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KBO리그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 논란
-심판 ‘재량’의 의미를 조금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1+1’ ML 식 판독 제도 도입되려면 구단 자체 판독 시스템 도입 필수
-비디오 판독 ‘오독’ 가능성 줄이는 동시에 번복 영상 공개 필요

최근 KBO리그에선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최근 KBO리그에선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다.”

KBO리그 심판진을 향한 야구팬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기본적인 판정뿐만 아니라 비디오 판독도 마찬가지다. 오심을 줄이고자 만든 비디오 판독 제도에서도 다양한 오심과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짧고 명확하고 공정한 비디오 판독. 팬들이 원하는 비디오 판독의 진화 방향성은 분명하다.

비디오 판독과 관련한 논란은 7월 6일 대전에서 열린 KT WIZ와 한화 이글스와의 맞대결에서 발생했다. 이날 한화는 7대 8로 9회 말 1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선 김태균은 KT 마무리 투수 이대은을 상대로 유격수 방면 병살타를 때렸다. 경기가 종료된 상황에서 한화 한용덕 감독이 1루 아웃 판정을 향해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다. 심판진은 그라운드에 모여 비디오 판독을 결정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타자 주자 김태균의 세이프 판정으로 8대 8 동점이 됐다. 결국, 연장 10회 말 장진혁의 끝내기 안타로 한화가 9-8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한화는 이미 주어진 두 차례 비디오 판독 기회를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제28조 비디오 판독 5항의 ‘비디오 판독의 기회’에서 ‘구단의 신청과 별도로 경기당 1회에 한해 심판의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을 바꿨다. 당시 심판진의 설명에 따르면 한 감독의 항의와 상관없이 이날 비디오 판독은 심판 재량으로 이뤄졌기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심판 '재량'의 의미를 더 명확해야 한다

KT 이강철 감독은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 논란 다음날 홈충돌 방지법 관련 비디오 판독 상황에서 심판과 충돌해 퇴장을 당했다(사진=엠스플뉴스)
KT 이강철 감독은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 논란 다음날 홈충돌 방지법 관련 비디오 판독 상황에서 심판과 충돌해 퇴장을 당했다(사진=엠스플뉴스)

하지만, 현장에선 당시 심판진의 재량 비디오 판독 결정을 향한 논란의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이 사건을 지켜본 A 감독은 심판진의 재량 비디오 판독 신설 규정은 4심이 모두 해당 상황을 보지 못했을 경우 재량으로 비디오 판독을 하도록 하는 취지에서 만든 거로 안다. 그런데 이번 상황은 4심이 모두 보지 못한 상황이 아니었다. 단순한 세이프·아웃 판정과 관련한 비디오 판독이었는데 결과적으로만 보면 한 팀이 비디오 판독 기회를 하나 더 얻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량’의 범위와 의미를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단 의견도 있었다. B 구단 관계자는 올 시즌 경기 도중 심판진이 재량 비디오 판독을 할까 고민하다가 당시 경기 중반이라 결정하지 못했단 얘길 들었다. 혹시나 경기 막판에 애매한 상황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걱정한 탓이었다. 7회 이후 중요한 승부처에서 심판진이 모든 상황을 열어놓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KBO도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과 관련해 규정이 만들어진 취지는 4심이 보지 못한 상황을 판독하기 위함이라도 인정했다. 하지만, KBO는 ‘재량’이라는 단어와 관련해 확실한 상황 제한을 둔 건 아니라고 밝혔다. KBO 고위 관계자는 순간적으로 그 상황을 4심이 모두 놓쳤을 때 자체적으로 판독 결정을 내리고자 한 게 재량 비디오 판독 규정 도입의 취지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4심이 못 본 상황에만 제약을 둔 건 아니다. 오심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폭넓게 재량 비디오 판독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경기당 한 차례 재량 판독 기회를 준 것도 모든 구단이 시즌 전 수용했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ML 식 메이저리그 판독 도입 위해선 구단 자체 영상 판독 시스템 도입 필요

메이저리그 벤치코치들은 비디오 판독 상황 발생시 구단 자체 판독 영상 분석실에 연락을 취해 판독 여부를 결정한다(사진=gettyimages)
메이저리그 벤치코치들은 비디오 판독 상황 발생시 구단 자체 판독 영상 분석실에 연락을 취해 판독 여부를 결정한다(사진=gettyimages)

재량 비디오 판독을 떠나 비디오 판독 횟수를 늘려야 한단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KBO리그 비디오 판독 규정은 정규 이닝 동안 한 팀당 총 2회의 판독 신청 기회를 준다. 연장전으로 갈 경우 한 차례 기회가 더 주어진다. 정규 이닝에서 첫 비디오 판독 신청이 번복으로 이어질 경우 신청 횟수 차감이 되지 않는 ‘2+1’ 판독 신청 횟수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도 크다.

반대로 미국 메이저리그와 같이 ‘1+1’ 판독 신청 횟수로 경기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메이저리그에선 팀당 첫 비디오 판독 신청이 성공해야 두 번째 비디오 판독 신청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구단 자체적으로 비디오 판독 신청 여부를 확인할 시스템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제도다.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시청자들이 흔히 보는 장면이 있다. 바로 애매한 판정 상황에서 벤치코치가 더그아웃에 있는 수화기를 통해 구단 자체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있는 관계자에게 판독 신청 여부를 묻는 장면이다. 대부분 선수나 코치의 감으로 신청하는 KBO리그 비디오 판독 신청 흐름과는 대비되는 메이저리그 시스템이다.

KBO 관계자는 지금 판독 시스템에서 비디오 판독 기회를 한 차례 더 준다면 경기 시간이 너무 늘어날 수 있다. 최근 KBO에서 수집한 통계를 보면 올 시즌 리그 전체 443경기가 진행됐을 때 총 489차례의 비디오 판독 신청이 있었다. 평균 1.1차례 정도 비디오 판독이 신청된 셈이다. 평균 판독 시간은 1분 4초였다. 이 통계를 고려하면 현행 비디오 판독 신청 가능 횟수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메이저리그식 1+1 비디오 판독 제도 도입도 구단별 자체 판독 시스템이 도입된 뒤에나 검토할 수 있는 문제다. 우선 비용과 시스템 구축 공간 문제가 크다. 한 구장에 홈 팀과 원정 팀이 모두 자체 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몇몇 낙후된 구장을 사용하는 곳에선 구단 자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만들 공간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KBO 관계자는 “구단 자체 판독 시스템 도입은 비용과 공간의 문제가 크다. 물론 그런 시스템이 도입된다면 1+1 제도가 가능해지는 동시에 판독 정확성과 경기 시간 단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감했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도 로봇이 개입할 시점이 곧 다가온다. KBO리그도 심판 판정과 비디오 판독과 관련한 진화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사진=gettyimages)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도 로봇이 개입할 시점이 곧 다가온다. KBO리그도 심판 판정과 비디오 판독과 관련한 진화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사진=gettyimages)

비디오 판독 과정에서 나오는 ‘오독’도 KBO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KBO리그 비디오 판독에 사용되는 KBO 자체 카메라 숫자는 야구장당 8대다. 하지만, 방송사 중계 화면 없이 KBO 자체 카메라에서만 판독하는 건 한계가 있다. 방송사 중계 화면에 판정 논란 상황이 명확히 찍히지 않았을 경우 ‘오독’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

KBO 관계자는 비디오 판독 과정에서 방송사 제공 중계 화면으로 번복하는 때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상황에선 KBO 카메라와 방송사 중계 카메라가 서로 상호보완이 필요한 게 맞다. 메이저리그처럼 차후에 판정 번복된 영상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애틀랜틱 독립리그를 통해 로봇 스트라이크존을 실험 중이다. 구심이 경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스트라이크/볼 콜을 로봇 판정으로 듣고 선언한 경기도 나왔다. 심판의 성역으로 여겨진 스트라이크 존도 이제 로봇의 판단 영역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커졌다. 비디오 판독도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짧고 명확하고 공정하게’ 비디오 판독이 진화하는 건 시대의 요구다. KBO리그도 그 흐름에 맞춰야 팬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 것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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