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투수 고영표, 2년 사회복무요원 공백기 뒤 팀 복귀

-“TV로 지켜본 창단 첫 가을야구, (소)형준이가 부럽더라.”

-“막강 KT 선발진 기대? 이제 나도 검증받아야 할 처지”

-“풀타임 시즌+두 자릿수 승수 목표, 나도 가을야구 마운드에 꼭 오르겠다.”

KT 투수 고영표가 2년 공백기 뒤 첫 스프링캠프 훈련에 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KT 투수 고영표가 2년 공백기 뒤 첫 스프링캠프 훈련에 임하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기장]

KT WIZ 투수 고영표는 최근 2년 공백기 동안 ‘야구’가 너무 그리웠다. 스프링캠프 공을 잡는 한순간 한순간이 모두 행복하다.

물론 고영표는 지나간 공백기만큼 주변의 기대치를 충족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 2년 전까지 약팀 KT에서 ‘외로운 에이스’로 팀을 이끌었던 고영표는 이제 달라진 강팀 KT에서 검증을 받아야 할 위치가 됐다.

엠스플뉴스가 2월 25일 기장 스프링캠프에서 케이티위즈파크로 돌아올 고영표의 설렘과 다짐을 직접 들어봤다.


- "2년 공백기? 부상 회복과 투구 메커니즘 수정 기간이라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

고영표가 2월 22일 캠프 첫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고 있다(사진=KT)
고영표가 2월 22일 캠프 첫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고 있다(사진=KT)

2년 공백기 뒤 보낸 1차 스프링캠프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생각했던 대로 캠프 훈련 계획이 진행됐나.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풀리는 느낌이라 더 기분이 좋고 편안하다. 투구 감각 되찾기와 부상 염려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마음껏 하니까 하루하루가 행복할 뿐이다. 긍정적인 생각밖에 안 난다(웃음).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 2년 공백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을까.

지금까지 봤을 때는 어느 정도 나에게 도움이 됐다고 느낀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에 있는 만성적인 통증을 회복한 시기가 됐고, 투구 기술적인 면을 보완할 시간이 충분히 생겼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이강철 감독 부임 뒤 처음 팀에 합류하게 됐다. 같은 사이드암 투수 출신 지도자로 좋은 조언도 많이 얻었겠다.

같은 사이드암 투수라도 힘이 느껴지는 다이내믹한 스타일과 부드럽게 투구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아무래도 감독님은 후자인데 그래서 나에게 더 도움이 된다. 너무 강하게 던지면 공이 가다가 끊기는 느낌이니까 포수 미트에 적당한 힘을 전달하는 느낌으로 던지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유명한 미국 훈련 센터인 ‘드라이브 라인’ 훈련을 소화해 화제가 됐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온라인 SNS를 통해 트레버 바우어 등 유명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드라이브 라인에서 훈련하는 영상을 봤다. 투수로서 발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싶었다. 단순히 많이 뛰고 많이 던지는 걸 떠나 정밀한 과학적인 도구 훈련법이라고 판단했다. 국내에선 판매하지 않아 자비로 직접 샀다.

정확하게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 건가.

웨이트볼과 플라이오볼 두 가지 훈련 공을 샀다. 웨이트볼은 공에 실밥이 있는데 무게가 다른 도구다. 플라이오볼은 고무 재질인데 무게가 다 다르다. 준비 과정에서 관절을 풀어주고 가동 범위를 넓혀주는 효과가 있다. 부상 예방 차원에서도 효과가 있어 후배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같이 훈련하기도 한다.


- "막강 선발진? 나만 빼고 모두 검증된 투수들, 나는 검증이 필요해." -

고영표가 미국 유명 훈련 시설인 드라이브라인 관련 훈련 기구를 직접 사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사진=KT)
고영표가 미국 유명 훈련 시설인 드라이브라인 관련 훈련 기구를 직접 사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사진=KT)

2020시즌 창단 첫 가을야구에 성공한 KT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나.

가장 달라진 게 팀 분위기다. 선수단 뎁스도 정말 좋아진 느낌이다. 야구가 분위기 싸움인데 이러니까 성적이 잘 나왔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가을야구를 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KT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강팀이 됐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더는 약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을야구 경기를 지켜보면서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었겠다.

당시 여전히 복무하고 있었던 때라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소)형준이가 던지는 걸 보면서 정말 부럽더라. ‘나도 저기서 던지고 싶은데. 머지않아 나도 던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배제성과 소형준의 성장도 눈에 들어왔겠다.

(배)제성이는 2019년부터 기회를 잡는 걸 지켜보면서 많이 응원했다. 언젠가 잘할 거로 믿었는데 막상 잘하니 내가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도 있더라(웃음). 형 시선에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이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잠재력을 발산하는 게 뿌듯했다. (소)형준이도 고졸 신인데 투구 메커니즘이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 저 나이에 저런 정신력과 투구를 보여주는 건 비현실적인 일이다.

2021년 KT 선발진은 검증된 외국인 투수 2명(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과 함께 소형준·배제성·고영표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선발진으로 평가받는다. 2년 전까지 ‘외로운 에이스’로 불렸던 고영표 선수도 함께 활약을 펼칠 그림에 대한 기대감이 크겠다.

나를 빼고 나머지 4명은 모두 지난해 검증된 투수다. 다른 팀에 절대 밀리지 않을 선발진이 구축됐다. 이제 검증받아야 할 투수는 나 혼자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외로운 에이스’라는 평가는 과거일 뿐이다. 그때도 나는 그런 생각을 안 했고, 큰 짐을 짊어질 위치도 아니었다고 본다. 2년 전과 비교해 투수진 경쟁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그 경쟁 속에서 내가 살아남는 게 먼저 일 듯싶다.

경쟁에서 살아남는다면 2021년 어떤 고영표를 보여주고 싶나.

스프링캠프 시작 전엔 전반기 때 1군에서 활약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마음을 내려놨는데 지금 상태라면 개막전부터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신감을 가지고 선발 풀타임 시즌 소화와 함께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하고 싶다.

마지막 KT 팬들에게 고영표가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해달라.

지난해 KT가 크게 비상한 시즌을 보냈는데 내가 합류해서 혹시나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이 있다. 그런 걱정을 떨치고 2년 동안 준비한 만큼 더 좋은 투수로 돌아왔다는 이미지를 심어드리고 싶다. 다가오는 시즌 홈구장인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첫 가을야구 마운드 위엔 내가 꼭 올라가겠다고 약속드린다. 팀 동료들과 열심히 준비해 좋은 활약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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