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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프로야구 위기 해법? SK 야구, 강다니엘을 보면 길이 보인다

  • 기사입력 2019.07.17 11:50:02   |   최종수정 2019.07.17 14: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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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KBO리그,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관중 8% 감소…위기 맞다

-위기일수록 근본적인 해법 찾아야…야구 콘텐츠의 질 높이고 야구장 밖에서 새로운 고객 찾아야

-홈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 선물하려는 SK 와이번스의 노력

-강다니엘 시구 이벤트가 안긴 충격…야구장 밖으로 나가야 해법이 보인다

 

관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사진=엠스플뉴스) 관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프로야구가 위기다.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관중이 눈에 띄게 줄었다. 7월 16일 현재 리그 경기당 평균관중(10,794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11,688) 대비 약 8%가 줄어들었다. 중계방송사 시청률과 포털사이트 중계 접속자 수도 감소했다. 기사, 동영상 등 야구 콘텐츠 PV의 감소도 눈에 띈다. 덕분에 요즘 KBO, 구단 실무자들과 얘길 나눌 때는 서로 한숨부터 쉬고 시작할 때가 많다.

 

위기가 가시화되자 선무당이 북치고 장구를 친다. 상관관계도 인과관계도 없는 피상적이고 일차원적인 분석이 범람한다. 야구 수준이 예전보다 떨어지고 저질 경기가 많아서 관중이 줄었다는 진단이 대표적이다. 틀렸다. 야구 수준은 오히려 예전보다 높아졌다. 저질 경기도 특정 한 구단의 문제이지 리그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 

 

공인구 교체로 시원한 홈런이 안 나와서 관중이 안 온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안하지만 틀렸다. KBO리그가 역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2012시즌은 리그 역사상 가장 극심한 투고타저 시즌이었다. 그 외 심판 문제, 각종 사건과 사고, 불경기는 프로야구 인기가 하락세인 수백가지 원인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심각한 위기일수록 보다 근본적인 곳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일차적으로는 야구와 KBO리그라는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가치를 향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면에서 1위팀 SK 와이번스만큼 모범적인 사례도 없다. 단지 60승 1무 30패 승률 0.667로 뉴욕 양키스급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지 경기에 이기고 지는 차원을 넘어, 팬의 입장에서 최상의 경기를 선보이려는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 “홈경기 성적은 물론 내용까지 신경쓴다”

 

염경엽 감독은 홈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염경엽 감독은 홈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다고 밝혔다(사진=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는 리그에서 원정경기 승률이 가장 좋은 팀이다. 홈에서도 31승 1무 15패로 잘 하고 있지만, 원정에선 32승 15패로 0.680대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정작 염경엽 감독은 원정보다는 홈에서 많이 이기고 싶다며 홈 승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염 감독은 “물론 홈이든 원정이든 이기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왕이면 홈에서 더 많이 이기는 게 좋다. 원정에서 이기려면 1이닝을 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만큼 투수들이 더 던져야 한다. 홈에서 많이 이겨야 투수들이 부담하는 이닝도 적다”고 했다. 

 

단지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홈 승률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그보단 홈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크다. 염 감독은 야구란 게 원래 홈에서 많이 이겨야 한다. 또 홈에선 지더라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 이기는 것도 어렵지만, 지는 경기도 그냥 질 수 없는 게 홈 경기다. 홈 팬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홈에서는 지는 경기도 신경써야 한다. 우리는 홈 경기 때는 큰 점수차로 지고 있어도 핵심 선수를 웬만해선 교체하지 않는다. 홈에선 SK 야구를 보러 온 분도 있지만 최 정을 보러 온 팬도 있을 거고, 제이미 로맥을 보러 온 분들도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홈에서 지는 게임이 더 힘들다.” 염 감독의 말이다.

 

또 염 감독은 “지더라도 일방적인 경기가 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지는 경기에서 투수 기용이 참 힘들다. 일방적으로 박살나는 경기가 되면 안 된다. 투수가 맞고 있는데 그냥 놔두기보단 대량실점 되기 전에 좀 더 빨리 바꿔준다. 원정보다 홈에서 투수를 좀 더 많이 바꾼다. 최대한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선수를 기용하고 전략을 짜는 데 홈 팬들의 ‘경험’과 ‘감정’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그렇게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도 대패를 막지 못했을 때는? 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린다. SK는 지난해 8월 11일과 12일 홈 KIA전에서 2경기 연속 충격의 대패를 당한 뒤 실제로 그렇게 했다. 당시 류준열 대표이사, 염경엽 당시 단장, 프런트 전 직원이 총출동해 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며 사과했다. 이게 SK가 홈 팬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이어 염 감독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다들 열심히 한다. 점수차가 크든 작든 대충하지 않고, 똑같이 슬라이딩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바탕에 깔려 있다. 발이 느린 이재원, 허도환조차도 능력 안에서 열심히 뛴다”고 칭찬했다.

 

선수로서 해야할 기본이기도 하지만 동료를 위한 배려이고 팀 플레이다. 그런 바탕이 60승과 플러스 30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야구라는 콘텐츠의 핵심인 ‘경기’의 질을 높이고, 더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려는 선수단 전체의 노력이 지금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논란의 강다니엘 시구? 그날 수십만 강다니엘 팬들이 프로야구를 접했다

 

현재 K팝 시장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강다니엘. 사직 경기에 강다니엘 시구를 보러 1만 5천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사진=엠스플뉴스) 현재 K팝 시장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강다니엘. 사직 경기에 강다니엘 시구를 보러 1만 5천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사진=엠스플뉴스)

 

물론 좋은 경기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매력적인 스타 플레이어도 많고 팀 성적도 리그 3위인데 관중 수는 최하위인 키움 히어로즈가 대표적인 예다. 

 

많은 실무자들은 현재 프로야구의 위기가 스포츠와 콘텐츠 산업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에서 나온 결과라고 보고 있다. 사람들의 시간과 돈은 한정돼 있는데, 야구 외에도 눈과 귀를 잡아끄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고객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야구 열성팬이라면 남는 시간에 계속 야구장을 찾아 야구를 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야구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 시간에 넷플릭스로 미드 세 시즌을 몰아서 보거나, 복합쇼핑몰에서 먹고 사고 즐기며 하루를 보내거나, 아이돌 가수의 영상을 무한반복으로 돌려보며 여가를 보낸다. 프로야구의 경쟁자는 이제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만이 아니다. 모든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프로야구의 잠재적 경쟁자다.

 

이 면에서 최근 롯데가 선보인 ‘강다니엘 시구’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일각에선 이날 이벤트를 놓고 ‘야구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에서 오로지 야구만으로 평일 관중 15,000석을 채울 방법이 있을까. 바로 2주전 같은 요일 열린 사직 경기엔 겨우 7,000명대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 데 그쳤다. 화요일 NC전 15,000명 관중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적어도 그날 사직을 직접 찾거나 중계방송을 시청한 수십만의 강다니엘 팬들은 프로야구라는 콘텐츠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그 가운데 일부는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됐을지도 모른다. 실제 강다니엘 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중에는 야구가 의외로 재미있더라는 경험담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다. 

 

야구장 안에서만 머리를 싸매고 해결책을 찾으려 해선 위기 탈출의 길은 보이지 않는다. 꼭 야구가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 업체지만 검색은 구글이 제공하는 수백가지 서비스 중에 하나일 뿐이다. 프로야구단 역시 야구가 주력사업이되, 야구를 기둥삼아 다양한 영역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야구를 잘 하는 건 기본이다. 이제는 야구장 벽을 허물고 밖으로 나가야 길이 보인다.

 

이 면에서도 SK 와이번스는 모범이 되는 팀이다. 압도적 1위를 달리는 팀이지만 SK는 오매불망 야구 잘하는 데만 신경쓰지 않는다. 야구 외적인 분야에서도 1위다. SK는 정성을 다한 팬서비스로 야구장을 찾은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한다. 초대형 전광판과 각종 이벤트로 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것은 물론, 선수단 전체가 친절한 팬서비스로 호평을 받는다. ‘연쇄싸인마’로 알려진 박종훈을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가 팬서비스에 최선을 다한다. 

 

팬서비스 잘하는 선수에겐 구단 자체적으로 상도 준다. ‘구단이 준비한 이벤트와 방송 출연·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나서 구단 이미지를 높인 선수’를 대상으로 매월 ‘고객 만족 챔피언’이란 상을 시상하고, 수상자의 이름으로 선수단에 피자와 커피를 제공한다. 

 

해마다 여는 ‘희망더하기 캠페인’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행사는 희소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고 응원하는 중심으로 진행됐다. 선수들이 기부한 애장용품을 판매해 돈을 모으고, 홈경기 입장 수익을 모아 난치질환 아이들의 치료에 보탰다. 이런 노력이 야구단의 이미지를 높이고, 리그의 가치를 높인다.

 

야구장 밖에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활동도 열심이다. 사회공헌 활동 '오픈 커뮤니티'와 지역 경제 상생을 위한 '오픈 마케팅'을 기반으로 지역 친화 마케팅을 펼쳤다. 메이저리그에서만 보던 반려견 동반 관람 행사 ‘도그데이’를 통해 애견인들에게도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KBO 구단 최초로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채널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SK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KBO리그 전체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래야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야구에 관계된 모든 종사자가 존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 위기가 누구 한 사람, 한 조직만의 책임이 아니듯 위기 탈출도 누구 한 사람, 한 구단만 잘한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야구와 리그의 가치를 높이려는 SK의 고민과 노력을 보다 많은 구단과 리그 전체가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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