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선발승을 거둔 정찬헌(사진=LG)
12년 만에 선발승을 거둔 정찬헌(사진=LG)

[엠스플뉴스=대전]

다시 선발승을 거두기까지 무려 4,390일이 걸렸다. 올 시즌 선발투수로 전향한 LG 트윈스 정찬헌이 퀄리티 스타트 호투와 타선의 폭발적인 지원에 힘입어 올 시즌 첫 승이자 2008년 이후 12년 만의 선발승을 거뒀다.

정찬헌은 5월 2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3실점으로 잘 막았다.

1회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1회말 한화 선두타자 정은원 상대로 던진 초구 가운데 높은 속구가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시즌 2호이자 통산 53로, 개인 통산 1호 1회말 선두타자 초구 홈런.

그러나 홈런 불주사에 정신이 번쩍 든 정찬헌은 이후 세 타자를 삼진 2개 포함 차례로 범타 처리하고 1회를 마쳤다. 그러자 LG 타선은 2회초 공격에서 홈런 2방으로 바로 5득점,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정찬헌도 2회 삼자범퇴로, 3회엔 안타 1개를 맞았지만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정찬헌의 호투 속에 LG는 4회초 추가 4득점, 5회 1점을 더해 10대 1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어깨가 가벼워진 정찬헌은 5회말 이해창에 2점 홈런을 맞긴 했지만, 그 이상의 점수는 내주지 않고 승리투수 요건을 채웠다. 6회말에도 안타 2개로 맞은 무사 1, 2루에서 김회성을 3루쪽 병살타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7회말부터 투수가 여건욱으로 바뀌어 이날 정찬헌의 임무는 6이닝으로 끝났다. 경기는 19안타 5홈런 15득점을 퍼부은 LG의 15대 4 승리. LG는 올 시즌 팀 한경기 최다득점, 최다안타, 최다홈런 등 온갖 기록을 쏟아내며 정찬헌의 첫 승을 지원했다. 정찬헌이 올 시즌 첫 승리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 선발승을 거둔 순간이다.

이날 정찬헌은 6이닝 동안 단 78구만 던지는 경제적인 투구를 펼쳤다.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은 물론 포크볼, 커브, 슬라이더 등 5가지 구종을 골고루 던졌고 속구 최고구속은 144km/h를 기록했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엔 커브와 포크볼을 결정구로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정찬헌의 선발승은 프로 데뷔 시즌인 2008년 이후 12년 만이다. 그해 39경기 가운데 14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던 정찬헌은 5월 20일 삼성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이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1시즌 동안 구원투수로 활약한 정찬헌은 지난해 허리 수술과 재활을 거쳐 올 시즌 다시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첫 등판인 5월 7일 두산전에선 4이닝 5실점(3자책)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16일 키움 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잘 던져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한화전에선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승리까지 챙겼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이며, 조금씩 선발투수로 자릴 잡아가는 정찬헌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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