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뉴스]

| '2018 KBO 신인 드래프트'가 막을 내렸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날 거인 군단의 미래 10인을 지명했다. 이 가운데 한 선수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수려한 외모에 큰 키가 돋보이는 마산용마고 출신 투수 이승헌이었다. 야구계 일부에선 벌써 롯데 차세대 에이스감으로 이승헌을 점치고 있다.

“롯데는 마산용마고 투수 이승헌을 지명하겠습니다.”

9월 11일 ‘2018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서울의 한 호텔. 이날 롯데는 전체 3순위(1라운드 3번)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명 차례가 돌아왔다.

롯데 김풍철 스카우트 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승헌의 이름을 호명했다. 예상대로 롯데는 신인 ‘빅3' 가운데 한 명인 이승헌을 지명했다.

김 팀장은 “(이)승헌이는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선 최고의 투수 유망주로 꼽힌다. 지난해 지명한 투수 윤성빈과 함께 미래의 롯데 ‘원·투 펀치’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승헌은 키 195cm에 100kg, 건장한 체격 조건을 자랑한다. 140km/h 중반대 힘 있는 속구와 낙차 큰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큰 키를 활용한 투구에 능숙하고, 때론 속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른다. 올해 전반기 주말리그에선 3승 무패 평균자책 0.68의 호투를 펼쳤고, 후반기엔 3승 무패 평균자책 ‘제로’를 기록했다.

야구계가 주목하는 최고의 유망주지만, 아직 프로란 단어는 낯설기만 하다. 생전 처음 경험한 신인 드래프트와 수많은 취재진 그리고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정신이 없었단 이승헌이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그에게 프로 선수 그리고 롯데란 어떤 의미였을까.

가슴 떨렸던 드래프트 그리고 셀렘.

축하합니다. 전체 3번이에요. 이 정도면 ‘대박’ 아닙니까.

(쑥스럽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며칠 전부터 이야기가 많이 들려서 전체 2, 3번 안에 지명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그렇게 돼서 너무 기뻐요.

올 초만 해도 신인 ‘빅3’엔 이승헌이 아닌 상무 투수 김선기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처음엔 걱정이 많았어요. 오늘(9월 11일)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와서 천만다행이었죠.

지명 후,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더군요. 충격이 너무 컸나 봅니다(웃음).

너무 좋아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얼떨떨하기만 했죠. 사실 아직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정도예요(웃음).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에 가서 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대회 때나 연습경기 때 (강)백호를 만난 적이 없어요. 프로에선 꼭 한 번 맞붙고 싶습니다. 남자답게 말이죠. 초구부터 빠른 공으로 정면 승부할 생각입니다(웃음).

주무기는 '슬라이더' 아닌가요.

슬라이더는 제가 가장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이에요. 하지만, 프로에 가면 또 다른 변화구를 연마할 생각입니다. 슬라이더를 받쳐줄만한 변화구로 커브나 체인지업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롯데 선배들의 무시무시한 포크도 그 가운데 하나고요.

10년 뒤 가을 야구 꿈꾸는 당찬 신인 이승헌.

'가을 야구 주인공은 나야 나'

이젠 롯데 자이언츠 선수입니다.

(쑥스럽게 웃으며) 처음부터 롯데로 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아까 단장님이 ‘앞으로 잘해보자’라고 말씀 하시는데,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웃음). ‘나도 이제 진짜 프로 선수가 됐구나’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어요.

마산 출신이면 어린 시절부터 롯데 팬인 듯합니다.

예. 당시엔 NC 다이노스가 생기기 전이었어요. 롯데 야구를 보면서 자랐고, 좋아했습니다. 아마 제 또래 친구들은 다 그랬을 거에요. 야구하는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사직구장 마운드에 서겠다고 다짐했을 겁니다(웃음).

롯데 포수 나종덕과는 마산용마고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평소 ‘절친’으로도 유명해요. 감회가 새로울 듯합니다.

신기한 게 며칠 전부터 (나)종덕이가 저보고 ‘롯데 오는 것 아니냐’고 장난으로 말했거든요. 그게 현실이 돼 버린 겁니다(웃음). 종덕이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어요. 중학교 때 잠시 헤어졌지만, 고등학교에 와서 다시 함께 야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꿈이 하나 추가됐어요.

꿈이요?

프로에서 저와 종덕이가 함께 배터리를 이루는 꿈이요(웃음).

롯데엔 젊은 투수들이 많습니다. 올 시즌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을 시작으로 김원중, 박진형, 강동호 등이 두각을 나타냈어요. 여기다 지난해 신인 투수 윤성빈도 있고요. 벌써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선배들과의 경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형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우선이예요. 그래야 나중에 10승 투수가 되고, 신인왕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야구 팬들은 벌써 윤성빈-이승헌이 만들어갈 '미래의 롯데 마운드'를 꿈꿉니다.

(윤)성빈(195cm)이나 저나 키가 커서 다들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같이 팀을 이끌게 되면 행복한 일이죠.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에요.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롯데 마무리 손승락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손승락 선배님처럼 항상 자신감 있고, 과감한 투수가 되고 싶어요. 특히 요즘 경기를 마무리 짓고 환호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입니다.

더는 학생선수가 아닙니다. 이제 프로 선수로 첫발을 내디뎠어요. 10년 뒤 '프로야구 선수 이승헌'은 어떤 모습일까요.

올 시즌 롯데가 잘하고 있잖아요. 가을 야구 진출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롯데 가을 야구만큼은 꼭 챙겨봤어요. 열정적인 응원속에서 플레이하는 롯데 선수들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이젠 저도 롯데 선수가 됐어요. 10년 뒤 가을 무대의 주인공이 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참고 견디며 그날을 대비할 생각이예요.

전수은 기자 gurajeny@mbcpl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