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연패 늪에 빠진 한화, 20승 선착한 1위 NC 상대 3연전

-구단 사상 최다연패는 14연패…김응용 감독 시절 이후 최다연패 수렁

-타선과 마운드 동반 부진, 수비와 주자 견제에서도 약점 노출

-장기적 관점에서 팀 개혁 진행 중인 한화, 현재가 있어야 미래도 보인다

김응용 감독 시절인 2013년 이후 최다연패 늪에 빠진 한화(사진=한화)
김응용 감독 시절인 2013년 이후 최다연패 늪에 빠진 한화(사진=한화)

[엠스플뉴스]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패를 당한 팀과 리그에서 제일 먼저 20승에 도달한 팀이 만난다. 리그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 이글스와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NC 다이노스가 6월 5일부터 7일까지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3연전을 치른다. 한화로선 창단 이후 단일시즌 최다연패 위기에서 맞는 중요한 시리즈다.

한화로선 설상가상이다. 강력한 우승후보 키움 상대로 내리 3연패, 11연패를 당한 가운데 리그 1위 팀 NC를 만났다. 11연패는 김응용 감독 시절인 2013시즌 13연패 이후 한 시즌 최다연패다.

당시 한화 선수단은 단체 삭발까지 해가며 연패 탈출 의지를 보였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어렵사리 연패를 끊은 뒤 방송 카메라 앞에서 김응용 감독은 눈물까지 보였다. 만약 이번 NC전에서 3연패를 당할 경우, 한화는 14연패로 단일 시즌 최다연패 신기록과 프랜차이즈 최다연패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11연패 기간 30득점, 85실점, 실책 15개, 도루허용 11차례...한화의 불명예 숫자들

한화는 키움과 3연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사진=한화)
한화는 키움과 3연전에서 무기력하게 패했다(사진=한화)

사실 올 시즌 한화가 상위권 성적을 바랐던 건 아니다. ESPN 파워랭킹에선 가차 없이 10위 예상, 전문가들 예상도 대부분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래도 지난 시즌(9위)보단 조금은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었다.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한 만큼 1군에서 이기면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그림을 기대했다.

출발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승률 1위 SK 와이번스 상대로 우세시리즈를 따내며 시작했다. 첫 16경기에선 7승 9패로 5할 가까운 승률을 유지했다. 하주석과 오선진의 부상 이탈, 김태균의 컨디션 난조에 따른 2군행 뒤에도 어느 정도 버티는 듯 보였다. 이 기간 한화는 리그에서 NC 다음으로 적은 70실점만 내줬다. 마운드와 수비력이 좋아진 만큼 타선만 살아나면 충분히 해볼 만했다.

그러나 창원 원정 2차전 패배(0대 3)를 시작으로, 이후 11경기를 내리 패하며 연패의 늪에 빠졌다. 드류 루친스키, 마이크 라이트, 타일러 윌슨 등 3경기 연속 상대 외국인 에이스를 만나 타선이 가라앉았다. 연패 기간 한화 중심타선(3~5번)은 타율 0.175, 장타율 0.278로 내셔널리그 투수 수준의 성적에 그쳤다. 타선이 가라앉은 가운데 초반 잘 버티던 마운드까지 붕괴했다. 11연패 기간 한화는 30점을 내면서 85실점을 허용했다. 이길 수 없는 득실차다.


단순히 팀 전력의 합이 약해서 지는 경기는 그래도 납득이 간다. 그러나 최근 연패 과정을 보면 전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패배가 거듭되고 있다. 치고, 던지고, 달리는 선수단 개개인의 능력치와 무관한 영역에서 드러난 문제가 패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작년보다 탄탄해진 수비력 덕을 봤던 한화다. 11연패 기간엔 실책 15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이 나왔다. 키움과 3연전에선 도합 8개의 실책이 쏟아졌다. 이용규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했다.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부담과 조급한 마음에 실수가 나오고, 다시 연패가 길어지는 악순환이다. 실력이 모자라서 주는 점수가 아니라, 안 줘도 될 점수를 내줘서 지는 게 문제다.

연패 기간 한화는 11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이 기간 리그 최다 도루허용이다. 상대의 도루시도 횟수도 17차례로 리그 최다. 포수 최재훈, 이해창보단 투수 쪽 문제다. 시즌 초반 투수들이 견제와 슬라이드 스텝에서 약점을 노출하자, 상대 주자들이 1루만 나가면 작정한 듯 뛰고 있다. 한화 상대로 단타는 곧 2루타나 마찬가지다.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화 투수들은 1루 주자를 신경 쓰느라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연패 기간 한화 투수들은 견제구만 95차례 던졌다. 같은 기간 삼성 투수들(32회)이 던진 견제구의 3배에 가까운 견제 횟수다. 이래선 제대로 된 투구를 하기 어렵다. 주자 견제는 구속, 컨트롤, 무브먼트 같은 공 던지는 능력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라이트-구창모 상대할 한화,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

NC는 2년전 최하위에서 리그 최강 전력으로 올라섰다(사진=NC)
NC는 2년전 최하위에서 리그 최강 전력으로 올라섰다(사진=NC)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는 백약이 무효다. 선수들의 근성이 부족하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등 온갖 훈수가 나오지만 연패를 당하는 입장에선 무의미한 얘기다. 어떻게든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바꾸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일단 연패부터 끊어야 무너진 팀을 수습하고, 솟아날 구멍을 찾을 수 있다. 그래야 다시 치고 올라갈 동력이 생긴다.

전력만 놓고 보면 쉽지 않다. 하필 이럴 때 리그 최강팀 NC와 만났다. NC는 현재 팀 공격력, 수비력, 투수력 모두 리그 최고 수준인 강팀이다. 현시점에서는 거의 약점이랄 만한 게 눈에 띄지 않는 전력을 갖췄다. 상대 선발도 외국인 에이스 라이트와 국내 에이스 구창모가 차례로 나온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화로선 상대하기 버거운 투수들이다.

그래도 한화는 어떻게든 한 경기를 잡아야 한다. 지금보다 더 추락하다간 현재는 물론 미래 계획까지 차질이 생긴다. 애초부터 올해보다는 올해 이후를 바라보며 시작한 시즌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2군 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고, 데이터 분석 파트도 강화했다. 최원호 감독을 영입해 육성 시스템도 개편했다. 지난해 실패를 거울삼아 1군에서도 어느 정도 이기면서 젊은 선수를 육성한다는 올바른 방향도 설정했다.

한화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한용덕 감독은 한화를 지속적인 강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자기 임기 내에 어떻게든 성적만 내려는 감독들과 다르다임기 3년 동안 한 명의 외부 영입 FA도 없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묵묵히 팀 개혁 작업을 해왔다. 당장 성적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1군에서 어느 정도 성적이 받쳐줬을 때 가능한 얘기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여론의 지지가 없이는 추진력을 받기 어렵다. 한용덕 감독이 2년 차에 공격적인 세대교체를 밀어붙인 힘도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에서 나왔다. KBO리그 실정상 지면서 하는 리빌딩은 불가능하다. 1군에서 이겨야 미래를 도모할 힘이 생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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