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홈런을 날린 오지환(사진=LG)
연타석 홈런을 날린 오지환(사진=LG)

[엠스플뉴스=대전]

“방망이 스트레스받지 말고, 수비만 잘하라고 했다”

류중일 감독의 농담이 자극됐을까. LG 트윈스의 ‘오지 스미스’ 오지환의 방망이가 오랜만에 폭발했다. 오지환이 연타석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맹타로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수비만 잘하라’는 류 감독의 말에 타격까지 잘하는 모습으로 대답을 대신한 오지환이다.

오지환은 5월 2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 5타수 3안타 2홈런 3타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할대에 머물렀던 시즌 타율도 2할대(0.210)까지 끌어 올렸다.

첫 타석부터 출발이 좋았다. 4대 0으로 앞선 2회초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나온 오지환은 2낫싱 불리한 카운트에서 장민재의 포크볼을 받아쳐 안타를 때렸다. 이어 2루 도루와 내야 땅볼로 3루까지 진출한 오지환은 김현수의 우익선상 2루타에 홈을 밟아 이날 팀의 5득점째를 올렸다.

4회엔 홈런포까지 터뜨렸다. 무사 1루 3-1 카운트에서 바뀐 투수 김종수의 바깥쪽 빠른 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로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 이 홈런으로 LG는 7대 1로 한화와 격차를 더 크게 벌렸다.

오지환의 방망이는 5회에 다시 한 번 터졌다. 9대 1로 크게 앞선 5회초 공격,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나온 오지환은 3-1에서 김종수의 5구째 바깥쪽 높은 속구를 통타했다. 이번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으로 시즌 9호, 역대 1055호, 개인 통산 3호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오지환이다.

오지환의 이 홈런으로 LG는 채 5회가 끝나기도 전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7회 1점, 8회 이성우의 만루포로 4점을 더한 LG는 15대 4로 한화를 꺾고 3연승 행진을 달렸다. 올 시즌 팀 한 경기 최다안타(19안타), 최다홈런(5홈런), 최다득점은 물론 역대 3번째 팀 통산 43,000안타까지 기록 퍼레이드를 펼친 LG다.

시즌 초반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았던 오지환이다. 개막전 4타수 무안타를 시작으로 첫 6경기 동안 안타 2개를 때리는 데 그쳤다. 시즌 타율은 1할도 안 되는 0.091까지 내려갔다. 이후 이따금 안타가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타율은 1할대에 머물렀다.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격과 달리, 수비에선 꾸준히 제 역할을 했다. 매 경기 놀라운 호수비로 투수진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18경기 동안 타구처리율 93.8%로 지난해보다 더 높은 타구처리율을 기록했고, 병살타 찬스에서도 9번 기회 중에 6번을 성공시켰다.

26일 한화전에선 6회말 선발 타일러 윌슨을 구하는 놀라운 호수비를 선보였다. 오지환의 수비에 윌슨도 깜짝 놀라며 고마움을 표했을 정도. 윌슨은 당시 상황에 대해 “오지환은 아주 훌륭한 팀 동료이고 수비적으로도 훌륭한 선수다. 경기중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를 해야 되는지 머릿속에 계획을 갖고 접근한다. 오지환이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피칭을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류중일 감독은 오지환이 타격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27일 경기전 류 감독은 “오지환에게 ‘방망이 스트레스받지 말고 수비만 잘하라’고 전해달라고 코치한테 얘기했다”고 했다.

류 감독은 “나도 신인 시절 방망이 슬럼프 때문에 고민할 때 코치님에게 ‘수비만 잘하라’는 얘길 들었다. 이게 야구를 해보면 방망이가 안 맞으면 수비도 안 된다. 반대로 방망이가 잘 맞으면 수비도 잘 된다”며 “마음을 내려놓으면 안타도 나오고 타율도 더 올라가지 않을까. 잘할 것”이라고 오지환을 독려했다.

류 감독이 말한 속설과 달리, 오지환은 방망이가 안 맞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좋은 수비를 펼쳐 왔다. 오늘 경기 연타석 홈런으로 이제는 방망이까지 터진 만큼, 앞으로 펼쳐질 경기에서 공수에 걸쳐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오지환에겐 야구 속설을 ‘수비가 잘 되면 방망이도 잘 맞는다’로 고쳐 써야 할 것 같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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