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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드래프트, 구단의 운명을 바꾼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 기사입력 2020.09.21 10:07:48   |   최종수정 2020.09.21 10: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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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2시, 2021 KBO 신인드래프트 행사 개최…MBC 스포츠플러스 생중계

-잘 뽑은 신인 하나, 구단의 10년 미래를 바꾼다

-NC와 KT, 신인드래프트 성과 바탕으로 강팀 도약

-키움, 좋은 신인 매년 수급해 부자 구단들과 경쟁에서 승리

 

2019 KBO 신인 1차 지명 행사 장면(사진=엠스플뉴스) 2019 KBO 신인 1차 지명 행사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야구단의 성패는 스카우트의 손에 달려 있다.” 베스트셀러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전설의 야구 기자 레너드 코페트가 한 말이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감독이 아무리 신출귀몰한 작전을 내도 선수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반대로 감독의 판단미스를 선수들이 잘해서 만회하는 경우도 많다. 좋은 선수가 모인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 그리고 그 좋은 선수를 모으는 게 스카우트가 하는 일이다.

 

올 시즌 상위권 팀의 공통점은? 자체 생산 선수가 1군 전력 주축

 

2011년 강진 캠프 당시 NC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11년 강진 캠프 당시 NC 선수단(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올 시즌 리그 상위권 팀(NC, 키움, KT, LG)들을 하나로 엮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팀의 1군 엔트리를 보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팀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하고, 2군 생활을 거쳐 1군 선수로 성장한 ‘자체 생산’ 선수가 대부분이다. 그 출발지점에는 성공적인 스카우트가 있다. 

 

시즌 내내 선두를 질주하는 NC 다이노스는 리드오프 박민우, 간판타자 나성범, 유격수 노진혁, 1루수 강진성, 외야수 권희동과 김성욱 등 주전 야수진 거의 전원이 자체 생산 선수다. 마운드에도 에이스 구창모와 불펜투수 배재환, 차세대 선발투수 송명기-최성영-신민혁-김영규 등이 모두 드래프트를 통해 NC에 입단한 NC 맨이다.

 

2위 키움 히어로즈 역시 선발투수 한현희와 최원태, 불펜 에이스 조상우와 안우진이 드래프트로 뽑은 버건디 순혈이다. 김하성-이정후-박동원-김혜성 등 주전 야수들도 히어로즈 성골, 양기현, 조성운, 김태훈 등 불펜 투수와 조영건, 김재웅 등 신예 선발도 드래프트로 입단한 선수들이다. 

 

3위 LG 트윈스는 아예 엔트리의 2/3를 자체 생산 선수로 채웠다. 유격수 오지환과 2루수 정주현, 포수 유강남, 외야수 홍창기-채은성-이천웅-이형종과 최고참 박용택이 모두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LG 출신. 투수진에도 선발 임찬규, 정찬헌, 이민호, 김윤식과 불펜 정우영, 고우석, 최동환, 이상규, 김대현, 이정용이 자체 생산이다. 

 

공통 3위 KT도 자체 생산 선수가 많다. 선발투수 소형준, 김민수, 김민과 불펜의 김재윤-주권-조현우가 신인드래프트 당시 KT 스카우트가 이름을 부른 선수들. 야수진에선 강백호, 김민혁, 심우준, 문상철이 KT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 코어 선수들로 탄탄하게 다진 뼈대 위에 특급 외국인 선수, 꼭 필요한 FA(자유계약선수) 선수, 트레이드 등 외부 영입 선수로 살을 붙인 결과 지금처럼 강한 전력을 만들 수 있었다.

 

막내구단 NC와 KT 강팀으로 올린 원동력도 신인 드래프트

 

2011년 강진 캠프 당시 NC 박민우. 이동욱 감독은 “까까머리였던 박민우가 어느새 팀의 중심이 됐다”며 지난 추억을 떠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2011년 강진 캠프 당시 NC 박민우. 이동욱 감독은 “까까머리였던 박민우가 어느새 팀의 중심이 됐다”며 지난 추억을 떠올렸다(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특히 올 시즌 1-2-3위 팀이 모두 2000년대 이후 창단한 ‘막내 구단’들이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키움은 전신 격인 현대 유니콘스라도 있었지만 NC와 KT는 아예 ‘무’에서 ‘유’를 창조한 팀이다. 그런 팀들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구단들을 제치고 리그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NC는 창단 이후 빠르게 강팀으로 성장했다. 1군 진입 2년 만인 2014년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4년째 시즌인 2016년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뤘다. 그리고 8년째인 올해는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런 성과의 밑바탕엔 창단 첫해인 2011년 열린 2012 신인 드래프트가 있다. 그해 드래프트에서 NC는 우선지명으로 우완 이민호를 지명했고, 2라운드 후 특별지명에선 주전 유격수 노진혁을 건졌다. 그 외에도 1라운드에서 박민우를, 2라운드 1번으로 나성범을 뽑는 성과도 있었다. 

 

3라운더 김성욱, 4라운더 강진성도 현재 NC에서 주전으로 활약 중인 선수들. 그해 지명 선수 중엔 두산으로 이적한 뒤 마무리 투수가 된 이형범(2라운드 후 특별지명), 넥센에서 신인왕이 된 신재영(8라운드)도 있었다. NC의 2012 드래프트가 ‘역대급’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다.

 

KT도 창단 6시즌 만인 올해 마침내 리그 선두를 다투는 강팀으로 올라섰다. 사실 KT는 창단 초기 드래프트에선 NC 만큼의 ‘대박’을 터뜨리진 못했다. 2014 신인 1차 지명으로 뽑은 박세웅을 트레이드해 주전 포수 장성우를 얻었고, 심우준과 고영표 등 좋은 선수를 뽑긴 했지만 NC의 ‘나성범-박민우’ 듀오에 비교할 만큼은 아니다. 

 

여기엔 NC 창단 초기 우수 선수를 대거 뺏긴 기존 구단들이 KT 창단 때는 신생팀 혜택을 축소했던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면드래프트 제도가 KT 창단 이후 1차 지명 제도로 바뀐 것도 신생구단에겐 불리한 조건이었다. 2017 1차 지명에서 LG가 고우석을, 키움이 이정후를 뽑을 때 KT가 뽑은 선수는 조병욱이었다.

 

그러나 최근 드래프트에선 KT 쪽에 엄청난 행운이 한꺼번에 몰리는 흐름이다. 2018 신인드래프트에선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강백호라는 괴물을 뽑는 행운을 누렸고, 2019 지명에서도 2차 1번으로 이대은을 손에 넣었다. 2020 지명에선 또 다른 괴물 소형준과 차세대 주전 포수 강현우를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창단 이후 꾸준히 다져온 전력에 강백호-소형준이란 행운이 더해진 결과, KT도 마침내 강팀의 대열에 오를 수 있었다.

 

키움, 신인 드래프트 성공으로 부자 구단과 경쟁에서 이겼다

 

신인드래프트 행사장에 나온 지명 대상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신인드래프트 행사장에 나온 지명 대상 선수들(사진=엠스플뉴스)

 

‘야구 전문 회사’ 키움 히어로즈가 대기업 구단들과 경쟁에서 매년 상위권을 지키는 힘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나온다. 키움은 2012 한현희, 2013 조상우, 2014 김하성 등 해마다 드래프트에서 ‘대박’을 하나씩 건졌다. 

 

우수 선수가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서울을 연고지로 사용하는 것도 키움엔 행운으로 작용했다. 임병욱, 최원태, 주효상, 이정후, 안우진 등이 최근 연고지 1차 지명으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올해도 서울 연고 3팀 중에 1번 지명권을 행사해 고교 최대어 투수 장재영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키움 관계자는 “장재영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투수”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투수를 FA로 데려오려면 수십 억 원, 보통은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FA 계약은 보통 전성기가 지난 30대 이후에 이뤄지며, 계약 기간은 웬만해선 4년을 넘기지 않는다. 자금력이 풍부한 부자 구단이 아니면 이런 대어급 선수 영입전에 뛰어들기 어렵다. 

 

반면 신인드래프트에선 모든 구단에게 공평하게 전력 보강 기회가 주어진다. 여기서 지명한 선수와 계약한 구단은 이후 FA 자격을 얻기 전까지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보유권을 얻는다. 하기에 따라서는 4년짜리 FA 선수 하나를 데려올 예산으로 10년 대들보 선수 여러 명을 얻을 기회가 드래프트다. ‘스몰 마켓’ 팀 키움은 이런 드래프트 기회를 잘 활용해 부자 구단과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두산 베어스 프런트 출신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프로야구 역사를 돌아보면 스카우트의 중요성을 간과한 구단치고 좋은 성적을 낸 예가 없다. 과거 어떤 구단은 그동안 쌓은 자료만으로 충분하다며 스카우트 팀을 없앴다가 성적이 곤두박질했다”고 지적했다.

 

구 총장은 “신인 계약금 몇 푼을 아끼려고 매년 하위 라운드 지명을 건너뛴 구단 역시 그 이후 10년 넘게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스카우트에 투자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는 건 로또를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카우트에 투자하지 않는 구단은 미래를 포기한 것”이라 지적했다.

 

오늘(21일) ‘2021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다. 과연 올해 열리는 드래프트에선 어떤 구단이 더 좋은 선수, 향후 10년간 팀과 프로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성과를 거둘까. 구단과 KBO리그의 운명이 걸린 드래프트 행사에 눈과 귀를 집중해 보자. 이 행사는 오후 2시부터 MBC 스포츠플러스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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