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3연승으로 어느새 1위 NC와 2경기 차 추격

-30세 전후 코어 선수들 활약…원숙한 기량에, 베테랑과 신예 가교 역할

-김현수, 차우찬, 정근우 등 외부 영입 선수 활약…LG의 선수단 문화 바꿨다

-주전 선수 부상 공백에 김호은, 구본혁 등 새 얼굴 활약…앞으로 더 강해진다

잘 나가는 LG 트윈스(사진=LG)
잘 나가는 LG 트윈스(사진=LG)

[엠스플뉴스=대전]

올해 우리 팀은 정말 강합니다. 코치진부터 선수, 프런트까지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쳐서 최상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6월 17일 대전 한화전 승리투수 임찬규의 목소리엔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이날 임찬규의 115구 역투로 승리한 LG 트윈스는 이날 패한 1위 NC 다이노스와 게임 차를 2경기 차로 줄였다. 한때 6게임까지 벌어졌던 거리를 최근 3연승과 9경기 7승 2패의 상승세로 단숨에 좁혔다.

사실 현재 LG의 전력은 완전체와는 거리가 있다. 타일러 윌슨과 케이시 켈리는 여전히 자가격리 여파와 싸우고 있고 마무리 고우석은 무릎 수술로 이탈했다. 이형종, 로베르토 라모스, 김민성도 부상으로 빠진 상황. 과거 이광환 감독이 거론한 ‘강팀의 5가지 조건(에이스, 마무리, 리드오프, 4번타자, 포수) 중에 3가지가 빠진 가운데서도 여전히 LG가 잘 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30세 전후 코어 선수들 활약…원숙한 기량에 중간에서 가교 역할까지

19살 슈퍼루키 이민호(사진=LG)
19살 슈퍼루키 이민호(사진=LG)

임찬규는 우리 팀은 모두가 하나로 똘똘 뭉쳤다고 했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 그리고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30세 전후 코어 선수들의 조화가 LG의 상승세를 이끄는 힘이다.

LG는 리그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수와 가장 어린 선수가 함께 뛰는 팀이다. 41세 최고령 선수 박용택(타율 0.296)과 19살 신인 투수 이민호(2승 평균자책 1.16)가 함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팀이 LG다. 박용택 외에도 정근우(38세), 이성우(39세), 송은범(36세) 노장 선수가 여럿이다. 반대편 끝엔 20살 김윤식과 21세 정우영이 자리한다.

베테랑과 젊은이만 있는 팀은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베테랑은 기량이 내림세고 어린 선수들은 안정성이 떨어진다. 선수단 분위기도 문제다. 어린 선수는 베테랑이 어렵고, 베테랑도 어린 선수들 대하기 부담스럽다. 노장과 신예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중간급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1994년의 추억(사진=엠스플뉴스)
1994년의 추억(사진=엠스플뉴스)

LG는 나이 서른 살 안팎의 코어 선수가 많다. 2010년 전후로 LG에 입단해 오랜 이천 생활과 시련을 이겨내고 이제는 LG의 중추로 성장한 선수들이다. 야수진에는 이천웅, 채은성, 오지환, 유강남이 있고 투수진엔 정찬헌, 임찬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껏 원숙해진 기량으로 LG의 상승세를 지탱한다. 이천웅은 3할 가까운 타율로 부동의 리드오프 역할을 하고, 채은성은 중심타자로 제 몫을 한다. 오지환은 ‘오지 스미스’급 수비력으로, 유강남은 최고의 프레이밍 능력과 공격력으로 힘을 보탠다.

선발로 변신해 벌써 3승을 따낸 정찬헌, 꾸준히 로테이션을 책임지는 임찬규의 역할도 크다. 젊음과 경험을 한 몸에 갖췄고, 팀에 대한 애착도 누구보다 강한 LG의 주축 선수들이다.

이들은 베테랑과 신예 사이에서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임찬규는 정우영, 이민호 등 어린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 줘서 좋다. 그런 분위기가 지금의 우리 팀을 만든 것 같다후배들이 내가 몇 살인지 잘 모르는 모양인데, 아는지 한번 물어봐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야수 리더 김현수, 투수 리더 차우찬, 근성의 정근우…굴러온 돌이 LG 이끈다

김현수와 정근우(사진=LG)
김현수와 정근우(사진=LG)

외부 영입 선수들이 가져온 긍정 에너지도 LG의 힘이다. 야수진에는 주장 김현수가, 투수진에선 차우찬이 리더 역할을 한다. LG 관계자는 흔히 외부 영입 선수가 합류하면 기존의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우리 팀은 외부 영입 선수들이 팀 분위기에 큰 플러스 효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2018시즌 FA(자유계약선수)로 LG맨이 된 김현수는 지난 오프시즌 후배들과 함께 운동하며 웨이트 트레이닝 전도사로 나섰다. 야구 노하우를 전수하고, 팀 분위기를 잡는 군기반장 역할도 한다.

야구를 제일 잘하는 선수가 뭐든 앞장서니, 다른 선수들도 훈련 태도부터 일상생활까지 나태할 수가 없다. LG 젊은 선수들은 인터뷰 때마다 “김현수 선배가 알려줬다” “김현수 형이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전한다. 올 시즌 활약도 타율 0.351에 3홈런 23타점으로 ‘타격 기계’ 명성 그대로다.

차우찬은 김현수처럼 끊임없이 잔소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직한 맛이 있다. 후배 투수들에겐 든든한 버팀목이다. 차우찬은 “몸 관리 방법을 후배들이 물어본다. 특히 바로 옆 라커룸을 쓰는 이민호가 자주 물어본다. 운동하는 방법을 많이 알려주려고 한다”고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정근우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정근우는 정주현과 교대로 출전하며 팀의 2루수 약점을 보완한다. 나이는 30대 후반이지만, 빠른 발과 센스는 여전하다. 도루 6개(1실패)로 팀 내 2위. 견고한 2루 수비와 근성 있는 플레이도 장점이다. 사람들이 LG 야구하면 갖는 선입견과는 다른 스타일의 야구를 하는 선수가 정근우다.

류중일 감독은 정근우와 정주현을 교대로 기용하는 이유에 대해 “좋은 선수는 계속 내보내고, 안 좋으면 다른 선수를 낸다. 서로 경쟁 아닌 경쟁을 하다 보니 좋은 타격도 하고 좋은 수비도 나온다”고 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속담과 달리,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이 함께 굴러가는 LG다.

‘선수 없다’ 대신 ‘없으면 없는 대로’ 류중일 야구…새로운 선수가 계속 나온다

고우석 공백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류중일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고우석 공백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류중일 감독(사진=엠스플뉴스)

주전 선수의 부상 공백은 백업 선수와 젊은 선수들이 ‘사잇돌’ 역할을 해서 채운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가 없다’는 소릴 하지 않는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선수로 경기하는 게 류 감독 스타일이다. 주전과 백업을 확실히 구분해 운영하면서도, 주전이 빠졌을 때는 과감하게 새로운 얼굴을 시험하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

라모스가 허리 부상으로 빠진 동안엔 김호은을 1루수로 기용해 재미를 봤다. 연세대 4번타자 출신 김호은은 수준급 컨택트 능력을 자랑한다. 라모스가 빠진 5경기에서 타율 0.333에 2루타 2개를 때려내며 빈칸을 채웠다. 류 감독은 라모스가 돌아온 뒤에도 김호은을 계속 1군에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민성의 부상 공백은 2년 차 내야수 구본혁이 잘 메웠다. 구본혁은 잠실 롯데전에서 결정적인 3점 홈런을 때리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17일엔 신인 손호영도 선발로 기용해 테스트했다. 임찬규는 “구본혁 등 신인급 선수들이 수비는 너무 잘 해주고 있다. 수비가 탄탄해서 공격의 물꼬도 잘 터진다”고 칭찬했다.

마무리 고우석이 빠진 뒤엔 정우영, 이상규, 송은범이 뒷문을 잘 걸어 잠갔다. LG의 불펜 평균자책은 3.81로 리그 1위. 불펜투수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도 3.00승으로 롯데(3.35승)에 이은 2위다. 8월 이후 고우석이 돌아오고 김지용까지 합류하면 더 강력한 불펜이 기대된다.

윌슨, 켈리까지 제 모습을 되찾으면 LG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윌슨, 켈리까지 제 모습을 되찾으면 LG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사진=엠스플뉴스)

류 감독은 선발투수 자리에도 꾸준히 대안을 만들 계획이다. 이미 정찬헌과 함께 신인 이민호를 5선발로 투입해 성공을 거뒀다. 임찬규가 한 차례 엔트리에서 빠지면 이우찬, 김윤식 등을 대체 선발로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윌슨, 켈리, 차우찬도 시즌 중 한 차례 정도 로테이션에서 빠져 재조정 기간을 가질 예정. 기존 선발투수의 건강한 풀 시즌 소화는 물론, 새로운 선발투수 자원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선발투수 뎁스가 더욱 두꺼워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임찬규는 “우리 선발투수들이 정말 잘한다. 6이닝 못 던지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선수 없다는 하소연 대신 있는 선수들로 버티니 새로운 선수가 계속 나오는 LG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부진한 선수들이 제 자릴 찾으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당장 18일엔 홈런 1위 라모스가 1군 합류를 앞두고 있다.

임찬규는 올해 우리는 정말 강하다. 모두가 똘똘 뭉쳤고 분위기도 최상이다. 라모스, 김지용 선배가 오면 더 강해질 것이라 자신했다. NC와 1위 싸움에 대해서는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열심히 나아가겠다고 했다. LG의 현재 팀 분위기와 넘치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한 마디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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