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홈런타자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이제는 홈런타자 이정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이제는 ‘파워히터’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프로 데뷔 4년 만에 처음 두 자릿수 홈런 고지에 도달했다.

이정후는 7월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시즌 7차전에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4대 1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솔로 홈런을 날렸다. NC 선발 이재학의 초구 몸쪽 낮은 속구(136km/h)를 빠르게 받아쳐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겼다(5대 1). 이정후의 홈런으로 점수 차를 벌린 키움은 선두 NC를 5-1로 꺾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이 홈런으로 이정후는 시즌 61경기 만에 10홈런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한 이정후는 지난해까지 3시즌 연속 3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KBO리그 대표 교타자로 활약했다. 반면 홈런은 첫해 2개, 2018년과 지난해 각각 6개에 그쳐 홈런타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4년 차인 올 시즌엔 부쩍 홈런과 장타 생산이 늘었다. 정확성과 장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타격폼에 변화를 줬다. 이전 타격폼과 비교하면 다소 거칠고 뚝뚝 끊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타구에 힘을 싣는 데 효과적인 스윙 동작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지난해보다 외야로 향하는 뜬공 타구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시즌 1.04였던 이정후의 뜬공/땅볼 비율이 올해는 1.24로 늘었고 지난해 54.3%였던 외야 타구 비율도 63.2%로 많아졌다. 타구 비거리 증가는 장타 생산으로 이어졌다. 통산 1.13%였던 타석당 홈런 비율이 올 시즌엔 3.41%로 향상됐고, 타수당 장타도 통산 9.0에서 올 시즌 15.2로 늘었다.

파워가 좋아졌는데 장점인 타격 정확성은 그대로다. 이날 경기까지 이정후는 61경기에서 총 84개의 안타를 날렸다. 144경기로 환산하면 198안타 페이스다. 시즌 타율 0.357로 리그 3위, 커리어 하이를 찍은 2018년(0.355)을 뛰어넘을 기세다. 통산 8.5%였던 타석당 볼넷 비율은 9.5%로 좋아졌고, 9.0%인 타석당 삼진은 7.2%로 줄였다. 약점을 찾을 수 없는 타자다.

이날 홈런으로 10홈런 고지를 밟은 이정후는 144경기 23.6홈런 페이스다.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넘어, 데뷔 첫 20홈런도 바라볼 수 있다. 참고로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 역시 데뷔 4년 차 시즌인 1996년 처음 20홈런 고지(25홈런)에 도달한 바 있다.

경기후 이정후는 “시즌 전에 트레이닝 코치님이 2, 3년 정도 기간을 두고 몸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셨는데, 본격적으로 힘을 기른 올 시즌부터 장타가 늘어나서 놀랍고 트레이닝 파트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강한 타구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른 것도 있고, 휴식기 없이 올 시즌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지치지 않는 체력도 필요했다. 여러 이유로 웨이트에 집중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 이유를 밝혔다.

이정후는 “내 장점은 컨택이다. 장타를 치더라도 정확히 맞추는게 선행돼야 한다”며 “더 정확하게 때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큰 타구도 나오는거 같다. 잘하는 날이든 못하는 날이든 크게 개의치 않고 매일 경기를 잘 준비하는 긍정적인 마음과 멘탈을 유지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끝으로 이정후는 “홈런 개수 목표는 특별히 없다. 지금처럼 잘 치다 보면 언젠가는 20개도 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못 치면 내년에 도전하면 된다”며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꾸준하게 자신만의 타격을 이어가고 싶은 목표를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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