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즐거운 배정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하루하루가 즐거운 배정대(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꿈만 같아요. 상상만 했던 게 현실로 이뤄지니까 신기한 느낌입니다.

KT 위즈 외야수 배정대는 요즘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프로 데뷔 7년 만에 처음 주전 기회를 잡았고, 개막전부터 전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처음엔 9번타자에서 출발해 7번, 6번을 거쳐 테이블 세터까지 ‘승진’했다. 4할대 타율로 잠시 리그 타율 3위에 오르기도 했고, 데뷔 첫 4안타 경기도 치렀다. 모든 게 그에겐 처음이다.

2014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LG에서 데뷔한 배정대는 성남고 시절 고교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았다. 타격 능력, 파워, 스피드, 강한 어깨, 넓은 수비범위를 고루 갖춘 미래 LG의 주전 중견수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입단 첫해 내내 2군에만 머물렀고, 시즌 뒤엔 KT 창단 특별지명으로 팀을 옮겼다.

신생팀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기대했지만, 1군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첫해 66경기 타율 0.092에 그쳤고 이듬해엔 65경기에서 0.260을 기록한 뒤 군 복무를 위해 경찰야구단에 입대했다. 전역 후 지난 시즌에도 1군 기록은 66경기 타율 0.203에 그쳤다. 수비는 팀 내 외야수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비만으로는 주전을 차지하기 어려웠다.

“타격 동작 수정했더니…여러 가지가 한 번에 다 좋아졌다”

올 시즌 KT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은 배정대(사진=KT)
올 시즌 KT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은 배정대(사진=KT)

올 시즌을 앞두고 배정대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체중 조절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최상의 몸을 만들었다. 김강 타격코치와 긴밀하게 상의해 타격 자세에도 변화를 줬다. 30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배정대는 “이전엔 좋은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지 않았고,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도 많지 않았다. 올해는 스윙할 때 힘들이지 않고, 중심에 맞추는 데 초점을 두고 노력했다”고 했다.

배정대는 전에는 테이크백 할 때 팔이 늦게 나오는 경향이 있었다. 팔이 나오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부분이 수정되면서 여러 가지가 다 한 번에 좋아진 것 같다배트 중심에 맞출 수 있게 됐고, 좋은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9일 경기까지 배정대는 21경기에서 73타수 30안타로 타율 0.411(리그 3위)에 장타율 0.589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69.2%에 그쳤던 컨택트율은 올 시즌 79.6%까지 향상됐다. 타구의 질이 좋아지면서, 10개 구단 타자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외야방향 타구 타율(0.718)을 기록 중이다. 배정대보다 외야 타구 타율이 높은 타자는 호세 페르난데스, 이성열, 박동원 셋뿐이다.

배정대를 믿고 주전 중견수로 기용한 이강철 감독은 “작년 시즌 모습과 천지 차이다. 자신 있는 플레이를 보여준다”며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 감독은 “타석에서 적극적인 모습이다. 작년 같으면 하나 스윙한 뒤 삼진으로 그냥 물러나고 했는데, 올해는 헛스윙해도 그다음에 때려낸다”며 “지금같이 하면 좋은 성적을 낼 것 같다”고 칭찬했다.

시즌 초반 배정대는 고정 9번타자였다. 개막전부터 13경기 연속 9번타자로 출전했다. 타격 부담을 덜어주면서 수비와 주루능력을 활용하려는 이 감독의 배려였다. 그러나 4할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며 ‘공포의 9번타자’로 활약하면서, 21일 한화전부터 타순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7번, 다음엔 6번, 2번 타순을 거쳐 29일 키움 전에선 1번 타자 자리까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이 감독은 “타순을 올리면 기록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고 했다. 배정대 자신도 “처음엔 타순이 조금 신경 쓰였다. 바뀐 타순에서 기록이 안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상위 타선에서도 배정대는 꾸준히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1번 타자로 출전한 29일 경기에선 데뷔 첫 4안타 경기도 펼쳤다.

타순이 다르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9번 타순이어도 만루 기회가 올 수 있는 거고, 1번을 쳐도 주자 없는 상황이 있으니까요. 상황에 맞춰 제가 대처해야죠. 타순에 크게 상관하진 않습니다.배정대의 말이다. “사실 4안타 경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마지막 타석에선 조금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의식하다간 힘이 들어갈 수 있어서 하늘에 맡기자는 생각으로 타격했죠. 커리어 첫 4안타를 기록해서 기분 좋았습니다.”

배정대는 1군 주전으로 활약하는 지금의 심정을 “솔직히 꿈만 같다”고 표현했다. 높은 타율을 기록하는 선수는 어떤 기분일까 상상하곤 했어요. 양의지, 김현수, 유한준 같은 선배들을 보면서 그 몸속에 들어가서 치는 느낌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올 시즌엔 저도 지금까지 좋은 기록을 내고 있잖아요. 약간 꿈같다고 할까요. 상상했던 게 현실이 되니까, 신기합니다.

첫 풀타임 1군 시즌인 만큼 후반기까지 활약을 이어가려면 체력 관리도 중요하다. 이강철 감독은 “정대가 참 좋은 선수인 게 좀처럼 아픈 법이 없다. 굉장히 건강하다”고 했다. 배정대는 “작년엔 갈비뼈 골절이 있었고, 팔꿈치 뼛조각 수술도 한 적이 있다. 한번 다치면 크게 다치는 편이라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그래도 부모님께서 좋은 몸을 물려주신 덕분에 건강한 편”이라 했다.

“건강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편이에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이용한다는 크라이오테라피도 다니고 있고, 힘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경기 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신경을 씁니다. 몸이 뻣뻣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스트레칭도 하고요.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성적에 따르는 상대의 집중 견제도 이겨내야 한다. 이강철 감독은 “지금부터는 투수들이 그전처럼 쉽게 상대하지 않을 것이다. 빠르고 컨택트 능력까지 나와 버리니까, 내가 투수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배정대는 “아직 상대 팀이 나에 대해 많이 분석한 상태는 아닐 것이다. 경기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작년까지와 비교해 많은 게 달라졌다”며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분석도 당하고 하겠지만, 결국 타자는 투수의 실투를 치면 된다. 상대가 어려운 공을 많이 던지더라도, 잘 보고 실투를 공략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배정대의 원래 이름은 ‘배병옥’이다. 이름을 바꾼 건 경찰야구단 복무 기간, 어머니가 작명소에 가서 받아온 두 가지 이름 중에 배정대를 골랐다. 배정대는 “원래 병옥이란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옥’ 자가 여자 이름에 많이 쓰지 않나”라고 했다.

어머니께서 손아섭 선배 이름을 지어준 작명소에 가서 이름을 받아오셨습니다. 어쨌든 개명하고 나서 잘 되고 있으니까, 어머니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배정대로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까요. 이제는 제 이름이 마음에 듭니다. 이제 KT 팬은 물론 모든 야구팬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 된 배정대의 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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