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불펜의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한 강재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한화 불펜의 믿을맨으로 자리매김한 강재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대전]

9월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KT 경기. 한화가 3대 2 한 점차로 앞선 6회말 KT가 연속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 3루 역전 찬스를 잡았다.

위기가 되자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신인 사이드암 강재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안타 하나면 바로 역전, 외야 플라이만 맞아도 동점이 되는 위기 상황. 그러나 강재민은 침착했다. 첫 타자 박경수를 초구에 1루수 뜬공 아웃으로 잡아냈고, 이어 장성우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에서 벗어났다. 물려받은 득점권 주자 중에 한 명도 홈까지 들여보내지 않으면서 한 점 리드를 지켜냈다.

강재민이 초대형 위기를 막아낸 건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15일 현재까지 강재민은 승계주자 실점률 4.4%로 KT 조현우(0.0%)에 이은 리그 불펜투수 2위에 올라 있다. 조현우는 승계주자 14명 가운데 단 한 명도 홈에 들여 보내지 않았고, 강재민은 23명의 주자를 물려받아 단 1명에게만 홈을 허용했다.

참고로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승계주자 실점률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근 6년간 승계주자 20명 이상을 물려받은 투수 중에 강재민보다 실점률이 낮은 투수는 한 명도 없었다. 감독 입장에선 위기에서 가장 믿고 내보낼 수 있는 투수로, 동료 투수들에겐 가장 안심하고 마운드를 넘겨줄 수 있는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분식회계를 모르는 투수. 야구에 금융감독원이 있다면, 가장 좋아할 만한 투수가 강재민이다.

강재민은 위기에 강하다. 올 시즌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재민의 피안타율은 0.191, 그러나 득점권 위기에선 피안타율이 0.158로 더 좋아진다. 피OPS도 주자없는 상황이 0.550, 득점권이 0.422로 실점 위기 기록이 오히려 더 좋다. 2사 득점권 피안타율도 0.136,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을 나타내는 CL & Late 상황에서도 피안타율 0.235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강재민은 심장이 강한 투수다.” 단국대 시절 강재민의 은사 김경호 감독의 평가다. 강재민의 강심장은 대학 무대에서부터 빛을 발했다. 2학년 때인 2017년 제98회 전국체전에선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국군체육부대(상무)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화제가 됐다. 상무를 6대 5로 꺾는 이변을 연출한 단국대는 그해 전국체전 일반부 정상에 올랐다.

김 감독은 당시 엠스플뉴스와 인터뷰에서 “위기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면 투수가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강)재민이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배짱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고 제자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재민도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 오히려 승부를 해보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거렸다. 아슬아슬한 상황이 정말 재밌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타고난 강심장이다.

올해 한화에 입단한 강재민은 다시 한번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퓨처스리그에서 13경기 2세이브 평균자책 2.77(13이닝 22탈삼진)로 2군 무대를 평정한 뒤, 1군에 올라와서도 연일 호투를 펼쳐 어느새 한화 불펜의 에이스로 자릴 굳혔다. 35경기에서 1세이브 8홀드. 34.1이닝 동안 삼진을 42개나 잡아냈고 평균자책은 2.62다. 리그 불펜투수 중에 8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강재민을 마무리로? 최원호 대행 “아직 우리 마무리는 정우람”

단국대 시절의 강재민. 2학년 때인 2017년 상무 상대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사진=엠스플뉴스)
단국대 시절의 강재민. 2학년 때인 2017년 상무 상대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기도 했다(사진=엠스플뉴스)

강재민의 맹활약에 한화 팬 사이에선 올 시즌 부진한 정우람 대신 강재민을 마무리로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까지 정우람은 35경기 평균자책 4.93으로 이름값에 비해 다소 아쉬운 기록을 내고 있다. 13일 KT전도 강재민, 김종수의 호투로 8회까지 4대 2로 앞서다 9회 정우람이 무너져 4대 5로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최원호 감독대행은 “마무리 투수는 다른 팀 마무리 투수와 비교해야 한다. 마무리와 일반 불펜투수와는 조건이 다르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최 대행은 15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같은 1이닝이라도 어떤 상황에 나가서 던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다. 중간으로 던지는 1이닝과 세이브 상황 1이닝, 지고 있는 상황의 1이닝은 다르다”고 했다.

최 대행은 “불펜투수는 대개 상대성을 고려해서 기용한다. 강재민을 예로 들면 좀 더 강점이 있는 우타자들이 나올 때 맞춰서 내보낸다. 그래서 조금 더 막아낼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반면 마무리는 상대성에 관계없이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최 대행은 “마무리는 왼손투수에게 강한 타자가 나와도, 개인적으로 정우람에 강한 타자가 나와도 내보낸다. 중간투수라면 그런 상황에서 내보내지 않는다”며 “마무리와 중간투수는 같은 조건의 비교 대상이라 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가까운 미래에는 강재민이 마무리 투수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 대행은 “강재민이 힘든 상황에 올라가서 자기 역할을 200% 소화해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했다. 미래 마무리 투수를 맡을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강재민이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려면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최 대행은 “지금보다는 스피드가 좀 더 올라와야 한다”고 했다. 강재민의 속구 평균구속은 140.8km/h로 사이드암 투수치고는 빠른 편이지만 타자를 압도할 만한 강속구까진 아니다.

최 대행은 “좌타자를 상대하는 체인지업이나 역회전 구종을 추가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지금 주무기는 슬라이더인데, 좌타자 입장에서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은 대응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좌타자 피안타율이 그렇게 높진 않지만, 주로 우타자와 상대하게 한 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마무리 투수는 중간과 달리 상대성에서 강점이 있는 타자만 골라 상대하기 어렵다. 최 대행은 “마무리로 가면 좌타자 상대를 지금보다 더 자주 해야 하는데, 현재 퍼포먼스로는 좌타자가 버거울 수 있다. 멜 로하스, 강백호처럼 장타력이 있는 타자를 상대할 텐데 구위로 압도하거나 구질로 속여야 한다. 가장 좋은 건 바깥쪽으로 향하는 구종”이라 언급했다.

최 대행은 강재민에 대해 “충분히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재 마무리 정우람에 대해 여전한 신뢰를 표현했다. “정우람도 사람인데 매일 막아낼 수는 없다. 최근 실점하는 경기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 불펜 투수들은 타이트한 상황, 세이브 상황에 올리기엔 좀 더 경험을 쌓아야 할 투수들이다. 아직은 정우람이 마무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최 대행의 말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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