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2021시즌 25G 치른 가운데 팀 장타율 0.310

-20세기 쌍방울·태평양·청보까지 소환해야 하는 충격적인 장타 생산 흐름

-지난해 팀 홈런 대부분 책임진 ‘터·최·나’ 동반 부진이 결정타

-황대인·이정훈·오선우 등 젊은 거포 유망주 체계적인 육성 방향성 필요

KIA는 팀 장타율과 팀 홈런 지표에서 심각한 수치 저하를 겪고 있다(사진=KIA)
KIA는 팀 장타율과 팀 홈런 지표에서 심각한 수치 저하를 겪고 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KIA 타이거즈의 장타 갈증이 시즌 초반부터 극에 달했다. 21세기에 있는 KIA의 장타력은 20세기에 존재했던 약팀들과 비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팀 장타율 0.310이라는 수치는 이게 실화인가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숫자다.

저조한 팀 장타율은 곧 팀 홈런 저하도 의미한다. 시즌 개막 뒤 25경기 동안 기록한 KIA 팀 홈런은 불과 5개(최형우 4개, 김호령 1개)다. 2021시즌 팀 홈런 1위인 NC 다이노스는 벌써 팀 42홈런으로 KIA가 기록한 팀 홈런의 8배가 넘는 홈런 고지에 올랐다.

역대 한 시즌 최소 팀 홈런 기록은 1993년 롯데 자이언츠의 팀 29홈런이다. 2021시즌 25경기를 치른 KIA는 현재 홈런 생산 흐름을 유지한다면 팀 최소 홈런 신기록의 불명예까지 얻을 수 있다. 21세기 들어 최악의 장타와 홈런 갈증을 겪는 KIA의 물 방망이 쇼는 예견된 일이었을까.


- KIA의 2021시즌 팀 장타율 0.310, 20세기 구단들을 소환해야 한다 -

올 시즌 4홈런으로 그나마 팀이 체면치레를 하게 해준 최형우는 최근 안과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과 질환으로 최근 색안경을 끼고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사진=KIA)
올 시즌 4홈런으로 그나마 팀이 체면치레를 하게 해준 최형우는 최근 안과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과 질환으로 최근 색안경을 끼고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사진=KIA)

KIA는 주중 한화 이글스와의 홈 시리즈(4월 27일~29일)에서 싹쓸이 승리로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하지만, 4월 30일부터 열린 KT WIZ와의 주말 원정 시리즈에서 KIA는 투·타 모두 부진한 경기력 끝에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화력 싸움에서 KIA는 KT 타선과 비교할 수 없는 무기력한 타격 흐름을 보여줬다. 특히 5월 1일 KT전 9회 초 무사 만루 기회를 무득점으로 놓친 건 KIA 타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KIA 팀 득점 숫자는 최하위 LG 트윈스(92득점) 다음으로 좋지 않은 97득점이다. 그만큼 득점 가뭄에 시달리는 경기가 많았다. 개막 뒤 펼친 KIA의 25경기 가운데 5득점 이상 기록한 경기는 7차례에 불과하다.

가장 심각한 타격 지표는 팀 장타력이다. 5월 3일 기준 팀 장타율(0.310)보다 팀 출루율(0.335)이 높은 팀은 KIA가 유일하다. 2021시즌 KIA 타자들 가운데 홈런을 맛본 선수는 최형우(4홈런)와 김호령(1홈런)뿐이다. 홈런 생산력이 ‘0’에 가까운 타선과 맞붙을 때 상대 투수들의 자신감은 더욱 커진다. 최근 유행하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뛰어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홈런도 KIA엔 그림의 떡이다.

역대 시즌 팀 장타율 및 타석당 홈런 수치. KIA는 아직 25경기만 치렀지만, 과거 대표적인 물 방망이 구단 기록과 비교되는 장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표=엠스플뉴스)
역대 시즌 팀 장타율 및 타석당 홈런 수치. KIA는 아직 25경기만 치렀지만, 과거 대표적인 물 방망이 구단 기록과 비교되는 장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표=엠스플뉴스)

2021시즌 KIA 팀 장타력 수치는 20세기에만 존재했던 구단의 이름까지 끌고 와야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KIA가 현재 팀 장타력을 계속 유지할 경우 관련 역대 팀 장타율 최소 수치 기록인 1993년 쌍방울 레이더스(0.301), 1993년 태평양 돌핀스(0.302) 다음으로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온다. 최약체 타선으로 꼽히는 1986년 청보 핀토스(0.322)와 1985년 MBC 청룡(0.322)보다 더 좋지 않은 KIA의 흐름이다.

홈런 생산 능력은 더 처참한 수준이다. 2021시즌 KIA의 타석당 평균 홈런 개수는 0.49개로 KBO리그 사상 가장 안 좋은 팀 홈런 생산 수치다. 담장을 넘기는 방법을 잊은 듯 심각한 타선 분위기다.


- 터·최·나 클린업 트리오 동반 침묵이 결정타, 위태로운 KIA의 2021시즌 -

터커(사진 왼쪽부터), 최형우, 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홈런 침묵이 팀 장타력 지표 하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사진=KIA)
터커(사진 왼쪽부터), 최형우, 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홈런 침묵이 팀 장타력 지표 하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사진=KIA)

2021시즌 KIA 팀 장타력과 홈런이 급감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중심 타선의 침체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터(터커)·최(최형우)·나(나지완)’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홈런 생산에서 힘을 못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터커는 32홈런·113타점, 최형우는 28홈런·115타점, 나지완은 17홈런·92타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021시즌 현재 ‘터·최·나’가 생산한 홈런은 최형우의 4홈런뿐이다. 장타력뿐만 아니라 타율을 살펴봐도 터커(0.245)와 최형우(0.200), 그리고 나지완(0.184)이 타격감을 못 끌어올리고 있다.

2020시즌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역대 최초로 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던 터커는 2021시즌 1루수 포지션 전환과 상대 전력 분석을 통한 집중 견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터커의 BABIP(인플레이 타구 안타 비율) 수치가 0.271임을 고려하면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불운도 꽤 겪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지난해 내야(42.5%)·외야(57.5%) 타구 비율과 다르게 2021시즌 내야(52.1%)·외야(47.9%) 타구 비율에서 내야 타구 비율이 늘었단 점은 터커의 장타력에 우려로 작용할 수 있다.

최형우는 4월 동안 4홈런으로 팀 내에서 유일하게 홈런 갈증을 제대로 씻어줬다. 하지만, 최형우도 전반적인 타격 침체에서 못 벗어났다.

최형우는 최근 2,000안타를 달성한 자리에서 “개막 초반부터 내가 너무 못했다. 그냥 말도 안 되게 야구를 못한 거다. 그냥 안타가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타석에 들어가 스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홈런도 완벽하게 쳤다고 말을 못 드리겠다”라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KIA에서 무조건 믿어야 할 최형우가 이 정도로 스스로 타격에 답답했을 정도면 타선의 심각성이 더 와 닿는다.

거기에 최형우는 중심장액성 맥락망막병증을 최근 겪기 시작했다. 이는 4, 50대 남성에게 자주 생기는 질환이다. 과로, 심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망막 밑에 액체가 고여서 마치 동전 크기만 한 형상이 눈 앞을 가리는 생기는 증상이 특징이다.

여기다 시력 저하, 소시증, 중심 암점, 변시증 등 각종 시력 이상을 동반해 타자 타격감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형우는 지난 주중 한화 이글스와 홈 3연전에서 3경기 11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5월 1일과 2일 수원 KT WIZ전에서도 최형우는 시력교정용 색안경을 끼고 나올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역시 무안타에 그쳤다. 이처럼 최형우마저 홈런 침묵에 빠진다면 KIA 홈런 공장은 당분간 가동을 멈출 가능성이 크다.

‘주장’ 나지완도 왼쪽 내복사근 통증으로 4월 2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주장과 예비 FA(자유계약선수)라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겹친 가운데 장타력이 급감하는 흐름이 나왔다. ‘터·최·나’가 지난해 장타력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2021년 KIA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 황대인·오선우·이정훈 등 KIA 거포 유망주 육성 계획은 제대로 잡혀 있을까 -

황대인은 최원준과 함께 KIA 구단이 꼭 키워야 할 야수 유망주다(사진=KIA)
황대인은 최원준과 함께 KIA 구단이 꼭 키워야 할 야수 유망주다(사진=KIA)

결국, 팀 장타력과 관련해 ‘미래’가 보이도록 팀 전력 구성에 신경 썼느냐는 의문의 시선도 나온다.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구단들이 어린 장타력 있는 유망주들을 1군에서 터뜨릴 동안 KIA는 장타자 육성에 있어 큰 장점을 못 발휘했다. 지난해부터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외야수 최원준은 홈런과 장타력보단 콘택트 능력이 더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황대인과 오선우, 이정훈 등 1군에서 잠시라도 거포 자질을 보여준 젊은 야수들이 1군에서 만개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터·최·나’를 이어가야 할 다음 세대 거포 유망주들이 1군에서 종적을 감춘 장면은 다소 아쉽다.

최원준과 함께 KIA에서 꼭 터져야 할 유망주인 황대인은 터커의 1루수 수비 전환으로 1군에서 입지가 매우 좁아졌다. 시즌 개막 전 타격 잠재 능력을 보여준 이정훈은 포수라는 포지션으로 제한적인 활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지명타자 자리는 최형우가 꽉 잡고 있기에 당분간 이정훈이 1군에서 자신의 타격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잡는 건 쉽지 않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당장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KIA 내부적으로 장기적으로 장타자 육성 계획이 어떻게 잡혀있는지 궁금하다. 젊은 거포 유망주 1명이라도 제대로 키워야 현재 암울한 타격 장타력 지표를 향후 개선할 수 있단 희망이라도 생긴다. 3~4년 뒤에도 거포 유망주들이 알을 못 깬다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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