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저반발 공인구 도입, 리그 홈런과 장타율 급감

-저반발 공인구 2년 차 맞는 타자들의 반성 “지난해 타격 밸런스 무너졌다”

-타자들의 해법은 ‘정확성’…“배트 중심에 맞히는 데 집중”

-공인구 핑계를 대기보단 어떻게든 해답을 찾는 게 프로 선수로서 해야 할 일

지난 시즌 공인구 여파로 고전한 김태균, 김현수, 이대호. 올 시즌 반등을 노린다(사진=엠스플뉴스)
지난 시즌 공인구 여파로 고전한 김태균, 김현수, 이대호. 올 시즌 반등을 노린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간다. 배트 중심에 정확하게 맞히는 데 집중한다. ‘저반발 공인구’ 2년 차 시즌을 맞이하는 KBO리그 타자들의 자세다.

지난 시즌 KBO는 공인구 반발계수 허용범위를 기존 0.4134∼0.4374에서 일본프로야구(NPB)와 같은 0.4034∼0.4234로 줄였다. 타자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예전 같으면 ‘넘어갔다’ 싶은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상황이 반복됐고, 적지 않은 타자가 멘탈 붕괴를 경험했다.

리그 홈런 개수는 2018년 1,756개에서 지난해 1,014개로 뚝 떨어졌다(전년 대비 56.7%). 10개 구단 전체가 팀 홈런 100개 이상을 때려냈던 2018년과 달리, 지난해엔 5개 구단만 100홈런 이상을 때렸다. 30홈런, 40홈런을 펑펑 때리던 타자들이 겨우겨우 두 자릿수 홈런을 채웠다. 실제로는 잘하고 있는데도 예년보다 ‘부진해 보이는’ 숫자 때문에 욕을 먹는 경우도 많았다.

공인구 얘기는 이제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LG 김현수의 말대로, 올 시즌에도 KBO리그는 계속해서 저반발 공인구를 사용한다. 이제는 덜 날아가는 공을 마운드 규격, 베이스 거리처럼 야구 환경의 하나로 받아들일 때다. 공인구에 대한 불만은 그만 접고, 공인구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공인구 여파에 타격 밸런스, 스윙 메커니즘 무너졌다” 타자들의 반성

롯데 손아섭은 2013, 2014시즌 보여줬던 정교하고 집요한 타격으로 돌아갈 참이다(사진=엠스플뉴스)
롯데 손아섭은 2013, 2014시즌 보여줬던 정교하고 집요한 타격으로 돌아갈 참이다(사진=엠스플뉴스)

출발은 공인구 여파에 무너지고, 흔들렸던 타격 밸런스를 되찾는 것이다. 타격은 어렵다. 아주 미세한 변화로도 큰 차이가 생기는 복잡하고 섬세한 운동이다. 지난해 많은 타자가 바뀐 공인구 효과에 당황했고,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자신만의 타격 밸런스와 장점을 잃었다. 그 여파가 시즌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롯데 이대호는 지난해엔 안 날아가는 공인구 영향이 있었다. 더 세게 치려다 보니 스윙도 커지고 배트스피드도 무뎌졌던 것 같다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한화 김태균도 “넘어갈 타구가 잡히고 빠져나갈 타구가 야수에게 잡히기 시작하면 타자 입장에선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더 세게 치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타격에 좋지 않은 영향으로 돌아온다. 그 이후 게임에도 악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KT 황재균도 지난해 공인구 변화에 적응 못 한 점이 아쉬웠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땐 몰랐는데 시즌 첫 경기인 SK전에서 넘어갔다고 생각한 타구가 상대 야수 바로 옆에서 잡히더라. 계속 공을 더 세게 치려고 왼쪽 어깨가 빨리 열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어깨를 안 쓰는 티 배팅으로 연습할 정도로 나도 모르게 타격 밸런스를 잃어버린 듯싶다고 공인구가 타격에 끼친 영향을 설명했다.

삼성 이원석은 “잘 맞은 타구가 허무하게 잡히면 정신적인 타격도 있다. 시즌 초반 흐름은 괜찮았다. 예전에 담장을 넘어가고 외야를 빠져야 할 타구가 잡히니까 공을 더 강하게 때려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원래 지닌 스윙 메커니즘이 무너졌다”고 했다.

올해는 저반발 공인구를 쓰는 2년째 시즌이다. 지난해 충분히 공인구 영향을 경험한 만큼, 타자들은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결 단단히 무장하고 올 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공의 반발력이 타구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오랫동안 지켜온 타격 폼과 밸런스에까지 영향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야구를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장 저다운 타격으로 돌파구를 찾을 겁니다. ‘김태균다운 타격’으로 2020시즌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김태균의 다짐이다.

“정확하게 맞히면 충분히 담장 넘길 수 있다” 타자들의 해법은 ‘컨택트’

NC 양의지는 저반발 공인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타자다(사진=NC)
NC 양의지는 저반발 공인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타자다(사진=NC)

지난해 리그를 강타한 공인구 여파 속에서도 몇몇 타자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타율 1위를 차지한 양의지를 비롯한 NC 타자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구단 투수코치는 NC 타자들은 대체로 히팅 포인트를 앞에 놓고 컨택트에 초점을 맞춰 타격한다. 아무래도 반발력이 약한 공은 뒤에서 맞았을 때보단 앞에서 맞혀야 멀리 날아간다라고 했다.

NC 관계자는 “겨우내 데이터 팀과 이동욱 감독, 이호준 타격코치가 논의해 타자들의 히팅 포인트를 앞쪽으로 옮기고 정확하게 때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전했다. 물론 히팅 포인트를 하루아침에 앞쪽으로 옮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신 ‘정확하게 맞히는’ 타격은 공인구 여파를 헤쳐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해법이다.

리그 타자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LG 김현수는 작년보다는 중심에 더 맞히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좀더 좋은 공을 골라 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롯데 전준우도좀더 정확하게 쳐야 한다. 항상 중심에 맞히고, 정확하게 치려고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KT 황재균은 “후반기부터 그냥 강하게 치지 않고, 히팅 포인트와 타이밍만 생각하니까 좋은 타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후반기에 홈런을 몰아치며 팀도 치고 올라갔다”고 지난해의 기억을 떠올렸다.

삼성 이원석도 “올 시즌은 정확성에 초점을 맞췄다. 내가 늘 생각하는 히팅 포인트를 유지하겠다. 나는 홈런왕을 노리거나 30홈런을 넘게 때릴 타자도 아니다. 홈런 욕심은 전혀 없다. 중·장거리 스타일로 스윙하겠다”는 각오를 말했다.

롯데 손아섭은 “장타 욕심을 내기 시작한 뒤로 얻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많았다. 투수 입장에선 2013, 2014년 때의 제가 더 승부하기 까다로운 타자가 아닐까 싶다. 계속 출루하고, 끈질기게 투수를 물고 늘어지는 원래의 내 타격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일단 공을 정확하게 맞혀야 장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타자들의 생각이다. 전준우는요즘 선수들은 웨이트로 인해 워낙 힘들이 좋아졌다. 잘 맞기만 하면 충분히 담장을 넘길 수 있다웨이트 트레이닝과 다른 기능성 운동을 병행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팀 홈런이 반 토막 난 SK 와이번스는 ‘벌크업 열풍’의 주인공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를 영입해 겨우내 야수진의 웨이트 트레이닝에 주력했다. 힘이 있어야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버티고, 바뀐 공인구 시대에도 장타를 만들 수 있단 계산이다. 또 허재혁 스포츠 사이언스 팀장을 영입한 롯데,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영입한 LG도 웨이트와 식단 관리, 다양한 운동을 통해 공인구 시대 돌파구를 찾는 중이다.

공인구 핑계를 대기보단 어떻게든 해답을 찾는 게 프로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잖아요. 두산 최주환의 말처럼, 리그 타자들은 저반발 공인구 시대 2년 차에 핑계 대신 결과로 대답하기 위해 저마다 노력하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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