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2019시즌 데이터분석팀 신설 예정

-데이터 분석 직원 채용공고, 제대로 된 전문인력 영입 의지 드러나

-류현진이 경험한 MLB 데이터 혁명 신세계, 한용덕 감독도 큰 관심

-현장과 구단 협력 속에 한화도 데이터 혁명 동참할까

한화 이글스가 데이터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데이터 혁명'에 동참할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 이글스가 데이터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데이터 혁명'에 동참할 예정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최근 KBO리그 새 트렌드로 급부상한 ‘데이터 혁명’에 한화 이글스도 동참한다. 한화가 2019시즌 기존 전력분석팀을 전력분석과 데이터분석팀으로 이원화하고, 통계분석 전문가를 외부 영입해 현대야구 흐름에 보조를 맞춘다.

한화 관계자는 엠스플뉴스에 올 시즌부터 기존 전력분석팀을 세분화한다. 기존 운영팀 산하 전력분석팀은 원래대로 홈/원정 경기로 나눠 선수 성향 분석과 비디오 분석을 맡는다. 여기에 최근 중요성이 커진 데이터 분석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고 팀도 신설할 예정이라 전했다.

한화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 영입을 위해 채용 공고도 냈다(2월 8일~3월 3일). 한화 채용공고의 업무 분야와 자격요건을 보면 창단 초기부터 데이터 팀을 운영한 NC 다이노스의 공고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수준 높은 인재를 영입해 제대로 된 팀을 꾸려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화는 데이터 분석 경력사원의 담당업무로 세이버메트릭스/통계학 및 레이더 분석 데이터 등 자료 분석 접목을 통해 선수 역량 평가 및 적합 선수 서치, 회귀분석을 통한 KBO 통계 정례화, 야구 인사이트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시각화 등을 명시했다.

필수자격요건으로는 통계프로그램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수행 능력(R, SAS, SPSS 등 상용 분석 툴 활용), 야구에 대한 깊은 관심과 높은 이해도 등이 있다. 여기에 개인 분석 역량 활용한 야구 관련 자유 주제의 포트폴리오 제출도 필수다. 또 데이터 분석 관련 업무경력자, 통계학 등 관련 전공자, 데이터 시각화 업무 경험 및 유사 프로젝트 경험자, 커뮤니케이션 역량 우수자, 어학 우수자 등이 ‘우대사항’이다.


‘데이터 혁명 전도사’ 류현진, 귀 활짝 열고 경청한 한용덕 감독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자랑하는 구단이다(사진=엠스플뉴스)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자랑하는 구단이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가 원하는 조건의 데이터 전문가를 영입해 팀을 꾸릴 경우, 향후 구단 운영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외부 선수 영입과 선수 스카우트 때 보다 정밀한 평가 기준에 따라 합리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야구단의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피칭 디자인과 코칭, 선수단 운영과 경기 운용에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데이터 분석팀이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내려면, 현장과 원활한 소통이 중요하다. 아무리 분석팀이 밤새워 만든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좋은 방향을 제시해도, 현장에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받아들이길 거부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구단은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 인력을 보유하고도 현장의 비협조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면 SK 와이번스는 트레이 힐만 감독과 젊은 코치들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우승까지 이룰 수 있었다. 오랜 기간 데이터 팀을 운영한 NC가 채용공고에서 ‘우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자격요건으로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한화 한용덕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임에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열린 사고를 가진 지도자다. 한화 관계자는 지난 시즌 뒤 한국에 온 류현진과 한 감독이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며 “이날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세이버메트릭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야구를 바꾸고 있는지 직접 경험한 얘기를 들려줬고 한 감독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최고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갖춘 팀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A란 타자가 B 투수 상대로 몇 타수 몇 안타인지 같은 기록은 데이터 축에 들지도 않는다. 투수의 구속과 회전수, 회전축, 가로와 세로 무브먼트, 릴리스포인트를 전부 데이터화해 계산에 넣고 타자의 스윙궤적까지 측정해 계산한다.

이렇게 투수와 타자, 구종에 따라 세세하게 예측한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매 경기의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시나리오를 짜서 경기에 임하는 게 요즘 MLB 구단이다. 물론 이렇게 분석해도 이따금 지난해 포스트시즌처럼 아쉬운 결과가 나오긴 하지만, 단순히 ‘감’에 의존해서 불합리한 선택을 하는 과거 방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는 감독님도 류현진에게 좋은 조언을 많이 해줬고, 류현진도 미국에서 경험한 새로운 얘기를 많이 들려줬다. 류현진 말로는 타율 3할 5푼을 치는 타자와 처음 상대해도, 데이터 분석에서 나온 대로 던지기만 하면 거의 100% 삼진을 잡을 수 있다고 하더라.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걸 많이 알려줬다고 했다.

한 감독은 이미 지난 감독 데뷔 시즌인 지난해 ‘데이터 혁명’과 궁합이 잘 맞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화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희생번트가 적은 팀이었는데, 한 감독이 밝힌 이유는 통계분석가들이 연구해 얻은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격적인 불펜 운용 방식이나 구속보다 회전수를 강조하는 지론도 한 감독의 열린 사고를 잘 보여준다.

한화 관계자는 “한 감독님도 평소 데이터 분석 강화의 필요성을 구단에 자주 얘기하셨다”며 “첫해인 만큼 조금 시간이 걸릴 순 있지만, 구단과 현장이 모두 필요성을 느낀 만큼 정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시즌 과감한 세대교체로 오랜 암흑기를 끝낸 한화가 ‘데이터 혁명’을 바탕으로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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