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2연전 연패’ SK 와이번스, PO 탈락 벼랑 끝 위기
-1차전과 2차전 모두 다르게 안 좋은 방향으로 패한 SK
-정규시즌 ‘그대로’ 선수들을 믿은 SK 벤치, 믿음에 보답하지 못한 SK 선수들
-무서운 상승세 키움 막기 위해선 절박한 변화의 묘수가 필요

SK 박경완 수석코치(사진 왼쪽부터)와 염경엽 감독이 경기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SK)
SK 박경완 수석코치(사진 왼쪽부터)와 염경엽 감독이 경기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SK)

[엠스플뉴스]

10월 1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보여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 간의 명승부는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틀 뒤 치러야 함에도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한 현장 관계자는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결과를 두고 고갤 갸우뚱거렸다.

이 관계자는 NC가 경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극적인 반전의 조연이 됐다.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끝까지 전력을 다했으면 끝내기 패배가 아닌 승리가 돌아와야 더그아웃 분위기가 좋았을 거다. 오히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팀 분위기가 꺾이는 일만 벌어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분위기 싸움에서 밀릴 수 있는 상황이 나온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하며 허망한 탈락을 맛봤다. 이틀 전 좋지 않았던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이 상황은 SK 와이번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SK는 정규시즌 최종전에 우승컵이 두산으로 넘어가는 걸 허무하게 지켜봤다. 시즌 초반 이후 내내 압도적인 1위를 달리다가 2위로 떨어진 상실감을 치유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SK 염경엽 감독도 떨어진 팀 분위기를 플레이오프 준비 기간에 어떻게 올릴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시리즈 전 정규시즌 결과는 이미 끝났기에 잊어야 할 일이다. 이제 포스트시즌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다. 시즌 막판 안 좋았던 분위기를 잊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전환해야 한다.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전체 미팅을 3~4시간 정도 진행했다. 선수들도 큰 동요 없이 플레이오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에 집중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SK는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포스트시즌 캐치프레이즈도 ‘ONCE AGAIN! CHALLENGE! 또 한 번의 도전!’으로 정했다. 하지만, SK는 시즌 막판 안 좋았던 흐름을 첫 홈 2연전에서 바꾸지 못했다. ‘에이스’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를 내세웠음에도 충격의 2연패를 당하며 시리즈 스윕 위기에 빠진 것이다.

정규시즌 좋았던 '그대로'를 들고나온 SK, 별다른 반전이 없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 3회 말 한동민의 2점 홈런 뒤 나온 선수들의 세리모니. 가장 애타게 기다리던 홈런포가 쏟아졌음에도 SK는 믿었던 마운드가 무너지며 무릎을 꿇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플레이오프 2차전 3회 말 한동민의 2점 홈런 뒤 나온 선수들의 세리모니. 가장 애타게 기다리던 홈런포가 쏟아졌음에도 SK는 믿었던 마운드가 무너지며 무릎을 꿇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는 1차전과 2차전 모두 다른 방향으로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정규시즌에서 잘하던 ‘그대로’의 SK를 보여주고자 했으나 오히려 ‘그대로’였기에 별다른 반전이 없었다.

SK의 1차전 선발 라인업은 김강민(중견수)-고종욱(지명타자)-최 정(3루수)-제이미 로맥(1루수)-한동민(우익수)-이재원(포수)-최 항(2루수)-김성현(유격수)-노수광(좌익수)이었다. SK 벤치는 정규시즌 막판에 주로 사용한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나왔다. 이날 리드오프인 김강민(2안타)을 제외하곤 중심 타선의 활약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연장 11회까지 6안타 6볼넷 무득점 침묵에 빠졌던 SK는 11회 초 3점을 내주며 패했다. 특히 염 감독이 타선의 키 플레이어로 꼽았던 최 정과 한동민의 부진이 결정타였다.

선발 타순을 정규시즌 ‘그대로’ 사용하다 1차전을 내준 SK 벤치는 2차전부터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한동민 2번 전진 카드는 2차전에서 어느 정도 통했다. 한동민은 2차전에서 3회 말 2점 홈런과 더불어 5회 말 추격의 2타점 적시타로 벤치가 기대했던 그림을 만들었다. 로맥도 솔로 홈런 두 방을 쏘아 올리며 ‘홈런 군단’의 부활을 알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오히려 믿었던 마운드가 발목을 잡았다. 2차전 선발 투수 산체스는 3회까지 무실점으로 순항하다가 4회 초와 5회 초 각각 3점씩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5회 초 김하성에게 맞은 2점 홈런은 이날 경기 흐름을 뒤바꾼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SK는 올 시즌 내내 빈타에 시달렸음에도 마운드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선발진의 힘이 대단했다. SK 벤치가 2차전 산체스에게 기대한 것도 정규시즌 그대로 선발 야구의 힘을 보여주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이런 벤치의 기대와 다르게 산체스는 4회와 5회 집중타를 허용하며 그대로 붕괴했다. 김하성의 타석 때 불펜이 조기 투입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많은 불펜 투수를 통해 벌 떼 야구를 보여주는 키움과는 대척점에 있는 SK의 운영이었다.

그나마 2차전 후반 잡은 7대 6 리드도 믿었던 필승조가 날렸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서진용과 문승원이 각각 이지영과 대타 송성문에게 동점 및 역전 적시타를 맞았다. 정규시즌 막판 불펜에서 안 좋았던 문승원보단 마무리 하재훈을 가장 큰 위기 상황에서 조기 투입하는 승부수가 아쉬웠다. 가장 강한 투수를 가장 큰 위기 순간에 쓰는 키움 불펜 운영과도 대비되는 운영이었다. 키움의 상승세를 꺾기 위해선 평소와 ‘그대로’가 아닌 평소와 ‘다른’ 강력한 승부수도 필요했을 수도 있었다.

키움 기세 꺾기 위해선 절박한 변화의 묘수가 필요

SK 염경엽 감독이 타선의 키 플레이어로 꼽은 내야수 최 정에게 타격 훈련 도중 조언을 건네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 염경엽 감독이 타선의 키 플레이어로 꼽은 내야수 최 정에게 타격 훈련 도중 조언을 건네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염경엽 감독은 2차전 종료 뒤 투수 교체 타이밍과 관련해 투수의 ‘구위’를 믿었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산체스가 주자 있는 상황에서 실투를 많이 던졌다. 이를 상대 타자들이 놓치지 않아 어려운 경기가 됐다. 두 번째는 막아야 할 하위 타순을 봉쇄하지 못한 게 오늘 패인인 듯싶다. 산체스는 구위가 나쁘지 않았기에 교체 타이밍을 5회 이후로 생각했다. 하지만, 김하성에게 한 방을 맞은 게 컸다. 문승원도 1차전 등판 때 구위가 나쁘지 않았기에 투입했다. 1루수 로맥이 몸 앞에다 막았으면 좋은 결과가 나왔을 텐데 운이 따르지 않았다며 승부처를 복기했다.

믿음과 승부수의 차이는 한 끗 차일 수 있다. SK 벤치는 정규시즌 평소와 ‘그대로’ 선수들을 향한 믿음에 더 중점을 뒀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그 믿음에 부응하지 못하며 벼랑 끝까지 몰렸다. 이제 지면 탈락인 3차전부터 염 감독을 비롯한 SK 벤치가 어떤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어떤 방향이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SK의 상황과 별개로 키움의 기세가 대단한 점도 분명히 있다. 키움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SK에 패한 그 기억을 여전히 가슴속에 새기고 있었다. 2차전 결승타를 날린 키움 내야수 송성문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패배를 맛보고 나서 선수들의 마음속에 간절함이 더 새겨진 상태다. 지난해 시리즈에선 젊은 선수들이 경험이 처음이니까 무언가 재밌게 즐기자는 마음이 컸다. 이번엔 꼭 한국시리즈에 가겠단 비장함이 더 느껴진다. 더그아웃에 있으면 우리 팀이 질 거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1차전과 2차전에선 SK가 이런 젊은 키움의 기세를 막기엔 무언가 버거운 느낌이 있었다. 무엇보다 ‘또 한 번의 도전’이 허망한 구호로 끝난다면 SK엔 엄청난 타격이다. 하던 ‘그대로’가 아닌 더 절박한 심정으로 던져야 할 변화의 ‘묘수’가 SK 벤치에 필요하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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