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김대우, 30대 후반에 맞이한 첫 전성기

-지난 시즌 투심, 커터 장착해 효과 “삼진보다 더 큰 희열 느낀다”

-투수 전향한 나균안 보며 동병상련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조언했다”

-아직 1승도, 1홀드도 세이브도 없는 김대우 “개인 기록 욕심 없어, 롯데 우승만이 목표”

롯데 자이언츠의 베테랑 투수 김대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베테랑 투수 김대우(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사직]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대우는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46경기에 등판했고 최다이닝(49.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3.10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도 1.12승으로 롯데 투수 중에 6위. 9승을 올린 아드리안 샘슨이나 7승 투수 서준원보다 팀 승리 기여도가 높았다.

팀 내 1위에 해당하는 평균 147km/h 강속구와 팽팽한 얼굴만 보면 아직도 유망주인 것 같지만, 사실 김대우는 1984년생으로 38살 노장이다. 팀 내 투수 가운데 송승준(1980년생)에 이은 서열 2위다. 30대 후반에 뒤늦은 전성기를 맞기까지는 오랜 방황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투수에서 타자로, 다시 투수로 전향하길 반복했고 대학교와 타이완 프로야구를 돌고 돌아 동기들보다 5년 늦게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남들은 선수 생활의 끝을 바라보는 30대 후반. 하지만 김대우는 이제 막 야구하는 즐거움에 눈을 떴다. 새로운 구종을 배웠고, 선수 생활하며 처음으로 연봉도 크게 올랐다. 후배 선수들의 든든한 조언자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승리투수나 홀드 같은 개인 기록엔 욕심이 없지만, 롯데 우승 얘기를 할 때는 눈이 빛난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시작인 38세 유망주 김대우를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2월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만났다.

“투심 던져 땅볼 아웃 잡으면, 삼진보다 더 큰 희열 느낀다”

역투하는 김대우(사진=롯데)
역투하는 김대우(사진=롯데)

1군 스프링캠프를 국내에서 하는 건 처음일 텐데, 훈련은 계획한 대로 잘 되고 있나.

확실히 따뜻한 곳에서 하는 게 몸만들기에는 더 좋을 거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이니까, 평상시 캠프에서 몸 만들 때처럼 최대한 신경 써서 하려고 한다.

지난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연봉은 많이 올랐나.

처음으로 많이 오르긴 올랐다(웃음). 코로나19도 있고 승이나 홀드 같은 기록이 없어서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선수생활이) 끝날 때지 않나. 이제 나이도 많이 먹었고. 팀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했다고 인정해주신 것 같다.

지난해 속구 평균구속 147km/h로 롯데 투수진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기록했다. 30대 후반 나이에 그렇게 빠른 공을 던지는 비결이 뭔가.

확실히 허문회 감독님께서 강조하시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많은 도움이 된다. 영상 같은 걸 보면 외국 투수들 공이 엄청 빠르지 않나. 나이를 먹긴 했지만 그래도 타자들을 윽박지를 수 있어야 되겠다 싶어서 공부도 많이 하고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그게 효과를 본 것 같다.

작년 성적이나 볼 스피드만 보면 아직 한창때인 것 같은데, 선수 생활 끝날 때가 다가온다는 말을 들으니까 왠지 슬퍼진다.

나와 같은 세대에 야구한 친구들, 형들이 다 떠나는 상황이니까. 아무리 내가 커리어 하이를 찍고 잘 던졌다고 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우 선수보다 나이 어린 코치도 있다.

가끔 내 또래들이 은퇴해서 코치하는 걸 보면 ‘멘붕’이 오기도 한다. 나도 조금 있으면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애쓴다. 좀 더 야구를 오래 하기 위해 친구인 노경은과 ‘어떻게 하면 롱런할 수 있을지’ 얘기도 나눈다. 함께 채식을 해보기도 하고, 웨이트도 하고, 휴식도 많이 취하고 있다.

채식은 지금도 계속 하나.

저는 포기했습니다(웃음). 경은이랑 한 달 정도 같이 했는데, 아무래도 경은이는 선발로 길게 던지는 사람이고 나는 1이닝을 확실하게 막아야 하는 역할이지 않나. 채식하니까 힘이 나질 않더라. 포기하고 (육식으로) 갈아탔다. 모든 걸 다 친구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

지난 시즌은 ‘김대우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포심패스트볼 위주 투수에서 투심,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투수로 변신했다. 오랫동안 투수를 했지만, 새로운 재미를 느끼는 시즌이었을 것 같다.

예전에 나이가 어리고 부상도 없을 때는, 힘으로 밀어붙여서 타자를 윽박지르고 삼진을 잡는 게 재밌었다. 그런데 투심, 커터를 배우고 나니 타자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는 그게 너무 재밌더라. 빗맞은 타구가 나오는 걸 보면 삼진 잡았을 때보다 더 큰 희열을 느낀다.

‘지금 아는 이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

어린 투수들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이야 어리니까 힘이 있겠지만, 요즘엔 타자들도 워낙 힘이 좋지 않나. 내가 어렸을 때는 지금처럼 투심이나 커터 같은 구종이 흔하지 않았다. 그보단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거나, 컨트롤 위주로 던지는 시대였다. 이제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 나를 봐서라도 빨리 깨우쳤으면 좋겠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어떤 투수들은 몇년씩 연습해도 구종 하나 추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경은이 같은 경우 손재주가 좋아서 빨리 익히는데, 내 경우엔 손재주가 없어서 대신 팔 각도를 이용해 변화를 준다. 포심을 위로 던진다면 투심은 그보다 약간 각도를 내려서 던지는 식이다. 투심을 위쪽에서 던지면 똑바로 가는데, 그보다 살짝 내려서 던지면 휘어지더라. 확실한 건 많이 던져봐야 한다. 여러 사람의 얘기도 들어보면서 계속 던져봐야 새 구종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새 구종을 연마하면서 롯데가 도입한 초고속 카메라, 랩소도 등 장비의 도움도 받았을 것 같은데.

도움이 많이 됐다. 수치화해서 나오는 걸 확인하니까 도움이 되더라. 내 눈에는 공이 잘 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수치로 보면 생각보다 적게 나올 때가 있다. 내 감보다는 타자와 포수 쪽에서 봤을 때 공이 좋아야 하지 않나. 그런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방황했던 시간, 후회하지 않아…지금도 야구할 수 있어서 감사할 뿐”

김대우의 고교 시절 전성기(사진=엠스플뉴스)
김대우의 고교 시절 전성기(사진=엠스플뉴스)

얼굴은 신인 시절 그대로인 것 같은데, 벌써 한국 나이로 38세 노장이 됐다. 나이가 들었다는 게 느껴지나.

나도 늙기는 늙는다(웃음). 확실히 힘도 떨어지고, 오래 운동하면 관절도 아프다. 노화를 조금이라도 늦추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어릴 적엔 밥만 먹어도 체력 보충이 됐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 컨디션 조절도 잘하고, 부상도 방지해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신경 쓴다.


투수와 타자, 한국과 타이완을 오가며 방황했던 지난 시간이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나.

(잠시 생각한 뒤) 어쩔 수 없지 않나. 지난 일이고, 내 선택이었고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그보단 지금이라도 이렇게 야구를 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한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 그만둔 사람도 있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야구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2009년 1군 데뷔전에서 한 경기 5타자 연속 볼넷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당시 임팩트가 워낙 강했던 탓이지 지금까지도 김대우하면 ‘제구가 불안한 투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이걸 얘기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부상이 문제였다. 투수가 그렇다. 몸이 아픈 상태로 던지면 제구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때는 내가 좀 멍청했다. 몸이 아프면 던지지 않았어야 했는데, 프로 첫 무대고 아프다고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굳이 참고 던졌다가 그런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오랜 2군 생활과 방황 속에서도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확실히 우리 팀 선배님들, 형들의 도움이 컸다. 사실 어렸을 적엔 내 재능만 믿고 야구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때마다 형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해줬다. 그 조언들이 하나씩 쌓여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송승준형, 이대호형, 최준석형도 있고 문규현 코치님, 강영식 코치님도 도움을 주셨다. 또 손승락 형도 있고. 이미 프로에서 탑을 찍었던 분들 아닌가. 처음엔 귀를 닫고 남들 말을 안 들으려 했는데, 선수생활에서 위기가 오다 보니까 귀담아듣게 되고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마찬가지로 김대우 선수의 조언이 롯데 후배들에게 큰 힘이 될 거다.

나는 이 나이에도 버티면서 하고 있지 않냐, 너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 정도만 한다.

후배 가운데 가장 눈에 밟히는 선수는 누군가.

글쎄, 지금 투수 쪽에서 보면 최준용이나 이승헌 같은 친구들이 확실히 성장 속도가 빠르다. 아, 나종덕(나균안)이도 빨리 자리 잡고 올라왔으면 좋겠다. 다 롯데의 미래를 짊어질 친구들이니까, 빨리 성장해서 자리 잡고 두산처럼 우승을 많이 하는 팀이 됐으면 한다(웃음).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을 보면 남 일 같지가 않겠네.

종덕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눈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할 때도 둘이서 얘길 했었다. 나도 투수로 전향한 건 내 선택이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실력도 빨리 느는 법이다. 내 경우 타자보다 투수를 선호했다. 당시엔 부상 때문에,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타자를 하긴 했지만 확실히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빨리 늘지를 않더라.

나균안에게 뭐라고 조언했나.

‘니가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말해줬다. 포수를 하고 싶으면 포수를, 투수하고 싶으면 투수를 해라. 선택을 못 하겠으면 둘 다 해보라고 했다. 결국엔 투수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래, 열심히 하다 나중에 다시 포수를 할 수도 있는 건데 한번 해보라’고 응원했다. 형들도 많이 도와줄 거고, 요즘엔 기술이 좋아져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줬다.

남이 정해준 게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라. 중요한 메시지다.

내가 다시 투수를 한다고 했을 때도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타자로 한창 잘 되고 있는데 왜 다시 투수를 하느냐고 뜯어말렸다. 하지만 당시엔 팀에 1루수가 4명이나 있었고, 이대호 형까지 복귀하면서 도저히 뛸 수 있는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인생을 살면서 남들 말을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이 얘기 저런 얘기도 듣고 솔깃할 때도 있는데, 남의 말을 듣더라도 분명한 자기 기준을 갖고 듣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 나중에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1승 욕심 없다, 롯데 우승에 기여하고 후배들 밀어주는 게 목표”

김대우와 김준태 배터리(사진=롯데)
김대우와 김준태 배터리(사진=롯데)

아직 프로에서 승리 기록이 없다. 홀드, 세이브 등의 기록도 없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난해 커리어하이를 찍었다고 하지만, 내가 무슨 레전드 선수처럼 통산 100승을 할 것도 아니고 200세이브를 할 것도 아니지 않나.

1승, 1홀드, 1세이브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없나.

그저 팀에 민폐만 안 끼쳤으면 좋겠다(웃음). 롯데 우승에 기여하는 게 내 목표다. 큰 욕심이 없다. 폐를 끼치기보다는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마지막에 다 같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 후배들이 잘 자리 잡아서 더 탄탄한 팀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야구는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경은이랑 장난삼아서 얘기하곤 한다. 마흔다섯까지 하자고(웃음). 경기력이 저하되고 실력이 떨어져서 은퇴하는 게 아니라면, 기량을 잘 유지해서 45세까지 하고 은퇴하자는 얘길 나눈다. 선수들이야 야구 오래하고 싶은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 그래서 더 열심히 몸도 만들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있다.

김대우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 시즌이라도 잘했으니 다행이다(웃음).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저작권자 © 스포츠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 후원하기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