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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아시안컵 홍보비, 명절 선물비까지…회장님이 ‘빌려준 돈’이었다

  • 기사입력 2020.01.15 15:01:14   |   최종수정 2020.01.15 18: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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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 자신의 사퇴로 치르게 된 보궐선거에 출마해 논란

-부산시 축구협회 부장, 정 전 회장 경쟁 후보에 ‘협회 운영금 차입현황 안내문’ 전달…“차기 회장이 전 회장에게 변제하라”

-“밀린 직원 월급도 내가 다 줬다”던 정 전 회장, 알고보니 출연금 아닌 차입금이었나

-체육계 “회장이 사비 털어 출연금 내는 건 봤어도 운영비를 ‘차입금’ 처리하는 건 금시초문” 

-회장 재임 시절엔 “동아시안컵 내가 유치” 홍보하더니…홍보비는 후임 회장에 떠넘기기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 그는 자신의 자진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했다(사진=엠스플뉴스)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 그는 자신의 자진사퇴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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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축구협회) 회장이 명색이 국회의원이었다. 하지만, 협회 내부가 엉망이었다. (직원) 임금도 다 밀려 있어 내가 다 주고, 퇴직금도 줬다.

 

불과 두 달 전이다. 부산에서 엠스플뉴스 취재진을 만난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은 그렇게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엉망’이던 부산시 축구협회를 자신이 어떻게 ‘정상 조직’으로 바꿨는지 열변을 토했다. 

 

‘사고 체육단체’의 경우 협회장의 출연금으로 협회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해결하는 일이 많다. ‘내가 다 주고’란 대목만 봐선 정 전 회장도 예외가 아니었단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불과 두 달이 지난 뒤 ‘내가 다 준 밀린 임금’의 정체가 밝혀졌다.

 

엠스플뉴스가 최근 입수한 서류를 보면 협회 직원 인건비는 정 전 회장의 출연금이 아니라 차입금, 즉 정 전 회장이 부산시 축구협회에 ‘빌려준 돈’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협회 사무실 리모델링비와 명절 선물비, 화환대까지 정 전 회장이 ‘빌려준 돈’으로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전임 회장의 치적을 홍보했던 수억 원의 홍보비도 다음 회장이 갚아야할 판. 부산 축구계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 축구협회가 보궐선거 입후보자들에게 보낸 공문. 차입처 ‘(주)서융’은 전임 협회장이자 이번 보궐선거 출마자인 정정복 후보의 개인기업이다(사진=엠스플뉴스) 부산시 축구협회가 보궐선거 입후보자들에게 보낸 공문. 차입처 ‘(주)서융’은 전임 협회장이자 이번 보궐선거 출마자인 정정복 후보의 개인기업이다(사진=엠스플뉴스)

 

정정복 전 부산시 축구협회장은 지난해 11월 “부산시 체육회장이 되겠다”면서 축구협회장을 자진사퇴했다. 겸직하던 모 정당 지역위원장에서도 물러났다.  

 

같은 해 12월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 전 회장은 체육의 기본은 공정이다. 반드시 부산 체육인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다짐했다. 정 전 회장은 부산시 축구협회장과 모 정당 지역위원장직을 자진사퇴까지 하며 부산시 체육회장 선거에 올인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총 391표 가운데 84표를 얻으며 패했다.

 

정 전 회장의 자진사퇴로 부산시 축구협회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1월 17일 보궐선거가 열린다. 보궐선거의 특성상 돈 낭비와 행정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부산 축구계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하는 건 자신의 자진사퇴로 후임자를 뽑아야 하는 보궐선거에 정 전 회장 본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애초 부산시축구협회 회장 보궐선거 출마 예정자는 정정복 전 회장 외 두 명이 더 있었다. 최철수 후보와 부산 지역 축구단체 관계자인 A 씨가 출마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후보등록일인 1월 9일 묘한 일이 벌어졌다. 후보등록을 위해 사무실을 찾은 최철수 후보와 A 씨에게 정승은 부산시축구협회 부장이 ‘부산시축구협회 운영금 차입현황 안내문’이란 서류를 건넨 것이다.

 

안내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회장으로 당선될 경우 정정복 전 회장에게 협회가 차입한 돈을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협회가 정 전 회장에게 차입한 돈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협회 운영비 약 6억 8천만 원과 동아시안컵 운영비 등 미지급금 약 2억 3천만 원 등을 합해 거의 9억 원(약 8억 8천만 원)에 육박한다. 

 

당시 후보등록 과정을 지켜본 체육계 관계자는 정승은 부장이 최철수 후보에게 ‘차기 회장이 되실 분은 이 금액을 변제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 금액은 정정복 회장의 회사 법인에서 부산시축구협회에 빌려준 돈이니, 차기 회장님은 이 금액을 변제해야 한다. 그에 대한 서류’라고 얘기하는 걸 똑똑히 들었다고 전했다.

 

정 부장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정정복 회장의 회사 법인’은 서융이다. ‘서융’은 정 전 회장이 소유한 개인 기업이다.

 

정 부장이 건넨 안내문은 부산시축구협회장 직인이 찍힌 협회 공식 서류다. 현재 부산시축구협회는 박병찬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정 전 회장이 재임 기간 추천해 선임한 인사다. 

 

전임 회장 재임 시절 협회 운영비를 갚으라고 출마 후보에게 요구하는 건 초유의 일이다. ‘협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재원’을 열거한 부산시축구협회 정관 제60조에는 기부금 및 찬조금,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은 있어도 ‘차입금’을 사용하는 근거는 찾을 수 없다.

 

부산시체육회 관계자는 차입금 내역이 정말 안내문에 나온 대로 쓰였는지 판단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했다. 차입금 내역서엔 정 전 회장 취임 전인 2017년 운영비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엠스플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축구협회 회장 취임 당시 협회 내부가 엉망이었다. (직원) 임금도 다 밀려 있어 내가 다 주고, 퇴직금도 줬다고 자랑한 바 있다.

 

엠스플뉴스가 문의한 복수의 지방 종목단체 관계자는 하나같이 “협회나 연맹 회장이 사비를 털어 ‘출연금(찬조금)’을 내는 경우는 있어도, 운영비를 ‘차입금’으로 처리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 수도권 종목단체 관계자는 자기가 빚내서 협회를 운영하고는 후임자에게 빚을 떠넘기는 셈 아니냐며 “아직 우리 종목에선 그렇게 파렴치한 행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부산시체육회 관계자도 “정 전 회장이 선거 기간에는 ‘축구 발전을 위해 협회에 출연금을 내겠다’고 공약했던 것으로 안다”며 “다른 협회장은 전부 출연금으로 운영비를 보태곤 했는데 과연 정 전 회장만 차입금 형태로 회계처리를 했을지 의문”이란 의견을 전했다. 


협회 직원 인건비, 사무실 리모델링비, 명절 선물비까지. 정정복 전 회장이 축구협회에 빌려준 돈. 부산시 축구협회 “차기 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갚아야할 돈”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부산시 축구협회의 차입금 결산 현황. 2018년 회장님(정정복 전 회장) 차입금 결산에 보면 명절선물 구입비와 화환대까지도 정 전 회장 차입금으로 처리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부산시 축구협회의 차입금 결산 현황. 2018년 회장님(정정복 전 회장) 차입금 결산에 보면 명절선물 구입비와 화환대까지도 정 전 회장 차입금으로 처리돼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부산지역 체육계에서 정정복 전 회장은 ‘축구협회장 자리를 발판으로 정치적 야망을 이루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부산지역 체육계 인사는 정 전 회장은 재임 시절 자신의 명예를 높이는 용도로 축구를 이용했다 동아시안컵 대회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동아시안컵 당시 정 전 회장은 부산시 곳곳에 현수막을 달아 자기 업적을 알렸고, 자신이 모든 일을 해낸 것처럼 홍보했다. 부산시체육회장 선거에서도 축구협회장 경력과 동아시안컵 대회 유치를 치적으로 내세웠다. 과연 이 돈의 정체는 뭘까.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차입금 안내문엔 ‘동아시안컵 대회 홍보비’ 명목으로 현수막, 전단지, 배너, 물티슈 제작 비용까지 꼼꼼하게 기재돼 있다. 동아시안컵 대회와 A매치 홍보를 위해 지역 방송사에 쓴 광고비만 1억 5천만 원이다. 자신을 홍보한 이 돈은 정 전 회장의 출연금이 아니라 정 전 회장이 협회에 꿔준 돈이었던 것이다.

 

부산시 축구협회의 요구대로라면 이 돈은 고스란히 후임 회장이 될 수도 있는 경쟁 후보가 정 전 회장에게 갚아야 한다. 부산시체육회 관계자는 “동아시안컵 개최엔 부산시민들의 세금이 꽤 많이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부산시 축구협회의 차입금 결산 현황. 2019년 회장님(정정복 전 회장) 차입금 결산에 보면 부산에서 열린 축구 A매치는 정 전 회장이 부산시 축구협회에 꿔준 돈으로 치러졌다. 부산시 축구계는 “생색은 정정복 전 회장이 내고, 뒷감당은 다음 회장이 해야할 판”이라며 분개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부산시 축구협회의 차입금 결산 현황. 2019년 회장님(정정복 전 회장) 차입금 결산에 보면 부산에서 열린 축구 A매치는 정 전 회장이 부산시 축구협회에 꿔준 돈으로 치러졌다. 부산시 축구계는 “생색은 정정복 전 회장이 내고, 뒷감당은 다음 회장이 해야할 판”이라며 분개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밀린 협회 직원 임금과 퇴직금을 내가 다 주고’란 정 전 회장의 주장도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회장님 차입금 결산’에 보면 사실과 다르다. 2017년 정 전 회장은 인건비와 사무국 운영비로 1천500만 원을 ‘빌려’줬다.

 

2018년엔 인건비 4천410만 원, 사무국 운영 보조비로 1천612만9천500 원을 ‘빌려’줬다. 이해 정 전 회장이 협회에 빌려준 돈엔 ‘사무국 리모델링 공사비(3천500만 원)’과 ‘격려금(1천460만 원)’ 심지어는 ‘명절선물 구입비(704만 원)’도 포함돼 있다.

 

부산시 축구협회는 정 전 회장 차입금으로 사무국 리모델링비와 격려금, 심지어는 명절선물까지 구입한 셈이다. 2019년에도 정 전 회장은 협회에 '급여 인건비'로 6천만 원 이상을 ‘빌려’줬다. 

 

“차입금, 후임자에겐 엄청난 부담 돼…선거 경쟁 후보 압박용 의심”. 부산 축구계 “선거 후 상급 체육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필요하면 사법기관의 수사도 이뤄져야”

 

2019년 부산시 축구협회 미지급금 현황. 지역방송사 광고비가 미지급된 상태로 돼 있다. 다음 회장이 이 돈도 물어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2019년 부산시 축구협회 미지급금 현황. 지역방송사 광고비가 미지급된 상태로 돼 있다. 다음 회장이 이 돈도 물어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9억 원에 가까운 차입금 안내문을 받은 예비후보 A 씨는 고심 끝에 결국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체육회 관계자는 “차입금은 협회 채무기 때문에 후임 회장이 후원금을 내든 투자를 받든 메꿔야 한다. 회장에 출마하려는 후보자 입장에선 차입금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부산지역 축구계 인사는 취임하자마자 전임 회장 시절 사용한 9억 원부터 갚아야 한다면 누가 회장으로 출마하려 하겠느냐. 누가 봐도 경쟁 후보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축구협회 부장이 후보자에게 안내문을 건넨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승은 축구협회 부장은 정 전 회장에겐 차입금 안내문을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엠스플뉴스는 보궐선거와 차입금 의혹에 대해 정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정승은 부장은 첫 통화 때 “따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은 뒤, 이후 취재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부산 축구계 인사는 “선거가 끝나면 이번 일과 관련돼 상급 체육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더 필요하면 사법기관의 수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게 많은 지역 축구인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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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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