는 우리 사회에선 익숙한 ‘갑의 풍경’이다.

‘FA 미아’ 노경은은 2021년이 지나야 롯데의 지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KBO 규약에 따르면 FA 선수는 3년 동안 어느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해야 그제야 어느 구단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완전한 의미의 자유계약선수가 된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는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다. 거래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제활동조차 할 수 없는 개인사업자가 속출하는 사회. 바로 2019년 대한민국이다.

한편 롯데는 노경은의 주장에 대해 "전임 단장이 아는 부분"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롯데 이윤원 전 단장은 8일 엠스플뉴스에 "이미 지난 일이고 떠난 사람인데 지난 일에 대해서 어떤 언급이든 하는 건 맞지 않을 것 같다. 뭘 물어보시든 마찬가지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인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답변을 사양했다.

이근승, 배지헌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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