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애슬론 국가대표 상비군 김승교, 러시아에서 학업과 운동 병행 중인 재능

-“결승선 통과했을 때의 짜릿함과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김연아 선배처럼 한 종목의 상징 되고 싶어···더 많은 분이 바이애슬론 알고 즐겼으면”

-“운동이나 러시아 유학 생활 힘들 때마다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생각해요”

한국 바이애슬론의 미래로 평가받는 김승교(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한국 바이애슬론의 미래로 평가받는 김승교(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김승교(16·석정마크써밋스포츠단). 고등학교 1학년이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러시아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종목은 바이애슬론이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한 종목이다. 김승교는 3.5kg이 넘는 총을 둘러메고 스키를 탄다.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정확한 사격 실력을 뽐내기 위해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김승교는 2016, 2017년 러시아 모스크바 선수권에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2018, 2019년 시베리아 튜멘주에서 열린 러시아 선수권에선 1, 3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에선 그런 김승교에게 귀화를 제의했다.

김승교는 감사한 마음만 받았다. 김승교는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목표가 뚜렷하다. 자신의 우상 김연아처럼 종목의 상징으로 성장하고 싶은 꿈도 있다. 엠스플뉴스가 김승교의 얘기를 들어봤다.

러시아에서 ‘귀화 제의’ 받은 16살 김승교 “감사한 마음만 받았어요”

김승교(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김승교(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7월 16일 ㈜쌍방울과 후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쌍방울은 김승교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1년간 3천만 원을 후원합니다.

저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선수예요. 제 성장 가능성을 믿고 아낌없는 후원을 약속한 쌍방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쌍방울에 보답하는 법은 하나뿐이에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쌍방울의 지원이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지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 상비군에서 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변에 바이애슬론이란 종목을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바이애슬론이 무엇인지 아는 분을 손에 꼽을 정도죠. 먼저 바이애슬론의 매력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바이애슬론은 스키와 사격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쉽진 않아요. 3.5kg의 총을 메고 스키를 15km(여자 개인) 탑니다. 열심히 해서 바이애슬론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어요.

3.5kg 총을 메고 스키를 탄다는 게 가능합니까. 그것도 15km 나요. 성적을 내려면 사격까지 잘해야 합니다. 말만 들어도 쉽지 않은 운동입니다. 바이애슬론은 어떻게 시작한 겁니까.

2013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죠. 아버지가 운동을 아주 좋아하세요. 아버지가 바이애슬론을 추천했습니다. 처음엔 바이애슬론이 뭔지 몰랐어요. 해보고 알았죠. 이렇게 재미난 동계스포츠가 있구나(웃음).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전해지는 짜릿함과 뿌듯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1년간 기본기를 갈고닦은 뒤 러시아 유학을 떠났어요.

러시아 유학이요?

아버지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했습니다. 러시아는 동계스포츠 강국이에요. 제겐 기회였죠. 놓치지 않았어요. 러시아 모스크바 한국 학교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했습니다. 2019년부턴 한티만시스크에 있는 유고르스크 올림픽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한국으로 치면 체육고등학교 같은 곳입니다.

러시아에선 외국인 아닙니까. 입학이 가능합니까.

규정상으론 안 됩니다. 러시아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곳이에요. 러시아에서 입학을 허가해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러시아에서 올림픽 학교 입학을 허락해준 뒤 귀화를 제안했습니다.

귀화요?

러시아에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금메달을 목에 걸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부족한 저를 인정해준 겁니다. 감사했어요. 하지만, 귀화를 고민하진 않았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거든요.

뭡니까.

김연아 선배를 존경합니다. 김연아 선배는 한국에 피겨 스케이팅이란 종목을 알렸어요. 지금은 피겨 스케이팅을 모르는 사람이 없죠. 김연아 선배는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4년 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선 은메달을 땄죠. 선배의 뒤를 따르고 싶어요.

김연아의 뒤를 따른다?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위치에 서는 꿈을 꿔요. 바이애슬론이 매력적인 스포츠라는 걸 널리 알리고 싶어요.

“바이애슬론이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분이 즐길 수 있도록 힘쓸 거예요”

사격 훈련 중인 김승교(사진=엠스플뉴스)
사격 훈련 중인 김승교(사진=엠스플뉴스)

지금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겁니까.

방학이에요(웃음). 지금은 한국 바이애슬론 대표팀 상비군에서 훈련하고 있죠. 러시아는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합니다. 8월 말쯤 러시아로 돌아갈 예정이에요. 러시아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해요. 러시아는 눈앞의 성적보다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춥니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죠.

졸업은 언제입니까.

2023년 6월에 졸업합니다.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마치는 거예요. 하루빨리 성인이 되고 싶습니다.

성인이요?

저는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어요. 바이애슬론은 총기를 다뤄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올림픽 규정상 19세 미만 선수는 바이애슬론에 출전할 수 없어요. 첫 올림픽 도전은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티나 대회가 될 거예요. 잘 준비할 겁니다.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가요.

첫 올림픽 도전까지 5년 남았습니다.

넉넉한 시간이 아닙니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어요. 운동을 시작한 이후 1년에 딱 한 달 쉽니다. 11개월은 운동만 해요. 한국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학생과 차이가 있죠. 소풍이나 수학여행 가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연아 선배를 떠올려요.

김연아를 진심으로 존경하는군요.

후회 없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게 아주 멋진 것 같아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지금은 모든 에너지를 바이애슬론에 쏟아부을 거에요. 어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어른들은 “지금 열심히 해야 노후가 편하다”고 하죠. 저는 은퇴 후 실컷 놀래요(웃음). 김승교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지원해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운동에 매진해야 합니다.

㈜쌍방울이요?

쌍방울만큼 감사한 곳이 또 있습니다. 석정마크써밋스포츠단이에요. 석정마크써밋스포츠단은 가장 큰 지원을 해주는 곳이에요. 연간 무려 1억 2천500만 원을 후원해줍니다. 운동을 게을리할 수가 없어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합니다. 이 자릴 빌어서 석정마크써밋스포츠단 이창섭 회장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석정마크써밋스포츠단, 쌍방울 등의 후원은 아주 감사한 일이지만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습니까.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16살 소녀에겐 큰 부담일 것 같은데요.

누가 시켜서 하는 바이애슬론이 아니에요. 바이애슬론의 매력에 빠져서 하는 겁니다. 특히나 러시아는 365일 바이애슬론 훈련에 집중할 수 있어요.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에서 교육받는 겁니다.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바이애슬론 선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환경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열악하죠. 한국엔 정상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곳이 딱 한 곳이에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 장소인 강원도 평창입니다. 여기서도 문제가 있어요.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곳이다 보니 코스가 아주 어렵습니다. 단계를 밟아가야 하는데 처음부터 최상위 코스에서 훈련해야 하죠. 여름엔 평지에서 훈련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요. 그런 게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아.

많은 분의 기대에 보답할 겁니다. 누군가 김승교란 선수를 보고 바이애슬론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할게요.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면 환경이 좋아질 거로 믿습니다. 바이애슬론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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