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면 던질수록 강해지는 데스파이네(사진=KT)
던지면 던질수록 강해지는 데스파이네(사진=KT)

[엠스플뉴스=인천]

“내 팔이 신기하게도 휴식을 취하면 취할수록 컨디션이 나오지 않는 편이다. 감사하게도 던지면 던질수록 컨디션이 좋고, 휴식을 적게 가져갈수록 좋아지는 팔을 주셨다.”

KT 위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의 팔은 던지면 던질수록 강해진다? 데스파이네는 신기한 투수다. 5일 휴식 후 선발 등판했을 때는 평범한 투수가 된다. 올 시즌 6번 5일턴으로 등판해 34이닝 평균자책 6.62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피안타율 0.340에 삼진/볼넷 비율도 1.36개로 저조했다.

하지만 4일 휴식 후 등판했을 땐 초특급 에이스로 변신한다. 9월 20일 등판 전까지 총 18번 4일 턴으로 등판해 116이닝 동안 평균자책 3.49를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66을 기록했고 삼진/볼넷 비율도 2.47개로 수준급이었다. 속구 구속도 4일 쉬고 나왔을 때가 5일 턴보다 오히려 빨랐다.

20일 인천 SK전에서도 ‘4일 턴 모드’ 데스파이네가 눈부신 역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데스파이네는 이날 6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고 2볼넷 3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SK 타선을 압도해, 팀의 10대 2 대승을 이끌었다. 최고 154km/h 속구와 커터, 투심, 커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SK 타선을 가지고 놀았다. 5일 쉬고 나왔던 직전 등판(15일 삼성전 6.1이닝 7실점)과는 다른 투수처럼 보일 정도로 대조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다.

이날 경기 후 데스파이네는 “난 시즌 초반부터 4일 휴식 뒤 5일째 던졌을 때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직전 등판에서는 5일 휴식 후 나오다 보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월요일 휴식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5일 턴이 될 때가 있는데,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게 잘 조절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

나왔다 하면 100구, 110구 이상 많은 공을 던지고 있는 데스파이네다. 한 경기에 123구를 던진 경기도 있고, 총 6차례 등판에서 110구 이상 많은 공을 던졌다. 최대 몇 구까지 가능하냐는 질문엔 “투구 수가 몇 개까지 가능하다고 정해놓고 던져본 적은 없다. 꼭 필요하다면 그 상황에 맞춰 최대한 투구를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데스파이네는 “내 팔은 신기하게도 휴식을 취하면 취할수록 컨디션이 나오지 않는 편”이라며 “감사하게도 던지면 던질수록 컨디션이 좋고, 휴식을 적게 가져갈수록 좋아지는 팔을 주셨다. (올해 많이 던졌지만) 내년 시즌에도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유지할 자신이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데스파이네는 언제부터 지금처럼 많이 던져도 닳지 않는 고무팔을 갖게 됐을까. 그는 “쿠바에서 경기할 때부터 느꼈다”고 했다. “쿠바리그도 월요일에는 휴식일을 갖는데, 거기서 하루 더 쉬고 던졌을 때 결과가 안 좋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4일 휴식 후 5일 째 던지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데스파이네의 말이다.

실제 데스파이네는 쿠바리그 시절 해마다 많은 경기에 등판해 엄청난 이닝을 소화했다. 2007-2008시즌엔 불펜으로만 34경기에 등판해 83.1이닝을 던졌고 이듬해엔 19경기 불펜, 9경기에 선발로 나와 100이닝을 넘겼다.

2011-2012 시즌엔 24경기에 선발등판해 169.1이닝을 소화해 개인 한 시즌 최다이닝을 책임졌다. 남은 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특유의 강한 체력과 이닝 소화 능력으로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이날 시즌 14승째를 달성해 KT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승 기록과 함께 다승 단독 2위로 올라선 데스파이네는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한 걸음 다가간 게 기쁘다”며 팀 승리를 강조했다.

KT는 현재 리그 3위로 창단 이후 첫 5강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선 플레이오프 경험이 없지만, 2018년도에 도미니칸 리그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이 있다. 쿠바리그 시절엔 팀이 최상위권 팀이었기 때문에 여러 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두 번은 챔피언 결정전에 나가서 우승했다”고 밝혔다.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데스파이네인 만큼 가을야구가 처음인 팀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터. 그는 “동료들이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경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첫 포스트시즌이라 부담감이 크고 힘들어질 수 있는데, 즐기는 자세로 지금의 잘하는 모습을 유지한다면 플레이오프뿐만 아니라 계속 이겨나가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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