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무관중 경기 이틀 만에 외국인 선수 자진 퇴출 비롯해 많은 문제 드러냈다

-“외국인 선수들의 이탈은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

-“건강관리 철저히 하지만, 내 가족 특히나 집에 있는 아이들 걱정이 크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면 두려운 게 사실”

-“내 가족, 우리 선수들의 건강은 누가 책임지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코로나 19가 농구 코트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코로나 19가 농구 코트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KBL(한국프로농구연맹) 무관중 경기 이틀 만에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정상적인 리그 진행을 위해 일시적인 리그 중단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농구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1997년 KBL 출범 이후 첫 무관중 경기가 열린 2월 26일. 부산 KT 소닉붐 외국인 선수 앨런 더햄이 KBL 최초 ‘자진 퇴출’ 결정을 내렸다. 더햄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한국에 머물기 어렵다고 판단해 계약 파기를 요청했다. 구단은 오랜 시간 더햄을 설득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KT 서동철 감독은 더햄은 단호했다KBL로 돌아오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고국(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이 확고했다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 ‘자진 퇴출’ 늘어날 가능성 크다”

부산 KT 소닉붐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서울 SK 나이츠전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부산 KT 소닉붐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서울 SK 나이츠전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이근승 기자)

무관중 경기 이틀 차인 2월 27일. 부산 KT 소닉붐의 또 다른 외국인 선수 바이런 멀린스가 ‘자진 퇴출’을 결심했다.

서동철 감독은 오전 운동까진 문제없이 마무리했다. 운동 시작 전엔 나를 찾아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서울 SK 나이츠전 장소인 잠실학생체육관으로 출발하기 2시간 전 ‘더 이상 팀과 함께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더햄과 마찬가지로 ‘자진 퇴출’을 결심했다. 급작스럽게 마음이 변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KT는 올 시즌 1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6강 플레이오프 막차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6위를 기록 중이다. 이 상황에서 두 외국인 선수가 팀을 떠났다. 당장 대체 외국인 선수를 구하는 건 쉽지 않다. 새 외국인 선수를 구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내국인 선수만으로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같은 날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보리스 사보비치가 짐을 쌌다. 오리온은 장시간 면담을 통해 사보비치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사보비치는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돌아가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오리온과 계약을 파기한 사보비치는 28일 세르비아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의 이탈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KBL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두루두루 친하다. 코로나 19 관련 소식 역시 공유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안다. 더햄, 사보비치가 떠난 걸 외국인 선수들이 모를 리 없다. 동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19 여파가 가라앉지 않는 이상 외국인 자진 퇴출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자진 퇴출만 고민하는 건 아니다. A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이 영남권을 연고지로 둔 세 팀(부산 KT 소닉붐·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창원 LG 세이커스) 원정엔 동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코로나 19 감염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이라는 걸 알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우리 가족과 선수들의 건강은 안전합니까”

부산 KT 소닉붐 서동철 감독(사진 가운데)(사진=KBL)
부산 KT 소닉붐 서동철 감독(사진 가운데)(사진=KBL)

코로나 19에 두려움을 느끼는 건 외국인 선수만이 아니다. 내국인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도 코로나 19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주장 허일영은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다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나보단 가족이 걱정이다. 집에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다. 위생 관리와 마스크 착용에 신경 쓰고 있지만 불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 SK 나이츠 전태풍은 셋째가 7개월 전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하루에 열이 있는지 두 번씩 확인한다.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고 위생 관리도 철저하게 한다. 첫째와 둘째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나이가 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면역력이 매우 약한 셋째가 걱정이다. 농구보다 중요한 게 건강이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가라앉길 바란다고 했다.

각 구단은 위생 관리에 어느 때보다 신경 쓰고 있다.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수시로 열 체크를 진행 중이다. 체육관과 헬스장 등은 매일 소독한다. 또한 구단 전 직원의 바깥출입 자제를 권고하고 숙소나 훈련장의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KBL은 2018-2019시즌부터 완전 폐지된 합숙소 운영을 일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각 구단은 선수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고 있는 가운데 합숙소 생활을 선택하는 선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 선수는 우린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기를 치른다. 집에서 훈련장을 출퇴근하면 가족들이 위험할 수 있다. 많은 선수가 이와 같은 이유로 합숙소 생활을 선택 중이라고 전했다.

부산 KT 소닉붐 서동철 감독은 리그 중단을 주장하면 현 상황과 성적 때문이라고 볼 것 같지만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다면서 내 가족과 우리 선수들은 안전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BL은 27일 각 구단 수뇌부에 연락해 무관중 경기 진행에 대한 의견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무관중 경기로 리그 일정을 강행하는 것보다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는 구단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KBL 무관중 경기엔 150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인다. 양 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 경기 스태프, 방송 중계 인력, 취재 기자 등을 포함한 숫자다. KBL의 무관중 경기 결정은 옳은 것일까. 외국인 선수들은 하나둘 짐을 싸고 있으며 내국인 선수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나 가정이 있는 선수들의 걱정과 두려움은 훨씬 크다.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는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우린 프로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관중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홈이든 원정이든 팬이 있어야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리그를 강행하는 것보다 잠시 쉬어가는 게 어떨까 싶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하루하루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면 두려운 게 사실이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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