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팀 홈런 수치 저하로 팀 타선 색깔 바뀌었다

-좌타자들의 발 빠른 발야구가 2021시즌 키움 타선의 콘셉트

-좌타 소총부대 한계 분명히 있어, 과거 키벤져스 홈런 군단 위압감도 필요

-김하성 이탈 및 박병호 부진이 치명타, 외국인 타자도 홈런이 부족하다

키움 팬들은 김하성과 박병호의 홈런 쇼가 그리운 2021시즌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팬들은 김하성과 박병호의 홈런 쇼가 그리운 2021시즌이 됐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이용규·김혜성·이정후·서건창·김웅빈

5월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키움 히어로즈가 내세운 선발 중심 타순은 과거 ‘키벤저스’ 시절과 큰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좌타자 위주의 소총부대로 구성됐다. 심지어 하위 타선에서도 송우현과 박주홍이 들어가면서 키움은 선발 라인업에서 좌타자만 7명이나 들어가는 포진을 선택했다.

홈런과 장타력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타순은 결국 득점력 난조를 보였다. 이날 키움은 7안타 8볼넷으로 수많은 득점권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2득점에 그치면서 2대 3으로 패했다. 3연패에 빠진 키움은 시즌 14승 18패로 좀처럼 하위권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흐름을 보였다.

과거 ‘넥벤저스’, ‘키벤저스’로 불리면서 상대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키움 강타선의 면모는 2021시즌에 찾아볼 수 없다. 홈런이 사라진 탓이다. 2021시즌 키움 타선의 타석당 홈런 비율은 1.17%다. 2020시즌(2.22%)과 2019시즌(1.98%) 같은 부문 기록을 살펴보면 두 배 가까이 팀 홈런이 줄어들었다.

화끈한 대포가 사라진 자리엔 끈질긴 소총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 끈질기게 물어 늘어지고 발 빠른 좌타자 소총 부대가 2021시즌 팀 타선의 테마다. 베테랑 이용규 영입과 새로운 키스톤 콤비인 김혜성·서건창 듀오 결성으로 선발 라인업 좌타자 비율이 확 늘었다.

비교적 힘이 떨어지지만, 발 빠른 좌타자 증가로 키움은 팀 홈런(15개)은 리그 8위에 머물렀지만, 팀 2루타(61개)와 팀 3루타(9개)는 리그 1위에 올랐다. 거기에 팀 도루(26개)도 리그 3위 수치다. 과거 홈런으로 상대를 위압했던 시절과 비교해 키움 팀 타선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발 빠른 좌타 소총 부대라는 콘셉트도 나쁘지 않지만, 전반적인 팀 타격 생산력이 안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키움은 5월 11일 기준 팀 타격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8위(3.58), 팀 wRC+(조정 득점 생산력·100이 평균 수치) 89.9로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상대 투수들도 키움 홈런 타자들에게 두려움을 떨던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 하성이도 없고, 병호도 안 맞고 -

5월 11일 1군으로 올라온 박병호가 삼진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5월 11일 1군으로 올라온 박병호가 삼진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엠스플뉴스)

우선 키움 타선을 대표하는 박병호의 부진이 치명타다. 박병호는 2021시즌 타율 0.218/ 17안타/ 4홈런에 그쳤다. 가장 많이 홈런을 생산해줘야 할 중심 타자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가 조정 기간까지 보냈다. 기술적인 문제점과 함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겹쳐 생긴 시즌 초반 박병호 부진이라고 키움 벤치는 파악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박병호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스윙이 어느 정도 올라오고 자신도 확신이 서야 한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올라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줬으면 한다. 또 시즌 초반부터 주장 자리에서 팀의 모든 걸 책임지고 끌고 가려고 하니까 역효과가 났다. 팀을 위한 플레이도 좋지만, 결국 개인 성적이 살아나야 팀도 살아난단 점을 전했다”라고 강조했다.

앞선 얘기처럼 어느 정도 박병호에게 재정비할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팀이 더블헤더 연패에 빠지자 홍 감독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5월 11일 경기를 앞두고 박병호를 콜업했다. 박병호에게 다소 생소한 7번 타순에서 박병호는 2안타 경기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물론 홈런이 하나둘 나와야 박병호에겐 부활의 징조로 여길 수 있다.

30홈런 유격수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백도 키움 타선 무게감 약화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2년 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키움은 김하성·박병호·제리 샌즈라는 홈런 생산 능력이 뛰어난 막강한 중심 타선을 앞세워 상대 마운드를 압박했다. 하지만, 김하성과 샌즈가 떠난 데다 박병호마저 홈런 생산에 힘을 못 보태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키움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 2군 재정비 시간 보내는 프레이타스, 홈런 스킬 장착 뒤 돌아올까 -

프레이타스도 홈런 생산 능력을 보여줘야 팀 타선의 무게감이 올라간다(사진=엠스플뉴스)
프레이타스도 홈런 생산 능력을 보여줘야 팀 타선의 무게감이 올라간다(사진=엠스플뉴스)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데이비드 프레이타스도 기대만큼 느낌표를 못 주고 있다. 프레이타스는 타율 0.253/ 25안타/ 1홈런/ 출루율 0.279/ 장타율 0.354를 기록 중이다. 정교함과 힘 가운데 정교함에 더 강점이 있다는 평가였지만, 타율과 출루율 수치를 본다면 그 장점마저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프레이타스의 흐름이다.

무엇보다 수비 포지션 없이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것도 프레이타스의 가장 큰 약점이다. 포수와 1루수 자리에 투입하는 것도 국내 선수들의 수비 실력이 더 낫기에 어려울 거란 시선이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의 특정 투수 등판 때마다 포수 투입을 거듭 고민하고 있다. 현재 타격 성적으로는 프레이타스를 지명타자 자리에 넣는 게 낭비일 수 있는 까닭이다.

결국, 키움 벤치는 5월 7일 프레이타스를 1군에서 말소했다. 홍원기 감독은 “프레이타스가 2년 전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는데 그때 영상을 보면서 연구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 경기 전 자신만의 훈련 루틴이 확고한 선수다. 그런 루틴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미국 무대를 경험한 선수니까 굳이 우리가 따로 불러서 이런 저런 얘길 해주는 것보단 2군에서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결국, 키움은 홈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박병호의 타격감 부활과 프레이타스의 리그 적응 및 장타력 향상이 절실하다. 2021시즌 모든 팀이 정교한 시프트를 구사하는 가운데 교타자들의 발야구만으로는 일정 부분까지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시프트를 파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홈런이다. ‘키벤저스’ 타선의 위압감이 다시 만들어지기 위해선 사라진 홈런을 찾아내는 게 절실한 키움이다.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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