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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합리적 계약-뎁스 강화’ 한화, 현실 스토브리그의 숨은 승자

  • 기사입력 2020.01.24 11:49:34   |   최종수정 2020.01.24 11: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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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올겨울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 있는 스토브리그 보냈다

-내부 FA 전원 계약…잡음과 감정 대립 없이 합리적인 계약 끌어내

-2차 드래프트와 방출 선수 쏠쏠한 영입, 뎁스 강화 성공

-2군 육성도 시스템 구축…장기적 강팀 기반 마련해

 

김태균과 정민철 단장(사진=한화) 김태균과 정민철 단장(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백승수 단장과 드림즈 구단 중심으로 전개된다. 배우 남궁민이 연기하는 단장 캐릭터가 꼴찌팀에 단단히 박힌 돈을 빼내고, 발상의 전환으로 판을 흔드는 과정을 따라간다. 바이킹스 김종무 단장이나 펠리컨즈 오사훈 단장, 그리고 나머지 7개 구단의 이름 없는 단장들이 어디서 뭘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11월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2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선발투수와 백업 포수를 맞바꾼 윈-윈 트레이드였지만, 스포트라이트는 FA 영입 없이 포수난을 해결한 롯데 쪽에 쏠렸다. 이 트레이드를 기점으로 성민규 단장이 이끄는 롯데는 현실 스토브리그에서 화제의 중심이 됐다. 외국인 코치 영입, 외부 FA 안치홍 영입, 내부 FA 전준우 계약까지 롯데의 걸음걸음마다 찬사가 쏟아졌다.

 

롯데의 파격 행보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구단의 움직임은 덜 주목받거나,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드라마 화면에 나오지 않을 뿐, 롯데만큼 성공적인 겨울을 보낸 구단도 여럿 있다. 특히 롯데의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한화의 행보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잡음도 없이, 감정대립도 없이…내부 FA 계약 미션 완료

 

1년 만에 복귀하는 이용규. 선수단의 적극 지지 속에 주장을 맡았다(사진=엠스플뉴스) 1년 만에 복귀하는 이용규. 선수단의 적극 지지 속에 주장을 맡았다(사진=엠스플뉴스)

 

정민철 단장이 이끈 올겨울 한화의 스토브리그는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았다. ‘프로세스’ 같은 유행어나 발상을 뒤집는 새로운 시도도 없었다. 그렇다고 지난겨울처럼 내부 잡음으로 시끄러웠던 것도 아니다.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다소 심심한 스토리다. 갈등, 분열, 대립, 감정싸움, 빌런 같은 극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

 

하지만 극적 요소가 없다는 게 오히려 한화의 스토브리그가 성공적이었단 증거다. 한화는 지난해 겨울에 이어 올겨울에도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FA를 신청했다. 지난겨울엔 집토끼를 잡는 과정에 잡음이 많았다. 결국 셋 다 계약하긴 했지만 선수들의 상태는 ‘언해피’였다. 겨우내 쌓인 감정의 골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폭발했고, 결국 한화가 시즌을 망치는 원인이 됐다.

 

올해는 4명의 내부 FA와 계약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한정된 예산으로 오버페이 없이 베테랑 전원과 웃으며 계약하는 쉽지 않은 미션을 완수했다. 한화는 타 구단에서 탐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우람과 먼저 협상했다. 속전속결로 4년 39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구단도 진심으로 다가갔고, 선수도 팀을 먼저 생각해 금액을 양보하면서 빠르게 계약할 수 있었다.

 

이후 윤규진, 이성열, 김태균과도 해를 넘기긴 했지만 비교적 매끈하게 계약에 도달했다. 정 단장과 한화는 불필요하게 선수를 깎아내리거나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꼭 필요한 선수들’이라며 베테랑 선수들을 감쌌다.

 

모 구단처럼 다 잡은 토끼라는 생각에 안이하게 협상하지도 않았다. 협상 초반엔 단장이 직접 나와 부드러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선수들에게 신뢰를 줬다. 이후 실무자가 지속해서 선수들과 교감을 이어가다, 계약조건을 제시하고 최종 협상하는 단계에선 다시 단장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계약을 마무리했다.

 

FA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 구단이 생각하기에 ‘합리적’ 계약을 하면서, 베테랑 선수도 수긍할 만한 조건을 끌어내긴 쉽지 않다. 한화는 창의성을 발휘했다. 윤규진과는 첫 계약 1년에 플러스 1년의 옵션을 뒀다. 첫해 연봉은 1억 7천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3천만 원이 적지만, 1년 차에 좋은 결과를 내면 2년째에 2억 3천만 원을 받는 조건이다.

 

이성열과도 플러스 1년을 활용해 합의점을 찾았다. 첫 2년간은 최대 14억 원을 받는 조건. 2년 계약 뒤 이성열의 38세 시즌 때 구단이 1년 옵션을 실행하면, 연봉 4억 원과 옵션 2억 원이 추가돼 계약 규모가 총 3년 20억 원까지 커지는 조건이다. 옵션을 실행하지 않으면 선수는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에이징 커브에 따르는 부담을 줄이면서,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계약이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과는 ‘1년 계약’으로 매듭을 지었다. 애초 구단에서는 2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태균이 먼저 1년을 요구해 합의에 도달했다. 개인적 욕심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김태균이 한발 물러선 결과다. 정 단장은 마지막 사흘 동안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아, 장시간 김태균과 대화하며 계약을 끌어냈다. 

 

이렇게 해서 한화는 ‘언해피’ 선수도 감정싸움도 없이, 집토끼 단속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김태균은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 있다. 올 시즌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며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2차 드래프트, 트레이드, 방출선수 영입으로 뎁스 강화…2군 육성엔 시스템 구축

 

한화는 일찌감치 채드벨, 워윅 서폴드 등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마쳤다(사진=엠스플뉴스) 한화는 일찌감치 채드벨, 워윅 서폴드 등 외국인 선수와 계약을 마쳤다(사진=엠스플뉴스)

 

쏠쏠한 전력 보강에도 성공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포수 이해창, 외야수 정진호, 좌완투수 이현호까지 즉시전력감만 셋을 데려왔다. 다음날엔 곧바로 트레이드로 지성준, 김주현을 롯데에 보내고 선발투수 장시환을 영입했다.

 

지난해 한화는 주전 포수 최재훈의 과부하가 심했다.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아야 할 지성준은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에 한화는 지성준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약점인 선발투수를 보강했다. 3, 4, 5선발이 시즌 내내 수시로 바뀌었던 한화에 27경기-12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투수의 가세는 큰 힘이다. 어린 선발 유망주들이 성장하는 데도 보탬이 될 전망이다. 

 

포수 이해창은 지난 시즌 부진했지만, 2018시즌까지 준수한 장타력과 프레이밍 능력, 강한 어깨로 1군 무대에서 활약했던 포수다. 한화 벤치도 올해는 좀 더 안심하고 최재훈에게 휴식을 줄 수 있게 됐다. 

 

정진호는 두산에서 4, 5번 외야수였지만 타력, 주루, 수비력을 고루 갖춘 좋은 외야 자원이다. 기회만 주어지면 충분히 주전급으로 활약할 잠재력이 있다. 정진호 영입은 한화가 FA 전준우 영입전에서 철수하는 계기가 됐다. 좌완 이현호도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많은 경기에 등판해, 마운드 뎁스 강화 효과가 기대된다. 

 

타 구단 방출 선수 중에선 SK에서 나온 거포 최승준, 롯데에서 나온 외야수 김문호를 영입했다. 최승준은 최근 부진했지만 홈런 파워가 뛰어난 선수고, 김문호도 한때 2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호타준족 외야수다. 반등에 성공한다면, 올 시즌 한화 전력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화는 신인 선수들을 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1군에 투입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이는 팀 성적도 추락하고, 선수들의 성장도 정체되는 결과로 돌아왔다. 올해는 전략을 바꿔 1군 경험 있는 선수들로 뎁스를 꽉 채웠다. 이를 통해 유망주들이 퓨처스에서 경험을 쌓고, 1군용으로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이런 계획이 성공을 거두려면 체계적인 2군 육성도 중요하다. 한화는 최원호 퓨처스 감독, 정경배 타격 코치를 영입해 2군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줬다.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갖춘 최 감독은 한화 육성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트레이닝, 기술, 멘탈 등 파트를 나눠 체계적이고 과학적 훈련을 도입할 예정이다. 첨단 장비도 십분 활용하고 바이오메카닉 이론도 도입한다. 산학협력 형태로 과학자들을 데려와 훈련에 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단순 훈련과 경기만 쳇바퀴 돌듯 반복했던 한화 육성에 처음으로 시스템이란 것이 생긴다. 단기 성적 향상은 물론 장기적으로 강팀으로 가기 위한 변화다.

 

비록 드라마틱하진 않아도, 소리 없이 강한 겨울을 보낸 한화 이글스. 24일엔 연봉 계약까지 마무리하며 스토브리그의 모든 과제를 완료했다. 설 연휴 뒤 2월 1일부터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정규시즌이란 타이틀의 새 드라마가 시작된다. 한화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드라마에서 주역이 되길 꿈꾸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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