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 2021 신인 지명자 내야수 김동진 배출

-4년째 팀 이끄는 양승호 감독 “뽑히지 못한 다른 선수들에게 더 큰 관심 필요”

-“한선태처럼 비선출 선수들도 꿈을 키우는 곳, 해병대 중사 출신 투수도 주목해 달라.”

-“아마추어 활성화 위해 4년제 대학 얼리 드래프트와 독립야구단 소속 선수 지명권 부여 소망”

양승호 감독은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4년째 이끌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승호 감독은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창단부터 4년째 이끌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파주]

우리 선수들은 낙오자가 아닙니다. 꽃봉오리가 올라올 시간이 조금 미뤄졌을 뿐이에요.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 양승호 감독은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내야수 김동진의 지명 소식이 들린 순간 곤지암에 있는 야구장에서 독립야구 리그 경기를 지휘하고 있었다. 챌린저스 출신 정식 지명자가 나왔기에 속으로 내심 기뻐했지만, 양 감독은 뽑히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의 마음을 고려해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물론 그 의미는 컸다.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수 김동진 지명(5라운드 전체 43순위)으로 파주 챌린저스라는 이름이 미디어들을 통해 쏟아졌다. 2017년 창단한 파주 챌린저스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9명의 프로 입단 선수를 배출했다. 주로 육성선수 자격으로 입단했지만, LG 트윈스 투수 한선태(2019 신인 2차 10라운드)와 내야수 김동진은 정식 신인선수로 지명받았다.

엘리트 야구 시스템에서 상처를 받거나 야구를 너무나도 하고 싶은 비선출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리는 곳이 바로 파주 챌린저스와 같은 독립야구단이다. 한국 야구계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는 독립야구단은 최근 프로 구단들의 큰 관심 속에 새로운 선수 수급 방안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4년째 독립야구단 수장을 맡아 야구계 후배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힘쓰는 양승호 감독의 마음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파주 챌린저스 유니폼 입고 지명, 김동진은 또 다른 희망 사례가 됐다

내야수 김동진은 파주 챌린저스 소속으로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일한 독립야구단 출신 정식 지명자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내야수 김동진은 파주 챌린저스 소속으로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일한 독립야구단 출신 정식 지명자가 됐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김동진 선수 지명에 ‘파주 챌린저스’라는 이름이 제대로 홍보 효과를 봤습니다(웃음).

저는 더 아쉽다고 생각하는 게 스카우트들이 (김)동진이 경기를 더 많이 봤다면 5라운드보다 더 앞에서 뽑혔을 거로 봅니다. 동진이 지명 뒤에 여러 구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앞에서 뽑을걸’이라고 후회하는 구단들도 있더라고요.

김동진 선수는 9월 초 열린 KBO 신인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스카우트진의 눈도장을 이미 찍었습니다. 현장에서도 김동진의 지명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였습니다.

동진이의 경우 입단했을 때 왜 고등학교 시절 지명을 못 받았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로 기량이 좋았습니다. 대학교 자퇴 문제로 드래프트 시기가 1년 미뤄졌지만, 나가기만 하면 지명이 될 줄 예감하고 있었어요. 올 시즌 일본 독립리그 구단에서 뛰려고 하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귀국해 다시 파주 챌린저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습니다. 스카우트들이 동진이를 자주 보러 오더라고요. 미리 군대를 해결했으니까 더 매력적인 내야수였을 겁니다.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해 일본에서 뛰었던 한선태 선수 사례도 그렇고 선수들을 파주 챌린저스 소속이 아닌 일본 독립리그 구단으로 보내려고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물론 선수들을 일본 독립리그로 안 보내고 파주 챌린저스 이름을 달고 지명받으면 우리 팀도 좋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우리 팀 이름을 알리는 것보단 선수들의 기량 증가가 먼저라고 봐요. 더 수준 높은 무대에서 실력이 향상해야 뽑힐 확률이 높아지잖아요. 그래도 이번에 동진이 덕분에 파주 챌린저스 이름이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됐죠. 물론 뽑히지 못한 선수들을 생각하면 크게 기쁘다고 내색하기도 그렇습니다.

지명권이 없는 다른 선수들은 올가을 육성선수 입단을 노려야 합니다.

올 시즌 코로나19 사태로 재정 상태가 어려워진 구단들이 전체 선수단 규모를 줄이려는 분위기입니다. 그만큼 독립야구단 선수들이 들어갈 구멍도 작아질 거예요.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구단 스카우트들에게 팀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선수들을 추천해주고 있어요. 또 웬만하면 투수들에겐 관심이 크니까 투구 영상도 찍어 보내주고요. 우리 구단에 있는 선수들은 낙오자가 아닙니다. 꽃봉오리가 올라올 시간이 조금 미뤄진 셈인데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진 선수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선순환 역할"

오로지 야구만 보고 달려가는 파주 챌린저스 선수단의 훈련 장면(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오로지 야구만 보고 달리는 파주 챌린저스 선수단의 훈련 장면(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벌써 4년째 독립야구단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이제 프로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또 다른 대체 방안이 됐습니다.

제가 안 좋은 일을 겪은 뒤 베트남 물류회사에 일하다 4년 전 파주시의 제안을 받고 독립야구단 사령탑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파주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돼 시의 야구단 지원 약속이 흐지부지됐어요. 선수들을 모아놓고 창단식까지 다했는데 저만 빠지면 안 되니까 계속 자리를 맡아왔죠. 대학 진학을 못 했거나 대졸 선수로 입단하지 못한 아이들이 여기서 프로로 갈 기회를 얻으면 한국 야구계에도 큰 도움이 되잖아요. 소질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펼치지 못한 선수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선순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야구단에 들어오려는 선수들을 보는 심정도 남다르겠습니다.

이 구단은 선수들에게 강제로 야구를 하게 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훈련 환경과 경기 출전 기회를 주는 거고, 선수들이 알아서 스스로 피나게 노력해야 하는 곳이에요. 언제든지 연습하고 원 없이 야구를 해볼 환경을 제공해주는 거죠. 저는 입단을 희망하는 선수들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인가요.

1년을 보고 들어오는지, 2년을 보고 들어오는지 물어봅니다. 딱 봐도 기량이 안 되는데 1년만 보고 들어온다고 얘기하면 그냥 다른 일을 해보라고 말해요. 선수들이 자기 회비를 내고 들어오는 건데 할 거면 제대로 해야죠. 여기선 선수가 안 하겠다고 나가면 따로 할 말이 없습니다. 게을렀거나 야구를 안일하게 생각했던 친구들이 여기서도 그런 일을 반복하면 안 되는 거죠.

태도와 인성 문제도 중요하겠습니다.

창단 초창기엔 프로에서 방출당한 선수들이 꽤 왔습니다. 그 친구들에게 ‘밥 먹고 야구만 할 수 있을 때 왜 열심히 안 했냐’라고 물어봤는데 그냥 후회할 뿐이에요. 태도와 인성 불량으로 찍힌 선수들이 프로 구단에 재입단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항상 노력하고, 겸손한 태도를 강조해요. 여긴 선·후배 개념도 없습니다. 각자 공평하게 해야 할 역할을 분배해요. 야구에선 실력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도 중요합니다.

양승호 감독의 소망 "독립야구단에도 신인 지명권 부여가 이뤄졌으면"

양승호 감독은 독립야구단과 같은 한국 야구계 가장 밑바닥부터 탄탄해야 프로야구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양승호 감독은 독립야구단과 같은 한국 야구계 가장 밑바닥부터 탄탄해야 프로야구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오히려 실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비선출 선수들의 열정이 엘리트 선수 출신 못지않다고 들었습니다.

LG에 입단한 (한)선태가 먼저 주목받았는데 지금 팀에도 비선출 선수가 꽤 있습니다. 동네 야구에서 135km/h 이상 구속으로 공을 던지면 조금만 잡아주면 수준이 확 올라가요. 선태도 처음에 130km/h부터 시작해 140km/h까지 올렸죠. 지금 팀에 있는 현역 부사관 출신 우완 투수 한 명이 또 재밌습니다.

현역 부사관 출신이요?

해병대 부사관으로 연평도에 근무했던 한광선(24세)이라는 친구입니다. 중사까지 올라갔는데 야구를 너무 하고 싶어 평생직장을 때려치웠어요. 엘리트 야구를 한 적이 없는 동네 야구 출신인데 지금 135km/h 정도 공을 던집니다. 주위에서 이 친구 공을 던지는 걸 보면 깜짝 놀랄 정도예요. 체격도 다부진데 앞으로 이 친구를 지켜보면 재밌을 겁니다.

이처럼 야구를 향한 누군가의 꿈을 이어가게 해준다는 의미가 정말 크게 다가옵니다.

솔직히 아직 독립야구단에 대한 인식이 좋진 않습니다. 돈을 벌려고 운영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데 절대 그런 건 없습니다. 선수들에게 회비를 걷어서 숙소와 음식을 제공하고 코치진 두 명 월급에다 경기 참가 및 운영 비용까지 생각하면 예산이 빠듯할 수준이에요. 시에서 적극적인 후원과 더불어 기업들이 유니폼 패치로 스폰서를 해주는 일본 독립리그와는 큰 차이가 나죠. 한국 독립야구단에 선뜻 후원해주는 곳이 없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독립야구단의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이 무엇입니까.

정부 지자체의 지원이 필수겠지만, 저는 독립구단 선수들에게 지명권 부여도 꼭 필요하다고 봐요. 현재 대학교 입학 뒤 지명권을 얻는 사례가 아니라면 독립야구단 소속 선수들은 지명권 부여 없이 육성선수로만 입단이 가능합니다. KBO에서 일정 기간 이상 정식으로 뛴 독립야구단 소속 선수들에게 지명권을 부여한다면 독립야구단이 더 활성화될 거로 봐요. 4년제 대학교 얼리 드래프트 추진과 더불어 독립야구단 지명권 부여가 이뤄진다면 야구 저변이 더 확대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치열했던 현장을 떠나 이제 한국 야구계의 가장 밑바닥을 오랫동안 가꾸고 있습니다. 향후 더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환갑이 된 지도자로서 야구장에서 후배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낍니다. 파주 챌린저스가 더 알려지고 더 좋은 선수를 배출하는 팀이 됐으면 합니다. 또 3년 동안 맨땅에 헤딩이었는데 파주시에서 관심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입니다. 프로야구가 살려면 가장 밑바닥부터 탄탄해야 합니다. 파주 챌린저스를 통해 그 소망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야구팬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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