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수를 2번타자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타순 구성에서도 고정관념에 도전한다.

투수 김이환을 격려하는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투수 김이환을 격려하는 최재훈(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최재훈에게 8번타순과 2번타순 중에 어느 쪽이 더 좋은지 물어봤다. 주저 없이 ‘2번’이라고 하더라.”

포수 최재훈을 2번 타자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또 한 번 파격적인 라인업을 선보였다. 한화는 5월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 상대 시즌 6차전에서 2번타자 포수로 최재훈을 기용했다. 정은원(지)-최재훈(포)-하주석(유)-노시환(1)-김민하(좌)-라이온 힐리(1)-장운호(우)-유장혁(중)-박정현(2)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다.

포수를 1번이나 2번 상위 타순에 배치하는 건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일반적으로 포수는 발이 느리고, 타격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기 때문에 공격 부담이 큰 상위타순에는 웬만해선 배치하지 않는다. 장비를 착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타석에 자주 들어섰을 때 생기는 체력 부담도 포수의 상위타선 배치를 꺼리는 원인이다.

KBO리그 역대 포수 중에 1번타자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삼성 이만수가 14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포수의 1번 혹은 2번 배치는 흔치 않다. 14일 경기에 이어 16일 또다시 포수 최재훈을 2번에 기용한 한화의 실험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경기전 취재진과 만난 수베로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최재훈이 보여준 선구안, 투수와 카운트 싸움, 인내심 있게 공을 보는 모습이 좋았다”고 밝혔다. 최재훈은 타율은 0.233로 높지 않지만 출루율이 0.364로 수준급이다. 타석당 볼넷 비율도 16.7%로 정은원에 이어 팀내 2위, 타석당 볼 비율도 40.7%로 상위권에 속한다.

“1번 정은원도 타석당 많은 공을 골라내는 선수라서 둘을 붙여놓으면 선발투수로부터 12, 13구를 끌어내 투구 수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베로 감독의 말이다.

수베로 감독은 2번 기용과 관련해 최재훈과 충분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선수와도 어제 이야기를 나눴다. ‘8번과 2번 중에 어느 쪽이 좋은가’ 묻자 선수가 고민 없이 ‘2번’이라고 하더라”며 “포수라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문제는 계속하다 보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부분”이라 했다.

수베로 감독은 당분간 ‘최재훈 2번’ 실험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얼마나 계속될지 모르지만, 앞으로 일주일 정도 이런 식으로 우리가 2번 타순에 어떤 옵션을 가질 수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으로 삼겠다”며 “그 이후에는 필요에 의해 (타순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올 시즌 2번타자로 박정현이 13경기, 장운호가 11경기, 노수광이 6경기에 출전했고 그 외 강경학(2경기), 정진호-임종찬-최재훈이 각각 1경기씩 출전했다. 타순의 연결성과 득점력 극대화를 위한 2번타순 실험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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