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성민은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사진=롯데).
롯데 자이언츠 이성민은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사진=롯데).

[엠스플뉴스]
2016시즌 KBO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 사태의 여진이 스프링캠프까지 이어지고 있다.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사이트 베팅 혐의를 받은 선수 대부분이 스프링캠프 참가 명단에서 빠졌다. 선수마다 처한 사정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직접적인 승부조작 혐의를 받는 롯데 자이언츠 이성민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성민은 지난해 말 경찰 수사는 물론 검찰에서도 줄곧 결백을 주장했다. 승부조작에 일체 가담한 적이 없다는 게 이성민의 주장이다. 반면 경찰은 “이성민과 브로커 사이에 금전 거래 증거를 확보했고, 브로커 증언도 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롯데로선 검찰 수사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롯데는 이성민과 연봉계약은 하되, 캠프에는 데려가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성민의 검찰 수사 결과는 전 소속팀 NC 구단의 승부조작 은폐 혐의와도 연결된 중요한 문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지방검찰청도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이글스 안승민도 혐의를 부인하는 선수 가운데 하나다. 안승민은 지난해 11월 7일 발표된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수사결과 발표 당시 “불법 야구 도박에 400만 원을 베팅”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2015년 지인을 통해 불법 야구 도박에 돈을 걸었다는 게 경찰 측의 수사 내용이다.
안승민은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불법베팅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소속구단 한화도 “선수가 부인하는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1월 26일 발표한 일본 전지훈련 명단에 안승민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안승민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혐의를 인정한 선수도 있다. 두산 베어스 진야곱은 지난해 8월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정한 ‘부정행위 자진 신고 및 제보 기간’에 "2011년 불법 도박사이트에 600만 원을 베팅한 사실이 있다"고 구단 측에 알렸다.
진야곱의 불법베팅은 공소시효 만료로 법적 처벌로 이어지진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2011년은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 처벌에 관한 현행 국민체육진흥법 시행 이전의 일이다. 형법상 도박죄 역시 이미 공소시효 5년이 지난 상태다.
그러나 본인이 혐의를 인정한 만큼 KBO와 구단 차원의 징계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은폐 의혹’이 불거진 만큼 여론의 비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에 두산은 진야곱을 2월 1일 호주에서 시작하는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했다. 추후 KBO 징계 결과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조처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NC 이재학은 캠프 정상 합류, 이유는?

NC 이재학은 스프링캠프에 정상 참가한다(사진=NC).
NC 이재학은 스프링캠프에 정상 참가한다(사진=NC).

반면 진야곱을 통해 160만 원을 대리 베팅한 혐의를 받는 NC 다이노스 이재학은 연봉 재계약을 마쳤고,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재학이 진야곱의 계좌로 여러 차례에 걸쳐 160만 원을 보냈고, 진야곱이 그 돈에 자신의 돈을 합쳐 총 600만 원을 불법 베팅했다”는 혐의를 공개한 바 있다.
진야곱도 경찰 조사에서 '이재학으로부터 돈을 받아 베팅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재학은 줄곧 자신의 혐의 사실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진야곱에 단순히 돈을 빌려줬을 뿐, 그게 불법 베팅에 쓰일 줄은 몰랐다”는 게 이재학의 주장이다. 그러나 경찰은 진야곱의 진술과 여러 정황을 토대로 두 선수를 사실상 ‘공범’ 관계로 판단했다.
진야곱과 마찬가지로 이재학도 공소시효 만료로 검찰 수사나 사법 처벌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KBO와 구단 자체 징계 대상이 될 가능성은 있다. NC 관계자는 "진야곱의 진술 외엔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항변했으나 복수의 변호사는 "뇌물 관련 범죄나 불법 도박은 공모자와 가담자의 증언이 범죄 사실을 밝히는 증거로써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로 NC 측의 항변을 반박했다.
이재학의 스프링캠프 참가에 대해 NC 관계자는 “선수 본인이 부인하고 있고, 검찰 수사 대상도 아니다. 공소 시효도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선수가 지난해 승부조작 루머로 두 차례나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무혐의가 드러났다”는 말로 의혹만으로 스프링캠프 참가를 막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은 늦어도 2월 첫 주 안에는 수사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애초 1월 중순 발표가 유력했으나 법리 검토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2월로 발표가 늦춰졌다. 사건에 얽힌 구단들은 수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에 따라선 승부조작 사건의 여파가 스프링캠프를 넘어 정규 시즌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강윤기 기자 stylekoo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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