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고,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강릉고 꺾고 창단 첫 우승

-현장에서 경기 지켜본 NC “연고 팀 우승은 이번이 처음”

-용마고 4번 준우승, 마산고 1번 준우승 끝에 첫 NC 연고 팀 우승

-2012년 이후 꾸준한 풀뿌리 야구 지원과 투자, 결실 맺었다

첫 결승 진출에 우승까지 차지한 김해고(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첫 결승 진출에 우승까지 차지한 김해고(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엠스플뉴스=목동]

연고지 고교야구부가 메이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6번째 결승 도전 만에 드디어 우승하는 장면을 보네요.

김해고등학교의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가 펼쳐진 6월 22일 서울 목동야구장. 무관중 경기로 펼쳐진 이 날 결승전엔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등 여러 프로구단 관계자가 찾아와 경기를 지켜봤다.

이 가운데 NC 다이노스 김종문 단장과 스카우트 팀의 방문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NC 관계자는 “야구부 창단 이후 처음 결승까지 올라온 연고지 고교팀 김해고에 힘을 실어주러 왔다. 신인 1차지명 후보 김유성의 투구도 지켜볼 생각”이라 했다.

“연고지 팀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처음...5번 준우승 끝에 첫 우승”

우승의 감격을 나누는 김해고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우승의 감격을 나누는 김해고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강명호 기자)

이날 김해고의 우승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김해고는 8회까지 강릉고에 1대 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강릉고 마운드에는 고교야구 넘버원 좌완 김진욱이 버티고 있었다. 반면 김해고 에이스 김유성은 8회말 투구 수 제한(105구)에 걸려 교체된 상황. 이번에도 NC 연고지 팀의 우승 도전이 좌절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1사 후 리드오프 황인서가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허지원이 적시타를 때려 2대 3 한 점 차로 따라붙었다. 박진영의 몸에 맞는 볼로 주자는 두 명. 여기서 김진욱이 투구 수 제한에 걸려 내려간 뒤 서준교의 내야안타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과 밀어내기 볼넷이 이어지며 4대 3 역전. 김해고 쪽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간 순간이다.

김해고는 기운이 꺾인 강릉고의 9회말 공격을 삼자범퇴로 막아내고 일제히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황금사자기 우승. 2002년 야구부 창단 이후 처음 진출한 전국대회 결승에서 우승까지 해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NC 스카우트는 “세상에 이런 경기가 다 있구나”라며 감탄했다. 이 스카우트는 “김해고가 8회까지 지고 있을 때만 해도 ‘첫 결승전인데 그래도 잘 싸웠다’고만 생각했지, 역전까지 해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선수들이 결승이라고 위축되지 않고 웃으면서 즐기는 마음으로 경기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종문 NC 단장은 “모든 팀 우승이 다 똑같다. 특별히 연고지 팀 우승이라고 다를 게 있겠느냐”고 말을 아끼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다른 NC 관계자는 연고지 팀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현장에서 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팀 창단 이후 꾸준히 지역 아마야구에 투자한 노력이 조금씩 결실로 돌아오는 것 같아 기분 좋다고 했다.

매년 3억 원 투자, 각종 야구대회 주최…풀뿌리 야구 위한 NC의 노력

결승전 때마다 응원단을 파견한 NC(사진=엠스플뉴스)
결승전 때마다 응원단을 파견한 NC(사진=엠스플뉴스)

실제 NC는 2012년 창단 이후 그 어느 구단보다도 열심히 지역 풀뿌리 야구에 씨를 뿌렸다. NC 연고지인 경남과 창원은 수도권 대도시에 비해 야구팀 숫자도 적고, 인재도 부족한 환경이다. 창단팀 혜택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좋은 선수를 수급하려면 아마야구에 투자해야 한다는 소신이 강했다.

NC는 해마다 3억8백만 원을 지역 초·중·고 야구부에 지원해 왔다. NC 스카우트는10개 구단 가운데 우리보다 많이 지원하는 구단이 없다. 한 번도 지원액을 삭감한 적 없이 매년 3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일부 구단이 1차지명 제도가 폐지된 기간 연고 야구부 지원을 줄인 사례도 있지만, NC는 달랐다. NC 관계자는 “지역 야구에 투자하는 건 프로구단으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NC 관계자는 “지역에 초등학교와 리틀야구부가 총 38곳, 중학교가 11곳, 고교야구부가 7곳이 있다. 여기에 균등하게 야구공과 배트, 바람막이, 바지 등의 용품을 지원한다”고 했다. 여기에 주니어 다이노스 윈터파이널 NCO배 초등야구대회, 범한배 전국중학야구대회, 경상남도 리틀∙사회인 야구리그전 등 다양한 야구대회도 주최했다.

연고지 야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투자는 그 어느 구단보다 열심히 해왔다고 자부한다. NC 관계자의 말이다.

부지런히 씨를 뿌리고 물을 주자 꽃이 피고 열매가 자랐다. NC 창단 이후 지역 고교야구팀들이 꾸준히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용마고등학교는 NC가 생긴 뒤 4차례나 전국대회 결승까지 올랐고, 마산고등학교도 1차례 결승을 맛봤다. 결과는 아쉽게도 모두 준우승. NC는 결승전 때마다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를 파견해 연고지 팀의 우승 도전을 응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김해고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NC 창단 이후 연고지 고교 팀의 첫 전국대회 우승이다. NC 스카우트는 “준우승하는 것만 5번 봤는데, 처음으로 연고 팀의 우승을 보게 돼서 기분이 묘하다. 김해고 야구부에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고 했다.

TV 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NC 관계자는 “김해고 선수들은 지고 있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진심으로 즐기는 게 보였다.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것 같다”며 “연고지 야구부가 해낸 것처럼, 올 시즌 우리 팀에도 좋은 결과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NC는 6월 23일 현재 2위 두산에 3.5경기 차 앞선 리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해고처럼 NC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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