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잠수함 불펜투수 조웅천 코치, 친정 인천 복귀…시너지 효과 기대

-국내 에이스 박종훈, 약점인 슬라이드 스텝 보완 위해 구슬땀

-신예 이채호, 속구 구속 향상에 변화구 제구력 겸비해 기대

-5월 이후 복귀하는 박민호까지…인천야구 잠수함 부활 머지않다

사이드암 기대주 이채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사이드암 기대주 이채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사이드암 기대주 이채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사이드암 기대주 이채호(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엠스플뉴스]

바다와 해군기지가 있는 도시라서 그럴까. 전통적으로 인천은 뛰어난 ‘잠수함 투수’를 다수 배출한 곳이다. 태평양 돌핀스 시절엔 특급 에이스 박정현과 불펜투수 노승욱이 활약했고, 2000년대 SK 와이번스에선 정대현과 신승현, 이영욱, 이한진 등의 불펜투수가 좋은 활약을 보였다.

무엇보다 현대 유니콘스와 SK에서 활약한 조웅천의 이름을 빼놓고 인천 잠수함 역사를 말할 수 없다. 조웅천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잠수함 불펜투수였다. 통산 813경기에 등판해 1092.2이닝을 던졌고 98세이브와 89홀드에 평균자책 3.21의 금자탑을 쌓았다. 1996년부터 2008년 사이엔 13년 연속 50경기 이상 출전 대기록도 세웠다.

지난 시즌을 멀리 부산항(롯데)에서 보낸 조웅천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인천항에 돌아왔다. 이번엔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 이마트야구단 투수코치로 친정 팀에 합류했다. 역대 최고 잠수함 출신 조 코치와 이마트야구단 잠수함 투수들이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런 시선에 대해 조 코치는 “잠수함 출신 코치가 잠수함 투수를 잘 키운다는 건 선입견”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제주 서귀포 이마트야구단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조 코치는 “그럼 우완투수 출신 코치는 우투수를 잘 키우고, 좌완 출신 코치가 가르치면 좌투수들이 다 잘한다는 법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옆구리 투수 출신이니까 잠수함 투수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그간 코치 생활을 하면서 사이드 투수를 지도했을 때, 선수 시절 내가 갖고 있던 능력을 접목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두산 시절 박치국, 최원준은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이고 보통은 각자 가진 능력에 연습하는 요령 정도만 조언해준다고 봐야 한다.” 조 코치의 말이다.

‘주자 견제 개선’ 박종훈, ‘구속 향상’ 이채호, ‘부상 복귀’ 박민호…인천 3각 함대 뜬다

박종훈의 몸쪽 투구에 흠칫하며 몸을 피하는 권누리 불펜포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박종훈의 몸쪽 투구에 흠칫하며 몸을 피하는 권누리 불펜포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현재 이마트야구단 캠프 명단에 포함된 잠수함 투수는 총 2명이다. 지난해 불펜 에이스였던 박민호가 손목 수술로 재활 중이고, 김주한과 최재성이 군입대하며 팀 내 잠수함 투수 숫자가 크게 줄었다. 잠수함 투수 중에선 국내 에이스 박종훈과 신예 이채호 둘만 제주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종훈은 지난 시즌 팀이 9위로 추락한 가운데서도 홀로 두 자리 승수(13승)를 거두며 로테이션을 지켰다. 평균자책(4.81)과 몇몇 세부기록은 예년보다 나빠졌지만, 2015시즌 이후 가장 높은 탈삼진율(9이닝당 7.67개)을 기록하며 발전한 부분도 있었다. 속구 구속도 평균 134.1kmh/로 131~2km/h에 머물렀던 데뷔 초기보다 향상됐다.

올 시즌엔 약점인 슬라이드 스텝을 개선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지난해 박종훈이 허용한 도루는 44개. 2014년 이후 최근 7년간 리그 투수 가운데 한 시즌 최다도루를 내줬다. 상대의 도루시도율은 22.0%에 달했고 도루허용률도 75.9%나 됐다. 상대 주자들은 박종훈 상대로 일단 1루만 밟았다 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2루로 달렸다.

이에 박종훈도 지난 시즌 후반부터 슬라이드 스텝을 조금이라도 빠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조웅천 코치는 “물론 자기 공을 던지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워낙 핸디캡이 되다 보니 개선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다. 옛날 채병용 선수처럼 슬라이드 스텝이 느려도 타이밍을 조절해서 주자를 묶는 방법도 있다. 박종훈이 여러모로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훈은 “초시계로 쟀을 때 1초 4 미만으로 줄이려고 연습 중이다. 사실 예전에는 도루저지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는데, 지난 시즌에는 너무 많은 도루를 내줘서 고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대목”이라 힘줘 말했다.

선발에 박종훈이 있다면 불펜에선 입단 4년 차 잠수함 이채호가 기대주다. 마산용마고를 졸업하고 2018년 입단한 이채호는 사이드암보다 약간 낮은 팔 각도에서 공을 던진다. 130km/h 후반대였던 속구 구속가 상무 전역 후 2~3km/h 가량 향상됐고, 변화구 구사 능력까지 갖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웅천 코치는 “이채호가 캠프 와서 잘하고 있다. 가진 자질이 워낙 좋았던 선수인데 캠프에서 많은 걸 보고 느끼면서 성장하는 모습”이라며 “체인지업 완성도를 높이고 경기 운영에 좀 더 신경 쓰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칭찬했다.

어린 투수답지 않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조 코치는 “이채호의 커브는 옆으로 흘러나가는 각도가 좋다. 또 속구와 커브 둘 다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 타자가 속구를 노릴 때 커브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좋은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손목 수술을 받은 박민호는 5월에나 실전 투구가 가능한 상황. 이에 박민호 복귀 전까지 불펜에서 잠수함 역할을 대신할 투수가 필요하다. 이채호는 “민호형이 작년 마무리캠프 때 제게 ‘5, 6월까지는 네가 해줘야 한다’고 장난처럼 얘기했다”며 “아무리 기회가 있어도 제가 잘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잘해야 기회를 살릴 수 있다는 걸 잘 안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채호는 “캠프 초반보다 몸 상태가 많이 올라왔다. 아직 1군 경험은 없지만 1군에서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남은 캠프 기간엔 체인지업을 좀 더 연마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불펜 투구를 점검하는 조웅천 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불펜 투구를 점검하는 조웅천 코치(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이채호가 성공적으로 1군에 안착하고 5월 이후 박민호까지 돌아오면, 이마트야구단은 박종훈-이채호-박민호로 이어지는 잠수함 3각 함대를 갖추게 된다. 지난해 57경기 52이닝 동안 평균자책 2.42를 기록한 박민호는 뛰어난 제구력과 무브먼트를 갖춘 A급 불펜투수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스마트해 부상 복귀 후에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조웅천 코치는 “4, 5월 우리 투수들이 전력질주하다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박민호처럼 부상에서 돌아와 힘을 보탤 투수가 있다는 건 큰 힘”이라 기대했다. 인천 앞바다에 잠수함 부대가 다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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