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10개 구단 중에 8개 팀이 홈에서 5할 이상 승률

-원정경기 승률로 상하위권 나뉘어…상위권 팀은 원정에서도 강세, 하위권 팀은 원정 약세

-강팀이나 약팀이나 홈 어드밴티지 작용하는 건 똑같아

-원정경기 불리함 전력으로 상쇄하는 게 진짜 강팀

장거리 원정길은 피곤하다. 사진은 NC 이적 후 첫 잠실 원정에 나선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장거리 원정길은 피곤하다. 사진은 NC 이적 후 첫 잠실 원정에 나선 양의지(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상위권 팀과 하위권 팀, 북부리그와 남부리그의 차이는 ‘원정경기 성적’에서 나온다.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과 마찬가지로 야구 역시 홈 어드밴티지가 강하게 작용하는 종목이다. 농구나 축구보다는 덜하지만, 야구에서도 ‘안방’ 팀이 원정 팀보다 대체로 높은 승률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2014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시즌 동안 KBO리그 홈 팀이 거둔 승률은 0.531로 5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 시즌 리그 3위팀 한화 이글스의 승률 0.535과 비슷한 수준이며, 4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의 승률 0.521보다도 높은 승률이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홈 팀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7월 15일 현재 순위표를 보면 1위 SK 와이번스부터 8위 KIA 타이거즈까지 8개 팀이 모두 홈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9위 한화도 22승 24패, 10위 롯데 자이언츠도 21승 1무 24패로 시즌 승률에 비해 홈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한화팬과 롯데팬도 홈경기 때는 웃으며 집에 돌아갈 확률이 50%에 가까웠단 얘기다.

대신 원정경기 성적에선 양극화 경향이 강했다. 하위권 팀들은 하나같이 원정경기에서 비참한 성적을 올렸다. 하위권 5개 팀 중에 그나마 원정 성적이 좋은 편인 삼성 라이온즈조차 16승 1무 31패 승률 0.340에 그쳤다.

나머지 팀들은 전부 0.333 이하의 원정 승률을 기록 중이다. KT 위즈는 원정에서 16승 1무 32패로 -16승을 기록 중이고 KIA도 14승 1무 30패로 승패마진이 -16승이다. 한화는 원정에서 13승 32패로 승패마진 -19를 기록 중이며, 롯데는 12승 1무 33패로 승패마진이 -21승에 달한다.

1위팀 SK가 원정에서 32승 15패, 2위 두산 베어스가 27승 20패, 3위 키움이 25승 22패로 5할 이상의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4위 LG 트윈스도 원정에서 23승 22패로 손해는 보지 않았고, 5위 NC 다이노스는 19승 25패의 원정 성적을 기록했다.

원정경기 잘 해서 강팀? 강팀이니까 원정경기에서도 잘 하는 것

잠실 원정길에 나선 이대호. 올 시즌 롯데는 원정경기 성적이 좋지 못하다(사진=엠스플뉴스)
잠실 원정길에 나선 이대호. 올 시즌 롯데는 원정경기 성적이 좋지 못하다(사진=엠스플뉴스)

상위권 팀은 대부분 원정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하위권 팀은 하나같이 원정에서 승리의 두 배에 가까운 패배를 당했다. 상위권 팀이 원정경기에서 강점을 보이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홈보다 원정에서 좋은 승률을 기록한 SK 염경엽 감독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원정경기보다는 홈에서 더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상위권 팀이나 하위권 팀이나 홈보다 원정이 불편하고 불리한 건 마찬가지다. ‘홈 어드밴티지’의 실체를 놓고 그간 학계와 스포츠계에선 장거리 이동과 원정 숙소의 불편함, 홈구장 적응력, 선공 아닌 후공이 갖는 이점, 진화생물학적 가설까지 다양한 설명이 나왔다. 원정팀보다 쾌적한 홈팀 라커룸 시설, 경기전 루틴을 실행하기 유리한 환경도 이유로 거론된다.

심판이 무의식중에 홈팀에게 더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주장도 있다. 메이저리그 투구추적시스템 데이터를 장기간 분석한 결과, 홈 팀 타자들이 원정 팀 타자들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리한 볼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상황의 중요도가 높고 까다로운 판정일 수록 홈 팀이 유리한 판정을 받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또 홈 관중이 많은 경기일 수록 홈 팀에 유리한 판정이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심판이 의도적으로 홈 팀을 편들어서가 아니다. 열광적인 홈 팬들의 응원이 심판에게 무의식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홈 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홈 팀에 유리하고 원정 팀에 불리한 이런 조건은 1위 SK나 10위 롯데나 마찬가지다. SK라는 아웃라이어를 제외하면, 두산과 키움 등 다른 상위권 팀들은 홈경기보다 원정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상위권 팀의 원정경기에도 일정부분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이들 팀이 원정에서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한 건, 홈 어드밴티지를 상쇄할 만큼 강한 경기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KBO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역대 리그 상위권 팀 중에 원정경기에서 5할 이하 승률을 기록한 팀은 보기 드물다. 상위권 팀이라고 원정의 불리함을 이겨낼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원정경기에 강해서 강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단 상위권 전력을 갖춘 강팀이기에 원정에서도 홈에서만큼 잘 싸운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염경엽 감독은 “프로라면 홈경기에서 잘해야 한다. 홈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홈에서 많이 이기는 건 프로팀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강팀은 원정경기에서도 많이 이긴다. 홈 어드밴티지의 불리한 조건 정도는 가볍게 ‘공기’로 만들 수 있어야 진짜 강팀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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