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 올해 예정된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마무리···2승 2무로 조 1위 기록 중

-고정운 감독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압도적인 승리 거두는 시대 지났다”

-“북한·레바논 원정은 평상시 경험하기 힘든 변수 매우 많았다. 선수들이 힘들었을 것”

-“패스의 질과 플랜 B의 부재가 아쉬운 것 사실. 내년엔 달라질 수 있을 것”

고정운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고정운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한국은 더 이상 ‘아시아 호랑이’가 아니다. 아시아 축구의 성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FC 안양 고정운 전 감독의 말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올해 예정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9월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2-0)을 시작으로 4경기를 치렀다. 이 가운데 홈경기는 10월 10일 스리랑카전뿐이었다. 고 감독이 대표팀 후배들의 성과를 낮게 보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한국은 2승 2무를 기록하며 조 1위를 기록 중이다. 많은 변수가 도사렸던 북한, 레바논 원정에선 승리를 따내지 못했지만, 승점 1점을 가져왔다. 내년엔 스리랑카 원정을 제외한 3경기가 홈에서 예정돼 있다.

고 감독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시대는 지났다원정에서 승점을 거머쥔 선수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원정 3경기에서 승점 5점을 획득했다. 이 팀들과 내년엔 홈에서 만난다. 최종예선으로 가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고정운 감독 “북한·레바논 원정, 힘겨운 상황 속 좋은 결과 가져온 것”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사진 오른쪽)(사진=KFA)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사진 오른쪽)(사진=KFA)

고정운 감독의 생각과 달리 축구계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북한, 레바논 원정 모두 승전고를 울리지 못한 까닭이다.

고 감독은 “북한, 레바논 원정엔 평상시 경험하기 힘든 변수가 매우 많았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놨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은 확실하다. 짧고 빠른 패스로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승리에 도전한다. 이런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에 가장 중요한 게 잔디다. 북한에선 인조 잔디, 레바논에선 맨땅인지 잔디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곳에서 경기했다. 우리가 준비해온 축구를 보여주기 매우 힘든 환경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고무 스터드(축구화 밑창의 징)를 쓴다. 하지만, 북한, 레바논 원정에선 플라스틱 재질의 스터드를 썼다. 미끄럽고 발을 디딜 때마다 잔디가 푹푹 파이는 곳에선 평상시의 축구화를 신을 수 없었다. 고 감독은 선수 시절을 회상하며 진흙 위에서 축구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2경기 연속 무관중 경기라는 생소한 경험도 했다. 레바논전 후반부턴 관중이 조금씩 들어찼다고 전해지지만, 낯선 환경이 분명했다.

고 감독은 한국은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이재성 등 유럽파가 중심이라며 함성으로 가득 찬 경기장이 익숙한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험 많은 선수들이다. 원정 경기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관중석은 텅 비어있고, 삼엄한 분위기 속 치러진 경기 경험은 없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다고 했다.

“패스의 질과 플랜 B의 부재는 아쉬운 게 사실”

한국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축구 대표팀(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세계 여섯 번째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팀이다. 아시아에선 최초의 기록이다.

FIFA 랭킹에서도 한국(39위)과 투르크메니스탄(132위), 스리랑카(202위), 레바논(91위), 북한(113위)의 차이는 크다. 축구계가 어려운 환경을 이해하면서도 아쉬운 목소리를 내는 건 이 때문이다.

고 감독도 2019년 예정된 월드컵 예선 일정을 마무리한 대표팀에 '100점'을 주진 않는다. 특히나 결정력이 뛰어난 손흥민, 황의조를 살릴 수 있는 패스가 매우 부족하다고 본다.

손흥민이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와 볼을 배급한다. 슈팅 기회로 이어질 패스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손흥민, 황의조 등 전방 공격수를 살리기 위해선 상대 문전으로 패스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현재는 수비의 허를 찌를 수 있는 패스가 보이지 않는다.

고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후반 17분 이후를 유심히 봤다. 황의조, 손흥민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김신욱 투입 후였다.

솔직히 (김)신욱이가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 대표팀 막내 이강인도 신욱이의 장점이 무엇인지 잘 안다. 그런데 신욱이를 향한 패스가 보이질 않았다. 34분을 뛰면서 슈팅 기회 한 번 잡지 못했다. 완전히 고립됐다. 플랜 B에 대한 준비가 얼마만큼 됐는지 점검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의 2019년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건 아니다. 한국은 11월 19일 브라질과 올해 마지막 A매치(친선경기)를 치른다. 고 감독은 1년 동안 고생한 후배들을 향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후배들이 여론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 스트레스, 부담 등이 심해질 수 있다. 그러면서 부상 위험도도 올라간다. 한국은 월드컵 예선 조 1위다. 최종예선으로 가면서 점차 나아지는 경기력을 보여주면 된다. 브라질과의 경기는 친선전이다. 마음 편히 한 수 배운다는 생각으로 2019년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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