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단장의 증언 "히어로즈와의 뒷돈 트레이드, KBO 과거 수뇌부들 알고 있었다. 구단들과 KBO가 합심해 야구팬들을 속여온 것"

야구계와 사회가 '히어로즈 퇴출'과 관련해 냉정한 논의를 할 때가 왔다(사진=엠스플뉴스)
야구계와 사회가 '히어로즈 퇴출'과 관련해 냉정한 논의를 할 때가 왔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의 ‘뒷돈 트레이드’ 내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5월 30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단 자체 조사 결과, 과거 히어로즈와 현금 포함 트레이드 계약 중 신고하지 않았거나 발표와는 다른 계약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KBO가 보도자료에 첨부한 ‘히어로즈 트레이드 현황’에 보면 거의 모든 구단이 히어로즈와 뒷돈 트레이드에 참여했거나 트레이드 머니를 축소해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외가 있다면 SK 와이번스가 유일했다.

KBO는 “히어로즈를 포함한 KBO 리그 9개 구단은 과거 있었던 잘못된 양도·양수 계약에 대해 깊게 뉘우치며, 향후 이러한 일들이 절대 재발되지 않도록 KBO와 함께 리그의 회원사로서 전 구단이 노력하기로 다짐한다는 의지를 KBO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 단장의 한숨 “구단 고참 직원한테 ‘왜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KBO도 다 알면서 묻지 않는데 굳이 구단이 제대로 신고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하고 답하더라. 구단들과 과거 KBO 수뇌부가 합심해 팬들을 철저히 속여왔다.”

시민의 혈세로 지은 서울 고척돔. 현 히어로즈 구단이 이 구장을 계속 쓰도록 놔두는 게 과연 온당한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시민의 혈세로 지은 서울 고척돔. 현 히어로즈 구단이 이 구장을 계속 쓰도록 놔두는 게 과연 온당한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사진=엠스플뉴스)

야구계 인사들은 “히어로즈 ‘뒷돈 트레이드’ 파문의 실체적 진실이 생각보다 빠르게 드러났다”며 “KBO가 잘 조사했고, 10개 구단 역시 솔직하게 과거의 잘못을 털어놨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사천리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배경은 무엇일까.

한 구단 단장은 “‘숨긴다고 숨겨지겠느냐’는 게 많은 단장의 생각이었다” “단장들 사이에서 ‘숨기기보단 이참에 모두 밝히고, 다음부턴 절대 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는 게 더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합의를 도출한 뒤 단장들이 KBO에 연락을 취해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30일 구단 단장들과 KBO 관계자가 참석한 회의에서 과거 미신고한 ‘현금 트레이드건’과 축소 신고한 금액 등 모두를 털어놨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 단장은 “우리 구단도 연루돼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작 눈길을 끈 건 다음 말이었다. 이 단장은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에 “좀 더 일찍 사실을 털어놨다면 지금처럼 대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하고 아쉬워했다.

그리고선 우리 구단 고참 직원한테 ‘왜 처음부터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거냐. 제대로 신고를 못했다면 나중에라도 정직하게 신고해야지 왜 하지 않은 거냐’고 묻자 ‘과거 KBO 수뇌부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굳이 묻지 않는데 구단이 대답할 필요가 있었겠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구단부터 KBO까지 모두가 아무 문제의식없이 팬들을 철저히 속여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어쨌거나 KBO 현 수뇌부와 9개 구단이 과거와 달리 ‘은폐’ 대신 ‘사실인정’과 ‘반성’에 나선 건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 야구계가 할 일은 왜 이런 일이 터졌고, 누가 이런 일에 관련됐으며, 누가 이런 기만을 비호했는지를 철저히 밝히는 일이다. 그리고 덧붙여 리그 안정과 발전을 위해 현 히어로즈 구단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은지 냉정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퇴출까지도 논해야 한다.

야구계 일각에선 '재산권'과 '지분 관계'를 들어 "히어로즈의 정상화를 위해 야구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고 보지만, 법조계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논의이며 왜 충분한지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많다"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히어로즈를 이렇게 만든 건 최대 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뿐만아니라 기타 주주들의 방관과 협조도 한몫했다. 지금 와 이들이 '정의'니 '구단 정상화'니 목소릴 내는 건 더 많은 지분을 갖기 위한 재산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의 지분과 재산권보다 중요한 건 리그의 안정과 리그의 항구적 발전이다.

이동섭 기자 dinoegg509@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