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충격파에 내년도 스프링캠프도 국내 진행 현실화

-국외 캠프 단념한 구단들 “자가 격리 2주 두 차례로 불가능”

-구단 1군·2군 시설 동시 활용 계획, 제주도·기장 시설 활용도 어렵다

-캠프 일정 변화 필요성에 공감대,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도 변수

화창한 날씨 속에 외국 야구장에서 시즌을 준비했던 흔한 스프링캠프의 풍경은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화창한 날씨 속에 외국 야구장에서 시즌을 준비했던 흔한 KBO리그 스프링캠프의 풍경은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뉴노멀 시대니까 KBO리그 구단들도 변화된 환경에 이제 적응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는 내년까지 갈 듯싶다.

내년도 스프링캠프 계획 질의에 한 구단 관계자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히 한 구단의 고민이 아닌 KBO리그 전 구단의 고민거리기도 하다.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에 KBO리그의 시즌 준비도 달라진다. 내년도 구단들의 스프링캠프 장소는 이제 국외가 아닌 국내가 될 전망이다.

최근 몇 년 동안 KBO리그 구단들은 2월 1일 스프링캠프 시작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에 출국을 위해 모였다. 하지만, 내년엔 KBO리그 구단들의 그런 흔한 풍경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게다가 전 구단 국내 스프링캠프가 진행된다면 캠프 프로그램과 일정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분위기다. 코로나19가 KBO리그의 ‘시즌 루틴’마저 뒤흔든단 뜻이다.

가장 가까운 일본 캠프도 불가능 "자가 격리 2주 두 차례로 힘들어"

2005년부터 15년 넘게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과 인연을 이어온 삼성도 내년 스프링캠프는 대구와 경산 시설에서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2005년부터 15년 넘게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과 인연을 이어온 삼성도 내년 스프링캠프는 대구와 경산 시설에서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사진=엠스플뉴스)

그나마 가까운 일본에 스프링캠프를 주로 차린 구단들도 코로나19 문제에 국외 스프링캠프 뜻을 접은 분위기다. 두산 베어스는 2013년부터 해마다 2차 스프링캠프를 일본 미야자키에 차렸다. 2013년부터 창설된 구춘 대회에 참가해 일본프로야구 구단들과 친선 경기를 펼쳤다. 수준 높은 일본 구단들과 맞대결을 펼칠 수 있기에 1차 스프링캠프 장소는 해마다 달라져도 2차 캠프는 항상 미야자키였다.

하지만, 내년도 스프링캠프를 미야자키에 차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두산 관계자는 “최근에도 계속 지난해 캠프를 차렸던 호주 질롱과 일본 미야자키 측에서 연락이 온다. 현실적으로 판단하면 자가 격리 2주를 현지와 국내에서 두 차례 해야 하는데 도저히 국외 스프링캠프를 갈 여건이 안 된다. 미야자키에서 구춘 대회를 내년에도 열겠다고 하는데 우리 팀은 함께하긴 힘들 듯싶다”라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는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구장과 2022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고 해마다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하지만, 내년엔 2005년부터 거르지 않고 이어온 오키나와 캠프를 소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 관계자는 “코로나19 문제가 겨울 안으로 갑자기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내년 오키나와 캠프를 차리긴 힘들 듯싶다. 장기 계약이 된 상황이지만, 오키나와 온나손과 그만큼 서로 신뢰가 있기에 실무적인 계약 문제는 나중에 잘 풀 수 있을 거다. 내년엔 대구와 경산을 오가며 국내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해야 할 분위기”라고 바라봤다.

1군+2군 시설 병행 국내 스프링캠프 소화 분위기 "날씨도 변수"

한화 2군 서산 훈련장의 한 풍경. 대부분 KBO리그 구단은 내년 스프링캠프를 1군과 2군 시설을 통해 소화할 계획이다(사진=한화)
한화 2군 서산 훈련장의 한 풍경. 대부분 KBO리그 구단은 내년 스프링캠프를 1군과 2군 시설을 통해 소화할 계획이다(사진=한화)

매트 윌리엄스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KIA 타이거즈는 스프링캠프를 미국 플로리다에 차리며 만족스러운 캠프 일정을 소화했다. 내년도에도 플로리다로 향할 가능성이 컸지만, 현재 미국이 가장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진 지역이 됐다.

KIA 관계자는 “올 시즌 플로리다 캠프를 정말 만족스럽게 보냈기에 코로나19 문제가 아니었다면 내년 캠프도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문제로 광주와 함평을 활용한 스프링캠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문제는 비시즌 윌리엄스 감독과 위드마이어 수석코치의 미국 귀국 문제다. 자가 격리 2주 문제가 있기에 향후 캠프 일정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셔야 할 듯싶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구단은 이처럼 국외 스프링캠프 구상을 포기하고 1군 구장과 2군 구장을 활용한 국내 스프링캠프를 구상하고 있다. 고척돔이라는 유일한 돔구장을 활용하는 키움 히어로즈도 국내 스프링캠프 진행 분위기 속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키움 관계자는 “이미 시즌 초부터 서울시 쪽에 캠프 기간 고척돔 대관을 문의했다.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인데 큰 문제가 없다면 고양 2군 시설과 고척돔 시설을 활용해 캠프를 진행할 듯싶다. 야구장 한 면만으로 1군 캠프 훈련을 해야 하는 건 아쉽지만,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거다. 지난해 캠프를 소화했던 타이완 쪽과 계약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정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부 지역 구단들과 비교해 중부 지역 구단들의 국내 스프링캠프 진행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날씨다. 국내 2월 날씨는 여전히 눈이 내릴 수 있는 환경에다 중부 지역의 기온은 남부 지역의 기온보다 비교적 낫다. 1군과 2군 구장 모두 중부 지역에 있는 구단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 야외 캠프 훈련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다. 부상 위험도가 더 커지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제주도와 기장 야구장 시설을 활용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구단 관계자는 “제주도는 바람이 강한 날씨와 열악한 시설로 프로 구단이 사용하기 힘든 환경이다. 기장 쪽은 편의시설 문제도 있지만, 이미 다른 사회인 야구팀들이 겨울에 대부분 예약해놓은 상태다. 다짜고짜 프로 구단이 사용하겠다고 밀고 들어가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캠프 일정 변화 필요성 공감대,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도 관건

국외 스프링캠프 소화를 위해 캠프 일정 전 공항을 찾아 팬들과 취재진을 만나는 평범한 풍경도 당분간 볼 수 없다(사진=엠스플뉴스)
국외 스프링캠프 소화를 위해 캠프 일정 전 공항을 찾아 팬들과 취재진을 만나는 평범한 풍경도 당분간 볼 수 없다(사진=엠스플뉴스)

10개 구단이 모두 국내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경우 캠프 일정에 변화를 주자는 얘기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 국내 2월 날씨가 여전히 추운 만큼 캠프 시작 날짜를 뒤로 늦추자는 의견이 있고, 아예 캠프 시작 날짜를 당겨 몸을 끌어 올릴 시간을 충분히 주자는 의견도 있다.

A 구단 고위 관계자는 “캠프 시작 일정에 변화를 줘야 한단 의견엔 대부분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시작 일정을 당기자는 의견과 미루자는 의견이 갈렸다. 나는 개인적으로 캠프 일정을 당기는 건 반대다. 올 시즌도 개막이 미뤄지며 준비 기간이 길어졌지만, 팀마다 부상자가 쏟아졌다. 결국, 실전 경기가 부족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차라리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캠프 시작을 미루고 3월에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를 많이 치르는 게 낫다고 본다”라고 제안했다.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도 캠프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의견도 있었다.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이 정상 개최될 경우 시즌 일정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단 뜻이다.

B 구단 고위 관계자는 “우리 팀의 경우 2군 시설에서 전체 선수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기에 캠프 장소로 크게 걱정하는 건 없다. 캠프 일정 변화에 대해선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만약 올림픽이 없었다면 정규시즌 일정을 조정해 캠프 기간도 수정할 수 있지만, 반대로 올림픽이 열린다면 정규시즌 일정에 큰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코로나19로 바뀐 ‘뉴노멀’ 시대에 KBO리그 구단들도 서서히 적응하는 분위기다. 길어지는 무관중 경기로 재정 상태가 점점 더 악화하는 가운데 내년도 스프링캠프에도 코로나19 여파가 크게 미칠 상황이다. 전 구단 국내 스프링캠프 소화가 임시방편일지 뉴노멀 시대 새로운 질서와 루틴이 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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