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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탐사] ‘수억 원 사기 피해’ 최동원 母의 눈물 “아들 명예 흠집날까 혼자 앓아왔다”

  • 기사입력 2020.05.20 12:45:25   |   최종수정 2020.05.20 13: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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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동원 선수 어머니, ‘거액 사기 피해’로 고통 호소

-‘거액 사기 사건’ 피고소인은 대학교수, “친어머니처럼 모시겠다” 해놓고 거액 불법 인출

-최 선수 어머니 “아들 명예에 흠집 날까 싶어 혼자서만 끙끙 앓았다”

-“피고소인 남편도 교수, 교수 부부라 그런지 검찰이 1년 넘게 수사만 진행 중”

-5월 24일 고 최 선수 생일, 어머니의 눈물 “돈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못난 어미 때문에 아들 이름 석 자만은 더럽혀지지 않았으면” 

 

고 최동원 선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거액의 사기 피해를 봤다. 최 선수 어머니는 대학교수에게 거액의 사기 피해를 보고도 아들의 명예에 흠집이 갈까 걱정해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사진=엠스플뉴스) 고 최동원 선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거액의 사기 피해를 봤다. 최 선수 어머니는 대학교수에게 거액의 사기 피해를 보고도 아들의 명예에 흠집이 갈까 걱정해 이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부산]

 

고 최동원 선수 어머니 김정자 여사(86)가 거액의 사기 피해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김 여사가 사기죄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피고소인은 대학교수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대학교수 A 씨가 ‘친어머니처럼 모시겠다’고 접근해 2억 원 가까이 나 모르게 가져간 뒤 갑자기 태도를 바꿔 날 정신이 이상한 노인으로 둔갑시켰다아들 명예에 금이 갈까 싶어 누구에게 하소연도 못 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아왔다고 털어놨다.

 

취재 중 만난 김 여사의 지인은 “김 여사가 현재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약 없이는 수면을 취하지 못할 정도”라며 “김 여사의 건강이 더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A 교수 “앞으로 친어머니처럼 모시겠다.”, 김정자 여사 “내가 사냥감이 될지 몰랐다.” 

 

김정자 여사가 아들 동상의 손을 만지는 장면(사진=최동원기념사업회) 김정자 여사가 아들 동상의 손을 만지는 장면(사진=최동원기념사업회)

 

김정자 여사는 해마다 5월이면 아들 동상을 찾았다. 부산 사직구장 앞에 있는 최동원 동상을 쓰다듬으며 김 여사는 먼저 떠나보낸 아들을 추억하곤 했다. 하지만, 올핸 아직 아들 동상을 찾지 못했다.

 

부산에서 만난 김 여사는 수척한 표정으로 “우리 동원이 동상에 찾아가야 하는데 지금 마음이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 어딜 나갈 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기 사건의 발단은 2017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복지관에서 지적 장애인들과 노인들의 식사 보조와 한글 교육 자원봉사를 하던 김 여사에게 자신을 “부산 소재 대학 교수”라고 소개한 A 씨가 접근했다. 김 여사는 “A 교수 남편인 B 씨도 자기를 ‘부산 D대학 교수’라고 소개했다”며 “그날 이후 A 교수가 나 혼자 사는 집에 수시로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A 교수 부부는 어버이날에 김 여사에게 꽃바구니를 선물하고, 식사 대접을 하는 등 여러 호의를 베풀었다. 특히나 A 교수는 김 여사에게 연세가 많으신데 혼자 사시니 얼마나 외로우시겠느냐. 저도 어머니가 안 계신다. 앞으로 어머니처럼 모시겠다친딸 대하듯 절 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던 같은 해 4월. 김 여사는 A 교수로부터 D 건설사가 짓는 신규 아파트 분양신청 권유를 받았다. “A 교수가 ‘어머니, 부산 서면에 세워질 신규 아파트 분양신청 공고가 났어요. 제가 어머니 위해 신청했어요. 이거 당첨되면 새 아파트에서 편하게 사실 수 있어요’라고 했다.” 김 여사의 회상이다.

 

얼마 후 A 교수는 김 여사에게 당첨 소식을 알렸다. 김 여사는 “A 교수가 ‘당첨됐으니 계약금 300만 원을 분양사무실에 보내야 한다’면서 내게 300만 원을 받아 갔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이후로도 중도금 명목으로 600만 원을 더 받아 갔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17년 5월. A 교수는 이번엔 김 여사에게 “신용이 있어야 집도 구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했다. “앞으로 종이 통장은 못 쓴다”며 인터넷 통장과 체크카드까지 만들도록 했다. 김 여사는 “A 교수가 내 신용카드와 통장을 만들었다”며 “당시 A 교수를 원체 믿었던 터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새 아파트 분양 당첨 소식을 들은 김 여사는 부산시 수영구에 살던 아파트를 내놨다. A 교수는 어머니도 이제 편하게 사셔야 한다. 제가 아는 사람 가운데 ‘제임스’란 재미교포가 있다. 그 사람한테 돈을 빌려주면 넉넉하게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집이 팔리면 2, 3개월 내 바로 돈이 생길 테고,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으면 된다며 김 여사에게 1억 원을 대출받으라고 설득했다.

 

김 여사는 “A 교수가 하도 설득하는 통에 수영구 아파트를 담보로 2017년 5월 23일 1억 원을 대출받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어째서 A 교수는 김 여사에게 대출을 권유한 것일까. 김 여사의 대출금 1억 원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살펴보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엠스플뉴스는 김 여사가 1억 원을 대출받고서 1억 원 가운데 7천900만 원이 김 여사 명의의 00증권 계좌로 흘러간 증거를 입수했다.

 

김 여사는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내가 주식거래에 대해 뭘 알겠느냐”며 “나중에 00증권을 통해 내 명의의 증권 계좌를 A 교수가 나 몰래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남은 2천100만 원 가운데 2천만 원은 아예 A 교수 명의 통장으로 입금됐다. 김 여사는 “대출받고서 사흘 만에 대출금 1억 원 가운데 9천900만 원이 나도 모르는 사이 사라졌다”며 분개했다.

 

A 교수의 대범했던 사기 행각. 사기 행각 드러나자 “요새 어머니 정신이 이상한 것 같아요.”

 

피고소인인 대학교수 A 씨(사진 왼쪽부터)와 김정자 여사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찍은 사진. 골수 롯데팬 K 씨는 “어머니(김 여사)와 A 씨 부부가 함께 사직구장에서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꽤 된다. A 씨가 자길 대학교수라고 소개했다”며 “지금도 이상한 건 A 씨가 사진 찍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는 점”이라고 회상했다. 덧붙여 K 씨는 “나중에 A 씨가 우리에게 알려준 이름이 본명이 아닌 가명인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피고소인인 대학교수 A 씨(사진 왼쪽부터)와 김정자 여사가 부산 사직구장에서 찍은 사진. 골수 롯데팬 K 씨는 “어머니(김 여사)와 A 씨 부부가 함께 사직구장에서 함께 있는 걸 본 적이 꽤 된다. A 씨가 자길 대학교수라고 소개했다”며 “지금도 이상한 건 A 씨가 사진 찍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는 점”이라고 회상했다. 덧붙여 K 씨는 “나중에 A 씨가 우리에게 알려준 이름이 본명이 아닌 가명인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A 교수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정자 여사는 2018년 1월에도 A 교수가 내 은행 계좌에서 몰래 2천500만 원을 인출했다고 밝혔다.

 

당시 A 교수는 김 여사에게 “1억 원 대출금 가운데 일부를 변제해야 해서 어머니 대신 제가 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취재 결과 2천500만 원은 대출금 변제에 쓰이지 않았다. 이 돈이 흘러간 곳은 A 교수가 ‘시어머니’라고 부르던 C 씨의 계좌였다.

 

며칠 후에도 A 교수는 ‘대출금 변제’란 명목으로 김 여사 통장에서 2천만 원을 인출했다. 이 돈이 흘러간 곳은 A 교수 명의의 계좌였다. 

 

김 여사가 경찰서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2018년 8월에도 A 교수는 김 여사에게 “3천만 원 정기적금에 가입하라”고 권유한 뒤 이 가운데 1천480만 원을 가로챘다.

 

김 여사의 지인은 A 교수가 총 1억6천만 원을 김 여사 모르게 불법 인출한 전형적인 사기 사건이라며 김 여사의 신규 아파트 당첨도 사실이 아니었다고 목소릴 높였다.

 

실제로 엠스플뉴스 취재진이 김 여사를 만난 건 부산 서면의 새 아파트가 아닌 부산 수영구의 오래된 아파트였다. 

 

김 여사는 A 교수에게 ‘언제 입주할 수 있냐’고 물을 때마다 말을 돌렸다. 한참 있다 A 교수로부터 ‘아파트 허가가 취소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럼 900만 원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좀 기다려 보세요’란 말만 했다 새 아파트 입주는 고사하고, 지금까지 900만 원도 받지 못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A 교수가 김 여사에게서 받아간 새 아파트 계약금과 중도금 900만 원은 분양사 계좌에 입금된 적이 없었다. A 교수 지인 통장으로 흘러들어갔다. 

 

김정자 여사가 은행에 제출한 전자금융 거래신청서. 김 여사의 필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정자 여사가 은행에 제출한 전자금융 거래신청서. 김 여사의 필체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 여사가 A 교수의 사기 행각을 눈치챈 건 장롱에 넣어두었던 00은행 통장이 보이지 않으면서다. 

 

“00은행 통장이 사라져 은행에 찾아가 통장을 재발급했다. 통장에 인쇄된 인출금 내역을 보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돈이 인출된 걸 알았다. 자세히 보니까 거래 항목에 ‘00은행 대출금 변제’라고 쓰여 있었다. 1억 원을 대출받았던 은행에 찾아가 ‘만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대출금을 많이 가져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은행 직원이 ‘우리는 모르는 일인데예’라고 했다. 그때야 A 교수가 날 속인 걸 알았다.” 김 여사의 말이다.

 

김 여사는 A 교수에게 자기 몰래 가져간 돈을 변제할 것을 요구했다. 김 여사는 A 교수가 ‘어머니한테서 1억 원을 빌려 간 재미교포 제임스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연락이 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심지어는 날 정신이 이상한 노인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과연 사실일까. 최동원기념사업회 관계자는 “A 교수가 전활 걸어와 ‘요새 어머니(김 여사) 정신이 좀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교장 선생님 출신의 김 여사는 평소 사회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실 정도로 정신이 멀쩡한 분이다. 그런 김 여사를 가리켜 A 교수가  수차례에 걸쳐 ‘정신이 이상해졌다’고 하기에 믿기지가 않았다”며 “A 교수가 ‘어머니가 00은행에서 현금 1억 원을 찾아 00은행에 저축을 하셨다’는 묻지도 않은 얘길 들려줘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생각해보면 A 교수가 자신의 사기 행각을 감추고, 나름의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묻지도 않은 얘기를 들려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A 교수 “김 여사 명의 통장과 증권사 계좌 개설한 건 내가 아니라 제임스”. 과연 제임스는 실존 인물일까, 가공의 인물일까 

 

최동원기념사업회 박재호 전 이사장(사진 왼쪽부터)과 김정자 여사, 현 이사장인 대선주조 조우현 사진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최동원기념사업회 박재호 전 이사장(사진 왼쪽부터)과 김정자 여사, 현 이사장인 대선주조 조우현 사진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정자 여사는 A 교수의 남편인 B 교수를 찾아가 문제 해결을 부탁했다. 그러나 김 여사를 친어머니처럼 대하던 B 교수는 온데간데없었다.

 

“B 교수가 날 보고 ‘왜 왔어요? 난 아무것도 몰라요. 난 한국사람이 아닙니다. 고발하려면 마음대로 하세요’하고 큰소릴 쳤다. 사기당한 분노보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그때부터 밤에 잠을 못 자지 못하고 있다.” 김 여사의 얘기다.

 

엠스플뉴스 취재진은 A 교수의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A 교수는 “건강이 좋지 않아 전화 통화만 하겠다”고 했다.

 

A 교수는 자신이 김 여사 명의의 은행 통장과 증권사 계좌를 개설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A 교수는 평소 '어머니'라고 부르던 김 여사를 '할머니'라고 호칭했다. 

 

내가 한 게 아니라 할머니(김 여사)가 1억 원을 꿔준 제임스가 다 한 거다. 제임스가 할머니가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할머니 명의 통장과 증권사 계좌를 개설했다. A 교수의 주장이다.

 

A 교수에 따르면 제임스는 재미교포로, 한국에서 어학원을 운영했다. 남편인 B 교수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라는 게 A 교수의 얘기다. A 교수는 “제임스가 한국에 있을 때 재미교포라, 휴대전화를 만들 수 없었다. 우리 시어머니(B 교수 어머니) 명의로 휴대전화까지 만들어줄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남편과 절친인 제임스가 마침 급전이 필요하다고 하고, 어머니 같은 김 여사가 이자라도 받으며 여생을 편안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두 이를 연결해줬다는 주장이다. 

 

A 교수는 “제임스가 할머니에게서 1억 원을 빌려 간 후 제대로 갚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제임스에게 돌렸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의문이 생긴다. 재미교포 신분이라 휴대전화 개설도 하지 못하는 ‘제임스’라는 인물이 어떻게 김 여사 명의의 통장과 증권 계좌를 만들 수 있었냐는 것이다. 과연 제임스는 실존 인물일까. 취재진은 A 교수에게 제임스와 연락이 닿는지 물었다.

 

A 교수는 제임스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보이스 채팅으로 소통하곤 했는데 지금은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

 

A 교수는 “시어머니가 제임스 휴대전화를 만들어줬다면 이동통신사를 통해 제임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엔 김 여사가 우릴 너무 괴롭히는 통에 시어머니가 충격을 받고 쓰러져 현재 인지능력이 아예 없는 뇌경색 상태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김 여사는 제임스의 실체를 알까. 김 여사는 “제임스라는 사람을 A 교수를 통해 말만 들었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23일. 김정자 여사가 대출받은 1억 원 가운데 5천만 원이 증권계좌로, 2천만 원이 A 교수 명의 계좌로 흘러간 정황이 기록된 입출금 내용. 3일 뒤에도 3천700만 원이 증권계좌로 넘어갔다. 김 여사는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사진=엠스플뉴스) 2017년 5월 23일. 김정자 여사가 대출받은 1억 원 가운데 5천만 원이 증권계좌로, 2천만 원이 A 교수 명의 계좌로 흘러간 정황이 기록된 입출금 내용. 3일 뒤에도 3천700만 원이 증권계좌로 넘어갔다. 김 여사는 이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사진=엠스플뉴스)

 

A 교수는 김 여사 명의의 통장에서 본인 계좌로 돈을 인출한 것에 대해선 “할머니가 나한테 다 맡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할머니가 나 보고 다 하라고 했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00은행 대출 이자를 못 낼 때 내가 지인들한테 돈을 꿔 대신 납부해줬다. 나중에 할머니 통장에서 지인들 계좌로 돈을 보낸 것일 뿐 내가 임의대로 쓴 건 없다. A 교수의 설명이다.

 

A 교수는 “할머니가 밤낮으로 날 찾아와 괴롭힌 통에 시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나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할머니 때문에 모든 가족이 힘겨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사라진 제임스를 대신해 내가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에 집도 있어 갚는 건 어렵지 않다. 직장에 나가 일하면 갚겠다고 했는데도 할머니가 못 하게…”라며 변제하지 못하는 책임을 김 여사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엠스플뉴스 취재 결과 A 교수는 자신이 다닌다는 대학에 교수가 아닌 '프리랜서 강사'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집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최근까지 살았던 아파트도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으로 알려졌다. 취재 중 만난 한 이는 “A 씨가 자신을 재력이 풍부한 교수라고 소개하고 다녔지만, 실은 개인회생 절차를 거친 정체불명의 강사일 뿐이다. 김 여사말고 피해자가 더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역시 A 교수의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 여사는 “2018년 8월 A 교수가 조속히 갚겠다고 각서까지 썼지만, 나 혼자 있는 집에 찾아와 협박까지 했다”며 “지금껏 A 교수로부터 받은 돈도 없다”고 밝혔다. 

 

취재진은 A 교수의 남편으로 알려진 부산 D대학에 근무 중인 B 교수를 찾아갔다. B 교수는 A 교수와는 법적 부부가 아닌 동거인 관계라며 선을 그었다. 제임스의 실체와 관련해선 제임스와는 친구가 아니라 예전에 알던 지인이라고 해두자며 “제임스가 나와 친구 사이라고 한 건 내가 아니라 내 동거인(A 교수)”이라고 답했다.

 

B 교수는 “김 여사 계좌에서 B 교수님 계좌로 돈이 넘어간 기록이 있다”고 하자 “나한테 돈이 들어왔다? 그러면 김 여사가 날 피의자로 고소했을 것 아니냐. 김 여사 말이 다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며 “동거인과 같이 지낸다고 내가 돈을 갚을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동원 어머니의 눈물 “못난 어미 때문에 아들 명예에 흠이 가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엄혹했던 1980년대. 슈퍼스타 최동원은 열악한 2군 선수의 처우와 인권에 주목했다. 사진은 최동원이 주도해 추진했던 선수회 회의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엄혹했던 1980년대. 슈퍼스타 최동원은 열악한 2군 선수의 처우와 인권에 주목했다. 사진은 최동원이 주도해 추진했던 선수회 회의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최동원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이 사건은 홀로 사는 노인을 상대로 한 지능적인 금융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회 경종 차원에서 검찰이 사건을 엄중히 다뤄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부산검찰청 동부지청에서 수사 중이다. 앞의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교수 부부가 연루된 사건이라 그런지 검찰이 1년이 넘도록 수사만 하고, 아무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들 명예에 금이 갈까 싶어 혼자서 끙끙 앓던 김 여사의 건강이 갈수록 나빠져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김 여사는 2003년부터 날마다 해왔던 봉사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집 밖을 나간 지 오래다.

 

“못난 어미 때문에 아들의 명예에 흠이 가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많은 분이 우리 아들을 아껴주고 사랑해주셨는데 저 때문에 ….”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김 여사는 “나처럼 홀로 사는 노인들이 또 피해를 볼까 싶어 주변에 하소연한 게 언론에까지 전달된 것 같다”며 돈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 아들 이름 석 자만은 더럽혀지지 않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5월 24일은 고 최동원 선수의 62번째 생일이다. 현역 시절 슈퍼스타임에도 2군 선수들의 처우와 권리 증진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던 이가 바로 고 최동원이다. 지금 그 최동원의 어머니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배지헌, 이근승, 박동희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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