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백전 효과 한계 봉착, 다른 팀과 평가전 원하는 현장
-KBO, 4월 7일부터 다른 팀과 연습경기 편성 추진
-“북부와 남부 지역으로 나눠 당일치기 연습경기 가능성”
-TV 생중계까지 추진, 무관중 개막 리허설 무대 될 수도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4월 7일부터 다른 팀과 맞붙는 연습경기 편성이 이뤄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4월 7일부터 다른 팀과 맞붙는 연습경기 편성이 이뤄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야구회관]

과한 청백전은 약보단 독에 가깝다. 익숙함에 긴장감은 떨어지고 부상 확률은 높아진다. 투수들이 잘해도 타자들이 잘해도 활짝 웃긴 힘들다. 같은 팀 동료인 까닭이다. 시범경기가 없어지며 다른 팀의 전력분석이 힘들어진 점도 큰 변수다.

코로나19 사태로 내색을 크게 못 했을 뿐 사령탑들은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를 애타게 원했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이 개막 시점이 안 정해진 탓인지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 느낌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청백전이라 집중하기가 힘들 수도 있지만, 최대한 실전 경기처럼 뛰어야 한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감독 데뷔 시즌인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도 난감할 뿐이었다. 시범경기를 통한 막바지 점검 계획이 다 어그러진 까닭이었다. 손 감독은 “나도 처음 겪는 일인데다 감독 첫 해 이런 변수가 나와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다. 다른 팀들과 붙어야 작전 점검 등이 가능하고 선수들의 긴장감도 생긴다”라고 강조했다.

두산 중고 신인 외야수 안권수의 경우에도 KBO리그 투수들의 공을 두루 지켜볼 수 있는 시범경기 취소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안권수는 “개인적으로 시범경기 취소가 정말 아쉽다. 다른 팀 투수들의 구질과 패턴을 직접 겪으며 개인 노트에 적어가며 대처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영상을 보는 것과 직접 붙어보는 건 확실히 다르다.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1군에서 생존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늘어지는 팀 청백전, 오히려 독으로 다가온다

SK 선수들이 팀 청백전을 소화하고 있다. 시범경기 아닌 팀 청백전은 긴장감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SK 선수들이 팀 청백전을 소화하고 있다. 시범경기 아닌 팀 청백전은 긴장감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보통 다른 팀들과 평가전에서 젊은 선수들의 깜짝 활약상이 자주 나온다. 감독과 코치진은 청백전보단 다른 팀들과 평가전이나 시범경기에서 활약상에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겨우내 갈고닦은 젊은 선수들의 실력을 보여줄 무대가 필요한 이유다.

두산 베테랑 투수 유희관은 “청백전만 하니까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아쉽다. 다른 팀 타자들을 상대해보는 것도 실전 감각 유지에 중요하다. 또 젊은 투수들이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성장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KBO리그에 적응해야 할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개막 전 다른 팀과 평가전은 꼭 필요한 부분이다. 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은 “비록 시범경기가 취소돼 아쉽지만,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나은 공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개막전이 연기됐기에 나도 거기에 맞춰 다시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내 공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고 시즌에 돌입할 수 있기에 그런 부분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상대 타자들의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라고 바라봤다.

야구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바로 ‘루틴’이다. 스프링캠프 귀국 뒤 3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시범경기는 선수들의 긴장감을 올려주고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시범경기 취소와 더불어 사실상 새로운 국내 스프링캠프가 이어지자 선수들의 심적인 피로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현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집과 야구장만 오가는 상황에서 기약 없이 개막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페이스 조절이 절대 쉽지 않다. 청백전의 경우엔 같은 팀 동료기에 공격적인 몸쪽 승부가 어렵다. 타자들도 실전 경기에서 맞붙지 않을 투수들이라 지금 청백전이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기다. 감독과 벤치도 다른 팀과 맞붙을 때 나오는 데이터와 비교하면 청백전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힘들다”라고 귀띔했다.

KBO의 연습경기 편성 추진, 무관중 개막 리허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4월 7일부터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 편성 추진을 발표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4월 7일부터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 편성 추진을 발표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결국,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에선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수렴해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 편성 추진을 결정했다. KBO는 3월 24일 2020년 제2차 이사회에서 “4월 7일부터 다른 구단과의 연습경기를 준비할 예정이다. 해당 연습경기는 KBO가 TV 생중계를 편성해 야구팬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KBO와 10개 구단은 최근 정부가 정한 4월 5일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기간을 적극적으로 준수하고, 자체 청백전 등으로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등 선수단과 구장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연습경기 준비에 임할 계획이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청백전만 치르고 있는 구단과 선수들에게 타 구단과의 연습경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이사회에서 형성됐다. 또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야구 콘텐츠를 보여주는 상황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범경기 중계처럼 방송사를 통해 생중계할 계획이다. 중계 방송사의 스포츠 콘텐츠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라며 연습경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4월 7일이라는 연습경기 시작 날짜엔 전국 초중고 개학 예정 날짜(4월 6일)와 연관성이 있다. 현재 정부에선 향후 2주간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집중 캠페인으로 개학 날짜가 더 미뤄지지 않도록 힘쓰고 있다. 만약 전국 학교 개학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다른 팀과의 무관중 연습경기 편성 추진에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연습경기 생중계가 이뤄진다면 정규시즌 무관중 개막 가능성에 대비한 리허설 무대가 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연습경기 생중계가 이뤄진다면 정규시즌 무관중 개막 가능성에 대비한 리허설 무대가 될 수 있다(사진=엠스플뉴스)

만약의 가능성을 대비해 당일치기로만 연습경기가 진행된다. KBL(한국프로농구연맹)의 경우 전주 KCC 선수단이 묵었던 호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선 굳이 3연전 일정을 편성할 필요가 없는 연습경기에선 숙박 없이 당일치기 경기를 진행하겠단 뜻이다.

당일치기 연습경기기에 북부와 남부 지역에 있는 구단들끼리 주로 맞붙는 형태가 예상된다. 류 총장은 “예를 들자면 북부 수도권 구단들과 남부 지방 구단들끼리 경기를 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된다면 남부에 있는 구단들의 이동거리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은 현실적으로 고려해 KBO가 최대한 균형 있게 짜겠다. 거기에 맞춰 팀당 일주일 6경기와 하루 전체 5경기가 다 편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4월 7일부터 KBO가 구상한 연습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면 이는 정규시즌 무관중 개막 선택지의 시험 무대가 될 수 있다. 연습경기에서 관중 입장 없이 TV 생중계만 추진하는 까닭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아직 KBO와 정확한 협의를 나누지 않았지만, 평소보다 인원을 줄인 규모의 제작 인원이 현장에 나가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만약 KBO가 무관중 개막을 선택한다면 방송국 입장에서도 연습경기 중계가 좋은 리허설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4월 20일 이후로 개막 연기 결정 속엔 무관중 개막 선택지가 여전히 존재한다. 올림픽 연기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올림픽 휴식기가 사라질 경우 일정 편성에 여유를 얻는 점도 고려했다.

류 총장은 “개막 준비에 있어 팬들과 선수단 안전이 최우선이다. 현실적인 상황과 코로나19 확산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고 판단하면 무관중 개막을 결정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관중석의 30%, 50% 등으로 비율을 정해 관중을 점차 받는 방법도 있다. KBO 전체 구성원은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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