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29일 NC전 패배로 5할 승률 실패 확정

-투수, 타자 WAR로 본 전력은 리그 상위권…기대승률도 5할 이상

-시즌 초반 ‘나중에 치고 올라간다’는 여유…후반기 독으로 돌아왔다

-1점 차 승률 최악, 역전패 최다…1점 차와 역전승에 강했던 KIA와 대조

시즌 내내 팀 분위기가 좋았던 롯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시즌 내내 팀 분위기가 좋았던 롯데(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는 10월 29일 NC 다이노스와 ‘낙동강 더비’에서 대패했다. 4회까지 0대 10으로 일방적으로 끌려가다 막판에 4점을 쫓아가 4대 11로 졌다. 홈 최종전을 찾은 부산 야구팬들에게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기억을 선사했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70승 1무 72패로 5할 승률에서 -2를 기록하게 됐다. 이제 정규시즌 1경기만 남겨둔 가운데, 오늘 열리는 최종전을 이겨도 5할 승률에 도달하지 못한다. 10월 6일 경기 승리로 5할 승률 +6을 기록하며 5위에 3경기 차까지 추격했던 롯데는 이후 거짓말처럼 20경기 6승 14패에 그치며 승률을 깎아 먹었다. 5위와 게임 차도 어느새 9.5게임 차까지 벌어졌다. ‘10곤추(10월에 곤두박질 추락한다)’ 달성이다.

투수도 좋고, 타자도 좋은데롯데의 5할 승률 실패는 미스터리

허문회 감독과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허문회 감독과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롯데의 5할 승률 실패는 미스터리 그 자체다. 투타 전력의 합만 놓고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선수단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롯데 투수진의 대체 선수대비 기여 승수(WAR) 합계는 19.56승으로 10개 구단 중에 2위다.

롯데 투수들은 키움 다음으로 적은 9이닝당 3.17개의 볼넷만 내줬고 수비 무관 평균자책(FIP)도 4.59로 준수하다. 리그 최고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를 보유했고, 불펜엔 강속구 투수 김원중과 구승민이 버티고 있다. 후반기 무너진 박진형도 9이닝당 탈삼진은 10.55개로 위력적이다.

타선엔 국가대표급 타자, 대형 FA(자유계약선수) 영입 스타가 즐비하다. 손아섭, 전준우, 안치홍, 이대호는 이름만으로도 상대 투수를 긴장하게 만드는 스타 플레이어다. 올 시즌 재반등한 정훈과 가능성을 보여준 한동희, 수비형 외국인 타자치고는 준수한 공격력을 선보인 딕슨 마차도도 있다. 포수 자리만 제외하면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타순이다.

숫자상으로도 롯데가 5할 승률을 달성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29일 경기까지 롯데는 737득점에 718득점으로 득점이 실점보다 훨씬 많았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도 0.517로 5할을 훌쩍 뛰어넘는다. 70승 72패가 아니라 73승 70패를 올렸어야 하는 전력이다. 6위 팀 KIA가 718득점-779실점으로 기대승률은 0.463이지만 그보다 훨씬 좋은 승률(0.507)을 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가 된다.

올 시즌 롯데는 ‘Drive to Win’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개막을 맞이했다. 매 경기 승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한 경기를 추구했다. 개막 5연승을 달릴 때만 해도 캐치프레이즈를 충실하게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패가 조금씩 쌓이고 승률이 떨어진 뒤부터 롯데 벤치에서 잘못된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5할 승률 -7까지는 괜찮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허문회 감독 나름대로는 선수들에게 쫓기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한 사기진작용 발언이었지만, -7까지 떨어진 팀이 다시 5할 승률 위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후로도 “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 “음력 8월도 있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좋게 말하면 여유고 나쁘게 보면 ‘허세’였다. 다른 팀들이 다 총력을 다해 순위싸움을 펼칠 때 ‘우리는 힘을 아껴뒀다 후반에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당시 한 야구 원로는 “롯데가 두산처럼 매년 상위권에 올랐던 강팀도 아니고, 벤치가 수년간 장기레이스를 치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저런 자신감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선수들을 관리해주고 있다고 수시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관리가 이뤄진 것도 아니었다. 롯데는 시즌 초반 한창 컨디션 좋은 선수를 ‘관리’ 차원에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작 시즌 중후반 체력이 달릴 때는 백업과 2군 선수 활용 없이 주전 선수만 계속 기용했다. 체력 소모가 큰 유격수 딕슨 마차도는 9월까지 휴식 없이 거의 전 경기를 소화했다. ‘선수는 구단 자산’이라며 아껴준다 했지만, 거기에서 구승민과 박진형은 예외였다.

예언대로 8월에 살짝 치고 올라가는 데 성공했지만, 다른 팀들 역시 좋은 승률을 유지하면서 롯데의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9월 이후 다시 치고 올라가려 해봤지만, 모든 팀이 1승이라도 더 올리려고 전력을 다하는 시기에 롯데 혼자만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은 큰 착각이었다. 결과는 5강 실패, 그리고 충격적인 승률 5할 붕괴였다.

1점차 승률 최악, 역전패 최다로 KIA와 대조

롯데 투타를 이끈 마차도와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롯데 투타를 이끈 마차도와 김원중(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피타고리안 승률과 실제 승률의 차이는 주로 벤치의 역량에서 발생한다. 롯데는 1점 차 경기에서 13승 21패 승률 0.382로 리그 꼴찌였다.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KIA는 롯데보다 훨씬 약한 전력을 갖고도 1점 차 경기 승률 0.564(3위)를 기록했다.

롯데의 역전승은 28승으로 한화, SK 다음으로 적었고 역전패는 35패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 KIA가 역전승 37승으로 리그 2위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의 끝내기 승은 6승, 반면 끝내기 패배는 14패에 달했다. 연장전 성적도 4승 9패 승률 0.308로 꼴찌. 투수가 잘 막고 타자가 잘 치는 날은 쉽게 이겼지만, 팽팽한 박빙의 승부에서는 맥없이 물러났다. 허문회 감독은 “1점 차 경기 승리는 ‘운’”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 경기 내용을 보면 롯데의 1점차 패배는 운이 나빠서보다는 대주자를 제때 쓰지 않아서, 꼭 필요한 점수를 내지 못해서, 불펜 운용 미스로 패한 경우가 많았다.

오프시즌 롯데는 좀 더 빠른 야구, 짜임새 있는 야구, 수비와 기동력을 가미한 야구를 목표로 전력을 구성했다. 센터라인 강화, 내외야 수비 강화, 기동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야수진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짜장면용 재료들은 주방 구석으로 사라지고 짬뽕 재료들만 도마 위에 올랐고, 롯데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타격 일변도 단순한 야구를 펼쳤다.

롯데의 시즌 병살타는 148개로 리그 최다. 팀 실책 수는 예년보다 줄었지만(94개, 최소 4위) 야수진의 수비 범위가 좁아 처리할 수 있는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빈도가 높았다. 특히 외야의 타구처리율은 40.7%로 나지완-프레스턴 터커가 서있는 KIA 다음으로 나쁜 지표를 기록했다.

물론 시즌 끝까지 5강 경쟁을 펼치고 5할 안팎의 승률을 유지한 것도 작년 승률 0.330짜리 꼴찌팀에겐 큰 변화다. 하지만 롯데가 지난겨울 진행한 대대적 변화, 그리고 상위권 팀에 절대 뒤지지 않는 선수 구성을 생각하면 5할 이하 승률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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