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넥센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것이 밝혀져 야구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역사에서 지뢰가 숨어 있단 점이다. KBO리그 전체의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삼자가 개입하는 강력한 진상 조사가 필요한 분위기다.

구속 수감 중인 이장석 전 대표가 지난해 강윤구와 윤석민의 트레이드에서 뒷돈을 받은 뒤 인센티브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사진=MBC)
구속 수감 중인 이장석 전 대표가 지난해 강윤구와 윤석민의 트레이드에서 뒷돈을 받은 뒤 인센티브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사진=MBC)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강윤구(NC 다이노스)와 윤석민(KT WIZ)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뒷돈 거래가 밝혀진 까닭이다. 여전히 모든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기에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철저한 조사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5월 28일 KBO에 강윤구와 윤석민의 트레이드와 관련한 선수 양도양수 계약서를 새로 제출했다. 그 계약서엔 지난해 공식 발표와 달리 현금이 포함돼 있었다. 넥센은 강윤구와 윤석민을 보낸 대가로 각각 1억 원과 5억 원을 NC와 KT로부터 받았다.

넥센·NC·KT는 28일 곧바로 트레이드 뒷돈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특히 넥센의 경우 이장석 전 대표와 고형욱 단장이 해당 트레이드와 관련한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여전히 히어로즈의 트레이드 속엔 숨겨진 지뢰가 더 남았다. 히어로즈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야구 관계자는 “히어로즈의 현금 트레이드는 지금 폭로된 두 건 이상”이라며 “만약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KBO가 히어로즈가 새로 보낸 트레이드 계약서를 숨겼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KBO가 아닌 제삼의 기관에서 전수조사를 해야만, 사실이 모두 밝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현금 거래에 나섰던 히어로즈 초창기

2010년 이뤄진 황재균의 트레이드를 향한 의혹의 시선은 여전하다(사진=넥센)
2010년 이뤄진 황재균의 트레이드를 향한 의혹의 시선은 여전하다(사진=넥센)

히어로즈의 세일 히스토리는 현대 유니콘스 해체 뒤 재창단한 2008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우리담배가 메인 스폰서였던 우리 히어로즈는 2008시즌 중반부터 적극적인 현금 트레이드를 시도했다. 2008년 11월 히어로즈는 당시 소속 투수 장원삼을 삼성 라이온즈로 보내고 현금 30억 원과 투수 박성훈을 받는 현금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거래는 KBO의 트레이드 불가 결정으로 무산됐다.

2009년 히어로즈는 서울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바뀐 뒤 다시 현금 트레이드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복잡하게 얽혔던 KBO 가입금 문제를 푼 히어로즈는 12월 30일 세 건의 현금 트레이드를 승인받았다. 결국, 이택근과 장원삼, 그리고 이현승이 친정 팀을 떠나게 됐다.

2009년 서울 히어로즈가 진행한 현금 트레이드 내용(표=엠스플뉴스)
2009년 서울 히어로즈가 진행한 현금 트레이드 내용(표=엠스플뉴스)

2010년 히어로즈는 넥센 타이어를 메인 스폰서로 유치하면서 넥센 히어로즈라는 구단 이름으로 변경했다. 2010년 3월부터 다시 트레이드 시동이 걸렸다. 넥센은 2010년 3월 투수 마일영을 3억 원과 투수 마정길을 받는 조건으로 내보냈다. 2010시즌 중반엔 내야수 황재균을 내야수 김민성-투수 김수화를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했다. 황재균의 트레이드는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많이 쏟아지는 거래였다.

2010년 넥센이 진행한 트레이드 내용. 마일영의 트레이드가 공식적으론 넥센의 마지막 현금 트레이드였다(표=엠스플뉴스)
2010년 넥센이 진행한 트레이드 내용. 마일영의 트레이드가 공식적으론 넥센의 마지막 현금 트레이드였다(표=엠스플뉴스)

센의 공식 발표에서 사라졌던 현금 거래

KT는 지난해 윤석민을 데려오는 대가로 5억 원을 넥센에 지급했다(사진=엠스플뉴스)
KT는 지난해 윤석민을 데려오는 대가로 5억 원을 넥센에 지급했다(사진=엠스플뉴스)

2011년 이후로도 넥센은 활발하게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다만, 넥센의 공식 발표에서 더는 현금 거래는 없었다. 넥센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로지 선수 간의 트레이드만을 공식 발표했다. 박병호·이성열·서동욱·윤석민 등이 트레이드에 포함된 주요 선수들이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로지 선수들 간의 트레이드였다고 공식 발표된 넥센 트레이드 내용(표=엠스플뉴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로지 선수들 간의 트레이드였다고 공식 발표된 넥센 트레이드 내용(표=엠스플뉴스)

2014년 넥센은 무상 트레이드라는 좀처럼 보기 힘든 거래를 시작했다. 2014년 2월 넥센은 내야수 조중근을 신생팀 KT로 무상 트레이드했다. 팀 내 입지가 줄어든 조중근의 앞길을 열어준단 의미에서 성사된 트레이드였다. 이후 김병현과 이성열·허도환 등 베테랑 선수들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진행한 넥센은 반대로 베테랑 타자인 채태인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성사하기도 했다. 2016년 4월엔 조중근과 마찬가지로 서동욱을 KIA로 무상 트레이드해준 넥센이었다.

무상 트레읻가 포함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의 트레이드 내용(표=엠스플뉴스)
무상 트레이드가 포함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의 트레이드 내용(표=엠스플뉴스)

이번에 문제가 된 뒷돈 트레이드는 지난해 이뤄졌다. 넥센은 투수 강윤구를 내주고 투수 김한별을 받는 과정에서 NC로부터 1억 원의 뒷돈을 받았다. 또 내야수 윤석민을 내주고 투수 정대현·투수 서의태를 받는 과정에서도 KT로부터 5억 원의 현금을 거머쥐었다. 2010년 마일영 트레이드 뒤 8년 만에 다시 현금 거래가 밝혀진 셈이다.

지난해 넥센 트레이드에서 뒷돈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표=엠스플뉴스)
지난해 넥센 트레이드에서 뒷돈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표=엠스플뉴스)

KBO리그 전체가 빠진 ‘도덕적 해이’, 제삼자 개입 조사가 필요하다

이장석 전 대표를 포함한 KBO리그 전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진 분위기다. 과거 넥센의 트레이드에 대한 강력한 진상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사진=엠스플뉴스)
이장석 전 대표를 포함한 KBO리그 전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진 분위기다. 과거 넥센의 트레이드에 대한 강력한 진상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사진=엠스플뉴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넥센의 현금 거래의 전모다. 지난해뿐만 아니라 과거 수많은 넥센의 트레이드 건에 의문의 시선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뒷돈 트레이드가 공개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SK·KIA와의 트레이드에도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거래 당사자인 구단은 뒷돈 포함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KIA 관계자는 “지난해 트레이드에서 현금 거래는 절대 없었다. 불펜 보강이 절실히 필요했기에 우리도 1라운드 지명 좌완 유망주 두 명을 내주는 큰 출혈이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SK 관계자도 “트레이드 과정에서 넥센과의 현금 거래는 없었다. 트레이드 당시 김택형이 재활 중이었지만, 두 좌완 투수에 대한 평가 가치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KBO는 뒷돈 트레이드가 밝혀진 5월 28일 지난해 넥센과 KIA·SK 간의 트레이드에선 현금 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구단을 통해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구단들의 일방적인 주장뿐이다. 한 KBO 관계자는 “아직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다른 구단에 대해) 더 확실히 조사해야 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라고 인정했다.

올 시즌 넥센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사기·배임 횡령 등으로 수감 중인 이장석 전 대표의 ‘옥중 지시’ 논란과 신인 투수 안우진의 학교 폭력 논란, 그리고 투수 조상우·포수 박동원의 성폭행 의혹 등 끝없는 악재가 쏟아졌다. ‘뒷돈 트레이드’는 앞선 악재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KBO리그 전체가 ‘도덕적 해이’에 빠진 모양새인 까닭이다. KBO와 구단이 아닌 제삼자가 개입해 투명하고 공정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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