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승 도전에 실패한 루친스키(사진=NC)
19승 도전에 실패한 루친스키(사진=NC)

[엠스플뉴스=대전]

팀의 정규시즌 1위 확정과 다승 단독 선두, 20승 도전까지 많은 것이 걸린 경기. 하지만 그중 하나도 손에 넣지 못했다.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최악의 투구를 남기고 조기 강판 당했다. 20승 대기록도 사실상 무산됐다.

루친스키는 10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상대 16차전에 선발등판, 4이닝 동안 7실점(4자책)으로 무너져 패전투수가 됐다. 이번 시즌 29번째 등판 만에 나온 첫 조기 강판과 함께 5패째(18승)를 당했다.

이날 전까지 루친스키는 18승 4패로 두산 라울 알칸타라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였다. 매직넘버를 1만 남겨둔 NC는 리그 최하위 팀 한화 상대로 루친스키가 호투해 승리하며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하는 그림을 그렸다. 루친스키도 이날 승리하면 시즌 19승으로 다승 단독 선두, 20승까지도 도전할 수 있어 중요한 경기였다.

그러나 경기는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흘 만에 경기에 나온 NC 타선은 한화 선발 워윅 서폴드 상대로 3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했다. 반면 루친스키는 2회까지 많은 공을 던지며 힘든 승부를 펼치다 결국 3회말 대량실점을 내줬다.

발단은 수비 실수. 선두타자 이용규의 우익수앞 얕은 안타성 타구에 나성범이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다 뒤로 빠뜨렸다. 공이 펜스까지 굴러가며 3루타. 이어 김민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고, 노시환-브랜든 반즈도 단타를 터뜨려 무사 만루가 됐다.

여기서 최재훈에 던진 초구가 좌전 적시타가 되면서 주자 두 명 득점. 강경학을 삼진으로 잡고 한숨을 돌리나 했지만, 송광민의 병살타성 땅볼 타구를 유격수 노진혁이 뒤로 빠뜨리는 치명적 실책이 나왔다. 점수 0대 4. 이성열의 1루 땅볼 때는 강진성이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다 실패해 3루 주자 득점을 내줬다(0대 5). 루친스키는 3회에만 26구를 던지며 5실점.

4회초 타선이 2점을 만회하고, 4회말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지만 5회에 다시 무너졌다. 이번에도 불운과 수비 실수가 화근이 됐다. 반즈의 높이 뜬 우익선상 타구에 수비수 세 명이 달려갔지만, 아무도 잡을 수 없는 곳에 떨어져 2루타. 최재훈 상대로는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몸 맞는 볼로 출루를 허용했다.

무사 1, 2루에서 나온 타자는 앞서 번트 실패 후 삼진으로 잡아낸 강경학. 강경학은 이번에도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평범한 투수 앞 번트 타구를 이번엔 루친스키가 1루에 악송구해 추가점을 내줬다. 송광민의 우익수 쪽 얕은 타구도 나성범이 앞으로 달려나와 슬라이딩했지만 잡지 못해 안타가 됐다.

7점째를 내준 루친스키는 결국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임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NC는 6회 2점, 7회 2점을 내며 추격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투수들이 한화에 추가점을 내줘 점수 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6대 11 NC 패배. NC는 우승 축배를 들어 올릴 생각으로 대전에 왔다가 매운맛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루친스키의 최종 기록은 4이닝 10피안타 7실점.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 146.6km/h로 빠른 볼이 무기인 루친스키지만 이날은 추운 날씨 탓인지 좀처럼 평소 수준의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최고구속이 시즌 평균 수준인 147km/h. 대부분의 속구가 140km/h 초반대에 그쳤고 한화 타자들에게 무더기 안타를 맞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대전에서 겪은 두 번의 악몽(2이닝 8실점, 5이닝 8실점)이 하필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재현됐다.

이날 패전으로 다승왕과 20승 도전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일정상 루친스키의 추가 선발등판은 최대 1경기만 가능하다. 루친스키는 마지막 등판까지 전부 소화하겠다고 했지만,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는 NC로서는 굳이 루친스키를 마지막까지 소모할 이유가 없다. 20승 달성이 어려워진 만큼 이날 등판을 끝으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생겼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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