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 알칸타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라울 알칸타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는 키움 히어로즈 킬러다. 10월 18일 경기 전까지 3경기에 나와 2승 무패 평균자책 0.45로 키움 상대 평균자책 1위. 지난해부터 계산해도 5경기 4승 무패 평균자책 0.76으로 초특급이다. 2년간 35.2이닝을 던지며 내준 자책점은 3점뿐, 올 시즌엔 20이닝 1자책점만 허용했다.

알칸타라를 제외한 나머지 두산 투수들은 키움 상대로 맥을 추지 못했다. 알칸타라 성적을 제외한 두산의 키움전 성적은 2승 8패 팀 평균자책은 6.06에 달한다. 특히 16일과 17일 고척 경기에선 이틀 연속 불펜이 무너져 역전패를 당했다.

김태형 감독은 “투수들이 키움 타자를 당해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해야 한다. 키움에 맞은 기억이 있어서 조심하다 보니 그런 게 있는데, 카운트가 유리할 때 빨리 붙어야 한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로 승부하지 않고 유인구, 변화구로 피해가다 불리한 카운트를 자초한 뒤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키움 상대 공격적인 승부가 중요한 이유는 키움 타자들의 전체적인 성향 때문이다. 키움 타자들은 스트라이크 가운데 루킹 비율이 29.1%로 리그 최다 팀이다. 투구 수 중 볼 비율도 39%로 리그 최다, 초구 스윙률은 25.8%로 리그 최소다. 계속 파울을 치고 골라내다 원하는 공이 왔을 때 공략하는 타석에서의 접근법이 뛰어난 팀이다.

김태형 감독이 원하는 이상적인 피칭을 18일 알칸타라가 보여줬다. 이날도 알칸타라는 특유의 광속구를 앞세워 ‘키움을 잡읍시다’ 시범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5회까지 무실점 행진, 6이닝 2실점 호투로 키움전 시즌 3승과 통산 5승째를 장식했다. 연이틀 불펜 붕괴와 역전패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알칸타라는 시원시원한 빠른 볼로 키움 타자들을 윽박질렀다. 초구, 2구부터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시작했다.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면 유인구를 던지는 대신 바로 존 안에 찔러넣어 승부했다. 알칸타라의 위력적인 공에 키움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배트가 늦게 나오는 모습이었다.

1회부터 삼자범퇴로 시작했다. 2회 1사 후 김웅빈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김혜성을 빠른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변상권 타석에서도 속구 4개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삼진 카운트에서 변화구 대신 오히려 존 안에 빠른 볼을 꽂았다.

5대 0의 넉넉한 리드를 안고 나온 3회말엔 몸에 맞는 볼 하나만 주고 범타 3개로 무실점.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4구 이내 승부로 만들었다. 4회에도 키움 중심타선을 상대로 삼진 2개를 솎아내며 무실점했다. 김하성과 김웅빈의 배트가 알칸타라의 빠른 볼에 허공을 갈랐다.

5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간 알칸타라는 6회말 첫 실점을 허용했다. 2사 주자 2루에서 이정후 상대 3구 빠른볼 승부가 중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이어 김웅빈의 우중간 2루타가 터져 추가실점. 키움 상대로 처음 한 경기 2자책점을 내줬다.

그러나 김혜성 타석에서 패턴 변화를 줬고, 3구 연속 포크볼을 던져 헛스윙 삼진. 추가 실점 없이 6회를 마쳤다. 이승진의 3연투, 이영하의 논 세이브 상황 등판까지 강행한 두산은 키움을 8대 2로 잡고 시리즈 스윕을 면했다.

알칸타라의 이날 최종 기록은 6이닝 5피안타 무볼넷 2자책 7탈삼진, 총 투구수는 104구를 기록했다. 전체 투구의 66%에 해당하는 69구를 빠른 볼(최고 155km/h)로 던졌고 이 가운데 51구가 스트라이크였다. 빠른 볼의 힘이 떨어진 6회엔 포크볼 구사율을 높여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알칸타라의 스트라이크/볼 비율은 72대 28로 공 10개 중에 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김태형 감독이 말한 키움 잡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준 알칸타라다. 물론 시범과 함께 ‘참 쉽죠?’한다고 누구나 똑같이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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