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올 시즌 브룩스와 멩덴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쓴다

-양현종 공백 메우고, 신인급 이의리와 김현수도 보호 효과

-4일턴에 익숙한 외국인 투수 활용해 선발진 위력 극대화

-외국인 투수 최대 68경기 등판 가능…65% 이상 승리 기대

다니엘 멩덴과 애런 브룩스(사진=엠스플뉴스)
다니엘 멩덴과 애런 브룩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대투수 양현종을 잃은 KIA 타이거즈의 해결책은 외국인 투수들이 더 자주, 더 많은 경기에 나오는 것이다. KIA가 올 시즌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을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기용한다. ‘4일턴’이 익숙한 외국인 투수들의 성향과 검증된 국내 선발이 없는 팀 상황, 신인 이의리 보호까지 두루 고려한 승부수다.

KIA는 올 시즌 ‘브룩스-멩덴-김현수-이의리-임기영’으로 선발진을 구성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은 “브룩스와 멩덴이 개막전부터 4일 휴식 로테이션을 소화한다”고 밝혔다. “시즌 중간 올림픽 휴식기까지 이렇게 간 뒤, 그때 가서 필요하면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7일 취재진과 만나 “KBO리그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기용이라는 걸 알고 있다. 낯선 모습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KBO리그에선 선발투수의 4일턴 기용이 드물었다. 지난해 댄 스트레일리(롯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KT) 등 특정 외국인 투수가 요구해 4일턴을 소화한 예는 있지만, 외국인 투수 2명을 동시에 4일턴으로 기용한 예는 흔치 않았다.

‘4일턴 익숙한 외국인 투수+이의리, 김현수 관리’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다니엘 멩덴 프로필(사진=엠스플뉴스)
다니엘 멩덴 프로필(사진=엠스플뉴스)

윌리엄스 감독이 이런 시도를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양현종의 미국 진출로 생긴 선발 공백의 최소화다. 지난해 31경기에 등판해 172.1이닝을 책임진 에이스의 빈 자리를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외국인 투수의 등판 간격을 촘촘하게 구성했다.

KIA는 ‘탈KBO급’ 투수 브룩스와 ‘브룩스급’ 새 얼굴 멩덴을 보유했지만 국내 선발진은 물음표 투성이다. 풀타임 경험이 있는 선발은 임기영 하나뿐. 이의리는 19살 신인이고 김현수도 올해가 첫 풀타임 시즌이다. 팬 사이에선 올해 KIA 경기가 승-승-패패패 패턴을 보일 거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 외국인 투수가 한 번이라도 더 자주 마운드에 오르면, 팀 승수를 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브룩스와 멩덴이 4일 턴에 최적화된 투수라는 점도 고려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그동안 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두 선수를 4일 턴으로 기용하기로 계획했다”고 밝혔다. 실제 브룩스는 미국 시절 4일턴으로 등판한 10경기에서 피안타율 0.303에 피OPS 0.881을, 5일턴 등판 시 10경기 0.328에 0.955를 각각 기록했다. 4일 휴식 후 등판 성적이 5일턴에 비해 좀 더 나았다.

멩덴의 경우엔 4일턴과 5일턴 때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4일 휴식 후 등판한 17경기에선 피안타율 0.233에 피OPS 0.668로 에이스급 투구를 보였지만 5일 턴 때는 21경기 0.256에 0.772로 피안타율과 OPS가 나빠졌다. 6일 이상 휴식 후 등판한 10경기 성적은 0.285에 0.839로 부진했다. 4일 쉬고 나왔을 때 베스트 피칭을 했다. 국내 기준으로는 무리수처럼 보일지 몰라도,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에겐 익숙한 일상이다.

기계적으로 모든 경기에서 4일 휴식 후 등판을 되풀이하는 건 아니다. 월요 휴식일 때문에 자연스럽게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경기가 나오게 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4월 한 달간 브룩스는 4경기에는 4일 휴식 후 등판, 1경기는 5일 휴식 후 등판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멩덴 역시 마찬가지로 4일턴 사이에 5일턴이 포함된다. 윌리엄스 감독은 컨디션과 상황을 봐가며 등판 간격을 조절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신인투수 이의리(사진=엠스플뉴스)
신인투수 이의리(사진=엠스플뉴스)

외국인 투수 4일턴은 올해 풀타임 선발이 처음인 이의리-김현수의 등판 간격과 몸 상태를 관리하는 목적도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신인 좌완 이의리에 관해 ‘4일 휴식 후 등판은 없다’고 선언했다. 가급적 5일 이상 휴식 후 등판, 주 1회 등판을 원칙으로 관리해줄 계획이다. 브룩스-멩덴이 4일 턴을 소화하면, 이의리와 김현수가 추가 휴식을 갖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신인 이의리가 (4일턴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충분한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계획대로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바라봤다. 또 “국내 투수들의 등판일이 하루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작년이나 그 이전에도 하루 차이 정도는 경험해본 선수들이다. 불규칙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막상 세팅해놓고 보면 그렇게 극단적이진 않았다”고 밝혔다.

브룩스-멩덴, 최대 68경기 등판 가능…65% 이상 승리 챙겨야

브룩스와 멩덴의 등판 일정을 4일턴, 5일턴으로 각각 시뮬레이션한 등판 일정.
브룩스와 멩덴의 등판 일정을 4일턴, 5일턴으로 각각 시뮬레이션한 등판 일정.

엠스플뉴스는 KIA가 144경기 전체를 ‘외국인 투수 4일턴’으로 돌린다는 전제로 브룩스와 멩덴이 최대 몇 경기에 나올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브룩스와 멩덴이 각각 34경기씩 최대 68경기에 등판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우천취소나 다른 변수 없이 시즌이 예정대로 진행될 때를 전제한다. 우천순연된 잔여경기 등판까지 포함하면 35경기에 나오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물론 브룩스-멩덴 등판일 우천순연으로 저것보다 경기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참고로 지난 시즌 4일턴을 소화한 KT 데스파이네는 시즌 34경기에 선발로 등판했다.

브룩스는 이미 KBO리그에서 검증된 최고의 외국인 투수. 위력적인 구위와 다양한 변화구, 강한 멘탈과 체력으로 지난해 미국 출국 전까지 리그를 지배했다. 올해 역시 4월 4일 첫 등판에서 두산 타선을 압도하는 피칭을 선보였다. 지난 시즌을 뛰어넘는 활약이 기대된다.

새 외국인 투수 멩덴도 6일 첫 등판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멩덴은 경기 시작부터 5회 1사까지 첫 14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아냈다. 높은 공이나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공 없이 모든 공이 존 낮은 쪽에 형성됐고, 외야로 가는 타구나 잘 맞은 타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멩덴이 오버핸드 투구폼으로 던지는 패스트볼은 완벽에 가까운 수직 회전축을 형성한다. 100%에 가까운 회전효율로 백스핀이 제대로 걸려 날아가기 때문에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나다. 타자 눈에는 마치 공이 솟아오르는 듯한 착시를 선사한다. 지난 시즌 멩덴의 속구 회전효율은 99%로 저스틴 벌랜더나 루카스 지올리토 같은 MLB 최고 에이스급 회전효율을 자랑했다.

6회 들어 키움 타선의 ‘용규놀이’ 작전에 투구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흔들렸지만, 경기 전반적으로는 뛰어난 구위와 제구력으로 현역 빅리거 출신다운 피칭을 보여준 멩덴이다. 앞으로 등판을 거듭하고 KBO리그 타자들의 성향에 적응하면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메이저리그 시절 기록만 놓고 보면 멩덴이 브룩스보다 더 뛰어났다.

지난해 KIA는 브룩스-드류 가뇽 등판 경기의 65%에서 승리를 거뒀다. 브룩스-가뇽 경기에서 33승, 나머지 투수가 나온 경기에서 40승을 거둬 시즌 73승을 기록했다. 만약 올 시즌 브룩스-멩덴 경기의 65%를 승리한다고 가정하면, KIA가 두 투수 경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승수는 최대 44승이다. 나머지 투수 경기에서 승률 0.400에 해당하는 30승만 거둬도 작년보다 많은 승리(74승)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계획이 성공하려면, 브룩스와 멩덴이 올라온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수를 챙겨야 한다. 타선이 찬스에서 착실하게 점수를 내고, 불펜이 리드를 잘 지켜야 일이 계획대로 이뤄진다. 천적 박건우 상대로 장현식을 내고, 통산 10타수 6안타를 맞은 서건창 상대로 박준표를 내는 벤치 미스도 줄여야 한다. 브룩스-멩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최소한 지난 두 경기보다는 나은 경기력과 벤치의 판단력이 필요한 KIA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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