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 26일 취임식 갖고 본격 행보 시작

-“육성과 성적 반비례 관계 아냐…리빌딩 최종 목표는 이기고 우승하는 것”

-“결과는 선수가 컨트롤 못해…확신과 신념은 통제 가능, 100% 다하는 게 내 철학”

-“힐만 감독과 돈독한 관계…한국행 앞두고 좋은 얘기 많이 들었다”

한화 이글스 수베로 신임 감독(사진=한화)
한화 이글스 수베로 신임 감독(사진=한화)

[엠스플뉴스]


“어릴 때 내 롤모델은 아버지였다. 항상 성실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그래서 프로야구 선수와 지도자가 돼서도 항상 확신과 신념을 갖고 100%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야구 철학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이 공식 취임식을 갖고 3년 임기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1월 26일 오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진행한 취임식에서 수베로 감독은 등 번호 3번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비대면 기자회견에 나섰다.

인사말에서 수베로 감독은 “한화라는 팀을 맡게 되어 영광이다. 대단히 큰 책임이 필요한 자리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가져온 열정 그대로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객관적인 전력상 최하위 후보로 꼽히는 한화지만 수베로 감독은 긍정적인 점에 초점을 맞췄다. 수베로 감독은 “우리가 가진 선수와 전력으로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육성과 성적은 반대 관계가 아니다”라며 “리빌딩 기간을 거친다고 승수를 쌓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빌딩의 최종 목표는 많이 이기고 우승하는 것”이란 소신을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신념(Conviction)’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결과는 선수가 컨트롤할 수 없지만, 확신과 마음가짐은 통제할 수 있다며 “항상 확신과 신념을 갖고 100% 최선을 다하는 게 내 야구 철학”이라 힘줘 말했다.

다음은 수베로 감독과의 일문일답.

기자회견에 나선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기자회견에 나선 수베로 감독(사진=한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가족과 함께 온 배경은?

첫째 딸 칼라를 키울 때는 일반 학교에 다니게 했다. 지도자 생활을 하다 보니 워낙 이동이 많다 보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꼈다. 그래서 둘째, 셋째는 아예 처음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해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 다니는 게 10년간 가족계획이었다. 둘째가 이번에 고교를 졸업하긴 했지만, 항상 가족과 함께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함께 들어오게 됐다.

자신의 야구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마디로 표현하면 ‘100%를 다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어려서부터 롤모델이 아버지였다. 성실하시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왔다. 그래서 프로야구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100%를 다하는 걸 야구 철학으로 삼았다.

팀이 지난 시즌 10위에 그쳤다. 올 시즌 얼마나 도약할 수 있을까.

아직 우리 팀 선수들을 정식으로 본 적이 없고, 다른 팀이 어떻게 야구하는지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몇 위를 하겠다고 숫자로 말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한 가지 목표는 올해 우리 팀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모드가 되자,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베스트 버전이 되자는 것이다. 선수 개개인과 팀이 성장한다면 당장 올해가 아니라도 점점 발전해서 플레이오프에 나가고, 우승 후보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올해 목표는 우리가 가진 선수와 자원으로 우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버전이 되는 것이다.

영상을 통해 한화 선수들을 봤을 텐데, 눈에 띄는 선수가 있었나.

몇몇 특정 선수 이름을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을 것 같다. 그보다 구단에서 제공한 선수들 자료와 영상을 봤을 때 정말 유망주라 생각할 만큼 좋은 선수가 6~8명 정도 있는 걸 확인했다. 프런트에서 팀 전력을 잘 준비해준 것 같다. 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도 유튜브로 봤다. 야구 재능도 중요하지만, 훈련 시간에 팀메이트들과 잘 지내고 야구를 즐기는 모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부분을 포함해서 볼 것이다. 이름을 언급하는 건 앞으로 선수들을 만나고 훈련,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차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3년 임기 동안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게 우리 팀이 추구하는 목표가 될 거다. 사실 모든 프로팀의 목표이기도 하다. 팀이 리빌딩을 해야 하는 기간이지만, 항상 이기는 야구를 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3년 내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

지난해 한화는 팀 홈런 최하위였다. 여러 홈런 타자가 팀을 떠났다. 장타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있나.

그 부분은 조니 워싱턴 타격 코치의 몫이다(웃음). 가장 중요한 건 현재 팀이 가진 컬러로 운영하는 것이다. 거기서 득점 루트를 찾아야 한다. 우리 팀에 장타가 부족하다면 출루율을 높이거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으로 다르게 득점할 수 있는 루트를 찾아야 한다. 그런 부분으로 상쇄할 수 있다.

스프링캠프 초반 워싱턴 타격 코치가 합류하지 못하게 됐다. 대안이 있나.

타격 코치와 국내 타격 보조 코치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안다. 본인의 생각과 지도 방법을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 외국인 코치가 온다고 해서 자기 방식을 급격하게 적용하진 않을 것이다. 이미 한국에도 좋은 훈련방식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훈련하는지 지켜보면서 진행할 예정이다. 머지않아 워싱턴 코치가 합류하면 그때부터 본인이 직접 지도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스토브리그 기간 별다른 외부 전력 보강이 없었다. 육성과 성적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나갈 생각인가.

선수단 전력은 프런트와 많은 얘기를 했다. 현재 팀이 어떤 상황인지도 100% 이해하고, 프런트의 몫을 인정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육성과 성적은 반대되는 관계가 아니다. 리빌딩 기간을 거친다고 반드시 승수를 쌓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육성할 때도 선수들에게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고,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빌딩의 최종적 목표는 팀이 많이 이기고 우승하는 것이다. 지금 몇 승, 몇 위를 하겠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프로세스에서 해야 할 것을 해나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어떻게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계획인가.

스프링캠프에 들어간다고 해서 급격하게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 스프링캠프는 선수들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화에 있는 선수들을 알아가는 걸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유튜브로 확인한 바로는 한국만의 훈련 방식에 좋은 점도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바꾸기보다는 지금 가진 시스템을 지켜보고 나중에 필요하면 추가해서 진행할 생각이다. 또 캠프 뒤 연습 경기를 하면서도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대하는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알아가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가장 당면한 과제와 가장 가까운 목표는 무엇인가.

선수에 대한 이해를 빨리하는 것이다. 선수들을 알아가는 게 제일 첫 번째 과제라 생각한다. 목표는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멘탈적으로도 하나의 ‘원 팀’이라는 목표 의식을 갖고 하다 보면, 야구장에서 플레이 하나하나가 모이면 팀 성적으로 이어진다. 2월부터 11월까지 선수들 개개인이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지켜보는 게 목표다.

수베로 감독이 생각하는 ‘좋은 야구’란 무엇인가.

멘탈적인 실수를 줄이는 게 좋은 야구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이 게임을 이해하고, 미리 어떤 상황이 올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마음가짐이라기보다 사전 준비를 하는 부분이 크다.

준비 과정과 출루율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준비과정 없이는 기대도 할 수 없다. 성적과 결과에 대해 기대를 하기 위해서는 준비과정이 선행해야 한다. 또 출루율을 강조하는 건 루상에 주자가 많이 나가야 득점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루에 나가는 방법은 개인에 따라 여러 방법이 있다. 여러 가지 루트를 찾아서 활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신념(Conviction)을 강조하는 이유는?

선수 본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컨트롤할 수 없지만 확신과 신념, 마음가짐은 선수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강조하는 것이다. 단순히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자는 게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그 가운데 신념을 갖고 임하는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자 만루 상황에서 투수는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선수는 그런 강한 마음을 갖고 플레이해야 한다.

미국 야구에서 지도자로 함께한 선수 중에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너무 많은 선수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몇 명을 언급하기가 좀 그렇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는 일리온 에레라다. 스프링캠프에서 방출됐는데 설득해서 싱글 A에 불러 부상자명단부터 시작했다. 3, 4년 뒤에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가서 몇 년간 활약했고 다저스 코치가 됐다. 켄리 젠슨은 투수로 전향하는 시기에 메시지를 전달하고 과정을 함께 했다. 포수를 포기하기 싫어서 울 정도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이겨내고 다저스 최고 마무리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본 게 기억에 남는다. 또 밀워키 더블 A 감독 시절 아쉽게 결승에서 패했는데, 당시 지도한 선수 중에 7명이 메이저리그로 승격한 적도 있다. 지도자하면서 한 팀에서 그렇게 많은 선수가 한 번에 올라간 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한국야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야구는 어디에서나 같은 규칙으로 하는 게임이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똑같다고 생각한다. 한국야구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다.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과도 몇 번 얘기를 나눴는데, 너무 깊게 알면 편견 아닌 편견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사소한 디테일, 이를테면 배트 플립이 한국에서 별일이 아니라는 등 작은 것들은 얘기를 나눴지만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맷 윌리엄스 감독, 힐만 감독에게 한국야구에 관해 조언받은 게 있나.

윌리엄스 감독과는 그렇게 연이 깊지 않아 아직 연락은 못 했다. 힐만 감독과는 예전부터 관계가 있어 한국행을 앞두고 많이 물어봤다. 한국행 과정의 시작부터 많은 얘길 해줬는데, 나쁜 얘기는 하나도 없고 좋은 얘기만 해줬다. 감독 후보일 때도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고 잡으라’고 말해줬다. 워낙 선수 시절부터 관계가 돈독하다 보니 궁금한 게 있으면 힐만 감독과 얘기를 많이 했다.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둘러본 느낌은?

어제 돌아보면서 구장과 구단의 역사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내야수 출신이라 내야 흙 상태를 봤는데 상태가 좋아 만족스러웠다. 외야도 우중간, 좌중간이 깊어 그런 부분을 활용하는 법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화 팬들은 열정적인 응원으로 유명하다. 팬들에게 어떤 점을 기대하나.

팬들을 10번째 선수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상으로 대전 한화 팬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봤고 아내도 함께 보면서 ‘이 광경을 직접 보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누구나 팬이 없는 곳보다는 가득 찬 곳에서 야구하길 원할 것이다. 하루빨리 팬들이 들어와서 팬들의 열정적인 에너지를 받아서 보답하고 싶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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