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이대호 회장(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선수협 이대호 회장(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논현동]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KPBPA)가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의 FA(자유계약선수) 개선안 제시와 관련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가장 중요한 논점인 샐러리 캡 제도 기준을 둔 협의가 필요하단 게 선수협의 입장이다.
선수협은 12월 2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전체 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신임 사무총장 선임과 더불어 FA 개선안과 관련한 전체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KBO는 11월 28일 2019년 KBO 제6차 이사회에서 선수들의 자유롭고 활발한 이적을 위해 FA 취득 기간을 단축하고 FA 등급제 도입과 함께 보상 제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또 KBO리그 소속 선수의 최저 연봉을 3,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부상자 명단 제도 도입, 1군 엔트리 인원을 28명 등록·26명 출전으로 각각 확대 시행하는 등 주요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FA 등급제다. FA 등급제는 2020시즌 종료 뒤 곧바로 도입된다. 신규 FA 선수의 경우 기존 FA 계약 선수를 제외한 선수들 가운데 최근 3년간 리그 전체 평균 연봉 및 평균 옵션 금액 순위와 팀 내 연봉 순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이에 따른 보상도 등급별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A등급(구단 내 순위 3위 이내·전체 순위 30위 이내) FA 선수의 경우 기존 보상을 유지한다. B등급(구단 내 순위 4위~10위·전체 순위 31위~60위) FA 선수의 경우 보호 선수를 기존 20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하고 보상 금액도 전년도 연봉의 100%로 완화한다. C등급(구단 순위 11위 이하·전체 순위 61위 이하) FA 선수의 경우 선수 보상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하는 방안이다. 또 만 35세 이상 신규 FA의 경우에는 연봉 순위와 관계없이 C등급을 적용해 선수 보상 없는 이적이 가능하다.
FA 자격 재취득과 관련해서도 보상 요건이 달라진다. 두 번째 FA 자격 선수의 경우 신규 FA B등급과 동일하게 보상하고, 세 번째 이상 FA 자격 선수의 경우 신규 FA C등급과 동일한 보상 규정을 적용한다. 신규 FA에서 이미 C등급을 받은 선수는 FA 자격 재취득 때 세 번째 FA와 동일한 C등급을 받는다.
KBO와 구단 측은 FA 등급제와 더불어 2021시즌 뒤 샐러리 캡 제도 도입과 FA 취득 기간 1년 단축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안을 전했다. 하지만, 선수협 측은 샐러리 캡 제도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 못 받았기에 FA 개선안을 우선 거부한 상태였다. 결국, 선수협 총회 전체 투표로 KBO 이사회의 FA 개선안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한 뒤 샐러리 캡 제도 유형과 명확한 상한선과 하한선을 논의하는 조건부로 수용 결정을 내렸다.
'FA 개선안' 선수협 찬반 투표 결과 195명 찬성·151명 반대

선수협 전체 총회가 12월 2일 개최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선수협 전체 총회가 12월 2일 개최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FA 개선안을 두고 한 선수협 총회 전체 투표는 195명 찬성·151명 반대 결과가 나왔다. 선수협 이대호 회장은 총회 및 시상식 종료 뒤 취재진과 만나 전체 투표 결과 이사회 제안에 찬성하기로 했다. 다만, 조건부 수용으로 봐야 한다. 샐러리 캡 기준이 명확하게 안 나와 있다. 그건 정확히 알고 가야 한다. 대뜸 샐러리 캡 얘기가 나왔다. 우리도 샐러리 캡을 하겠단 얘기만 들었지만, 정확한 금액을 제시 받은 것도 아니다. 이렇게 해라고 일방적으로 나온 거라 처음엔 우리도 당황스러웠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샐러리 캡 제안을 완전히 거부하는 게 아닌 명확한 기준을 제시받고 KBO와 구단 측과 함께 협의해나가고 싶단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샐러리 캡 제도 유형과 상한선과 하한선 금액을 정확하게 다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젊은 선수들은 언론 기사를 통해 샐러리 캡 도입을 알게 된 경우가 많았다. 선수 측도 보상 기준에 있어 양보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겠지만, 샐러리 캡 기준과 관련한 부분은 확실히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만약 샐러리 캡 제도 기준이 선수협이 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협의된다면 등급제와 보상 기준 변화 등 KBO 이사회의 나머지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단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 선수협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를 포함해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한국 야구가 위기 상황이라고 우리도 생각하고 통감한다. 팬들에게 더 다가가야 하고, 구단과 함께 대화로 풀어나가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싸우는 건 보기가 안 좋다고 생각한다. 이사회에서도 우리 선수들을 생각한 거로 보기에 대화를 먼저 나누겠다. KBO도 당장 샐러리 캡 제도 제안에 있어 준비된 게 없지 않나. 정확한 기준이 어떤 건지 알고 싶을 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샐러리 캡 문제뿐만 아니라 FA 계약 시 구단의 4년 보유권 문제도 쟁점이다. FA 신분으로 2~3년 계약을 하더라도 향후 4년 동안 무조건 소속팀에 발이 묶이는 까닭이다. 이 회장은 FA 계약시 4년 보유권 문제 얘길 드렸는데 이번엔 그런 논의가 아예 없었다고 들었다. 부탁드린 걸 얘기 안 한 건 우리 입장에선 서운한 부분이다. 사실 4년이란 기간이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2~3년 FA 계약을 할 수 있지만, 4년 보유권 문제가 정말 크다. 나이든 중고참 선수들과 B, C등급 선수들이 갈 곳을 잃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더 활발한 FA 시장 흐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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