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야구단, 추신수 합류로 더 치열해진 외야 경쟁

-추신수 가세해 막강해진 공격력, 어떻게 짜도 강력한 라인업

-추신수 합류에 기존 외야수들 초긴장 모드

-최근 수비력 하락세…외야 기용 혹은 전업 지명타자, 김원형 감독 선택은?

KBO리그에 온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KBO리그에 온 추신수(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제주]

“원래도 숨쉬기 힘든 외야인데, 이제는 더 숨을 못 쉴 것 같아요.”

외야수 최지훈은 지난해 SK 와이번스(신세계 이마트 야구단) 외야진 가운데 최다 수비이닝(1007.1)을 소화한 선수다. 그런 최지훈조차 슈퍼스타 추신수가 온다는 소식에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코너 외야수인 한유섬(개명전 한동민)도 “당황스럽다”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안 그래도 외야진 뎁스차트에 빈틈이 없는 SK다. 백전노장 김강민을 필두로 대졸타자 최초 40홈런 기록 보유자 한유섬, 통산 타율 3할대(0.307) 고종욱, 왕년의 거포 정의윤, 지난해 맹활약한 오태곤 등 주전급 외야수가 즐비하다. 외야 세 자리 중에 한 자리 차지하는 것도 만만찮다.

여기에 빅리그 올스타 출신 베테랑 추신수까지 합류했다. 추신수는 차원이 다른 경쟁자다. 메이저리그 통산 16시즌 1652경기에 출전해 아시아인 최다 홈런(218개)을 때려냈고 .275/.377/.447의 슬래시라인에 fWAR 35.4승을 만들었다.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지만 여전히 빅리그 상위권 타구 속도와 출루능력을 자랑한다. 전성기보다 스피드만 줄었을 뿐 방망이 실력은 그대로다. KBO리그에서 30홈런 이상-출루율 4할대가 보장된 타자다.

추신수의 합류로 SK 상위타선은 10개 구단 최강의 파괴력을 갖추게 됐다. 추신수를 필두로 최주환, 제이미 로맥, 최정, 한유섬까지 누굴 몇 번에 넣어도 아름다운 라인업이 만들어진다. 전통적인 3-4-5-번 중심 타순부터 2-3-4번에 힘을 준 타순까지 온갖 조합이 가능하다. 김원형 감독도 “타순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공격력이 한층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추신수 소식에 들뜨고 고무되긴 선수들도 마찬가지. 다만 포지션에 따라 미묘하게 반응이 엇갈렸다. 포지션이 다른 내야수들은 대부분 두 손 두 발을 들고 환영했다. 두산에서 이적한 최주환은 “메이저리그 출신의 어마어마한 선배가 오셨다. 큰 시너지가 작용할 것 같다. 배울 수 있는 것도 엄청나게 많다”고 반겼다.

SK 이적 당시 받았던 스포트라이트가 상당 부분 추신수에게 이동했지만, 최주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추신수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함께 시너지를 낸다면 내 가치가 훨씬 더 올라가는 발판이 될 거다. 불리할 것 하나 없다. 스포트라이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라운드에서 증명해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추신수와 같은 부산고 출신인 내야수 정현도 싱글벙글했다. 정현은 “초등학교 때 처음 추신수 선배를 만났고, 부산고 시절 학교에 찾아오셔서 인사드렸던 기억”이라며 “같은 학교 선배기도 하지만, 워낙 대단한 선수와 함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많은 걸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한유섬과 최지훈(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한유섬과 최지훈(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반면 외야수들 사이에선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한유섬은 처음 추신수 영입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한유섬은 “메이저리그에서 뛴 선배가 한국행을 결정하고 우리 팀에 온다는 게 당황스러웠다”며 “좋은 부분도 많을 거다. 시너지 효과를 팀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줄 것”이라 했다.

한유섬은 “팀에 외야수가 많은데, 일단 신수형이 오면 붙박이일 것”이라며 “경쟁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고 의욕을 보였다. “사람 일이 한 치 앞을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 모르는 것 아닌가. 여기서 동요되면 본인 손해다. 내가 할 도리만 잘한다면 좋은 기회가 오고, 좋은 영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유섬의 말이다.

최지훈도 “원래도 숨이 안 쉬어질 정도인데, 더 못 쉴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추신수 선배가 진짜로 온다고 하니까 어안이 벙벙했다고 해야 하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운동하다 소식을 들었는데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최지훈은 추신수의 합류를 ‘배움의 기회’로 삼을 참이다. 그는 “언제 이런 선배와 한 팀에서 뛰어보겠나. 영광이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멘탈적으로나 경기를 준비하는 면에서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좋을 것 같다”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다만 추신수의 합류로 외야수들이 자리를 잃을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추신수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전업 지명타자로 뛰었다. 수비이닝이 2018시즌 507.1이닝에서 2019시즌 688.2이닝, 지난해엔 149이닝으로 뚝 떨어졌다. 꾸준한 공격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비에선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는 흐름이다. 수비구역을 나눠 측정하는 스탯인 UZR도 2018시즌 -3.9에서 2019시즌 -14.1로 폭락한 뒤 지난해엔 -18.0까지 하락했다.

추신수의 외야 타구판단은 2019시즌 스탯캐스트 기준 메이저리그 하위 99%에 속했다. OAA(Outs Above Average) 지표도 우익수에서 -3, 좌익수에서 -9로 도합 -12를 기록해 하위 99%였다. 외야수로는 거의 나오지 않은 지난해에도 좌익수에서 -2를 기록했고, 우익수로는 너무 출전 이닝이 적어(18이닝) 유의미한 값이 나오지 않았다.

마흔 살 나이와 최근 수비 지표를 고려하면 추신수의 주포지션은 외야보다 지명타자가 될 전망이다. 기존 선수의 휴식이 필요할 때 이따금 외야수로 나서는 정도가 합리적이다. 특히 한유섬과 추신수를 동시에 코너 외야에 세우는 건 수비 측면에서 큰 모험이다. 결국 한유섬이 수비에서 이전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공격력을 극대화한 라인업을 짤 수 있다.

이에 관해 한유섬은 “나 역시 수비 나가서 플레이하는 게 좋다.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며 “최지훈이나 김강민 선배보다 빠르거나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내 범위 안에서만 안정적으로 수비한다면 나가고 싶은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선택은 김원형 감독의 몫이다. 한유섬은 “내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나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뭔가 보여줘야 감독님도 믿고 쓰실 수 있다”며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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