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상위권 유지하는 삼성 라이온즈

-투타 조화 돋보이는 가운데 유일한 약점은 키스톤 콤비

-믿었던 김상수, 이학주 부진에 백업 김지찬이 주전으로 출전…리그 최약체 전락

-2군에도 마땅한 대안 없어…김상수, 이학주 반등 외에는 답 없다

삼성 이학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삼성 이학주(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시즌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접어드는 지금까지도 삼성 라이온즈는 여전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35승 고지를 제일 먼저 밟았고, 1위와 2위 사이를 오가며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탄탄한 마운드와 호세 피렐라-오재일 합류로 강해진 타선의 힘이 강팀의 향기를 솔솔 풍기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잘 나가는 삼성도 한 가지 고민은 있다. 리그 최약체로 전락한 키스톤 콤비가 삼성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할 때마다 발목을 잡는다. 올 시즌 삼성 2루수들이 만들어낸 득점 창출력(wRC+)은 35.2로 평균(100)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유격수 자리의 생산력도 66.6으로 KIA(61.7) 다음으로 떨어진다. 유격수 자리는 수비 지표마저 리그 최악(타구처리율 83.42%)이라 더욱 답이 없다.

포수, 1루수, 외야수들이 벌어들인 공격 생산력을 키스톤 콤비가 몽땅 까먹다 보니 삼성의 팀 득점 생산력도 KIA, 한화에 이은 뒤에서 세 번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치열한 우승 경쟁에서 왼쪽 다리엔 2루수, 오른 다리엔 유격수라는 모래 주머니를 차고 뛰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믿었던 김상수-이학주 부진에 삼성 키스톤 구상 꼬였다

원래 삼성이 구상한 키스톤 콤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원래 삼성이 구상한 키스톤 콤비(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6월 17일 잠실 두산전은 삼성 키스톤 콤비의 나약한 현주소를 보여준 경기였다. 이날 삼성은 주전 2루수 김상수를 제외한 라인업을 선보였다. 김상수는 이날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안타에 17타수 연속 무안타로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다. 시즌 타율이 0.190까지 떨어진 김상수를 대신해 허삼영 감독은 강한울을 선발 2루수로 기용하고 김지찬을 유격수로 냈다.

2회말에 문제가 생겼다. 삼성은 주자 2명을 둔 상황에서 하위타선의 박계범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박계범은 지난해까지 삼성 유니폼을 입고 2루, 유격수 백업으로 활약한 선수. 오재일의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건너가 올 시즌 타율 0.259 2홈런 장타율 0.400을 치고 있다. 삼성 어느 2루수, 유격수보다도 좋은 타격 성적이다.

곧바로 유격수 김지찬의 실책이 나왔다. 2루수에게 던진 송구가 멀찍이 벗어나며 외야로 향해 추가점을 내줬다. 실책 때문에 머리속이 복잡했는지 다음 공격에선 본헤드 플레이까지 저질렀다. 1사후 안타를 치고 나간 건 좋았지만, 아웃카운트를 2아웃으로 착각한 나머지 후속타자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에 계속 달리다 1루에서 포스아웃. 공격의 흐름이 끊어졌다.

결국 삼성은 2대 6으로 완패, 잠실 두산전을 2승 1패로 마감했다. 김상수 대신 나온 강한울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김지찬은 멀티히트를 기록했지만 실책과 주루 실수로 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삼성 키스톤 콤비가 구멍이 된 건 믿었던 김상수-이학주 콤비의 부진에서 비롯했다. 김상수는 지난해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여는 듯했지만 올 시즌 극심한 타격 부진에 빠졌다. 조정 득점 창출력(wRC+)이 35.2로 리그 규정타석 타자 중에 단연 꼴찌다. 김상수 다음으로 생산력이 나쁜 KIA 박찬호의 wRC+(62.9)가 괜찮은 성적으로 보일 정도다.

우중간으로 좋은 안타를 꾸준히 만들어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강한 타구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왼쪽 방향으로 향하는 빗맞은 땅볼 비율이 높아졌다. 부담감에 마음까지 급해지면서 지난해처럼 좋은 타이밍에서 타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비에서는 어느 정도 제 몫을 하고 있지만 공격이 너무 안 되다 보니 팀 공헌도도 마이너스다.

유격수 이학주도 시즌 초반 여러 차례 임팩트가 큰 실책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해 아쉬운 성적에도 올 시즌 주전 유격수로 낙점하며 힘을 실어줬지만, 개막전부터 아쉬운 수비가 나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4월 23일 KIA전에서도 큰 실책을 저지르며 조금씩 김지찬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내주는 날이 많아졌다.

5월 8일 경기에선 9회 병살타성 타구를 놓치는 대형 실책을 저질러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5월 18일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어지럼증으로 교체됐고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삼성은 한 달째 김지찬을 주전 유격수로 쓰고 있다. 이학주는 퓨처스로 내려간 뒤 10경기에서 타율 0.367에 1홈런 6타점 장타율 0.500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선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격감이 살아나는 흐름이다. 18일 자로 2군에 내려간 지 정확히 한 달이 됐지만 아직까지 1군 콜업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주전으로 낙점한 김상수-이학주의 동반 부진에 삼성 키스톤은 강점이 아닌 약점이 됐다. 백업으로 경험을 쌓아야 할 김지찬이 주전 유격수로 나서는 건 팀에게나 개인에게나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물론 기동력과 야구 센스가 뛰어난 선수고, 2년 차 신인치고 잘하고 있는 건 맞지만 OPS 0.641의 성적은 주전 유격수로는 아쉬운 기록이다. 스무살 어린 선수가 지나치게 큰 부담과 비판적 여론 앞에 노출된 것도 안타깝다.

대안도 견제세력도 없는 삼성 키스톤 콤비, 현재는 물론 미래도 암울

2년차 신예 김지찬. 고졸 2년차 치고 잘하고 있는 건 맞지만, 주전 유격수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2년차 신예 김지찬. 고졸 2년차 치고 잘하고 있는 건 맞지만, 주전 유격수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그렇다고 2루수-유격수 자리에 마땅한 견제 세력이나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허삼영 감독은 2루-유격수 백업으로 오직 강한울 한 명만 쓰고 있는데, 강한울은 타율 0.216에 OPS 0.541로 Zips 프로젝션을 돌리면 나올 것 같은 성적을 내고 있다. 내야 백업 중에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박계범은 두산으로 떠났다. 출루 능력이 뛰어난 김호재는 센터라인 내야수가 아닌 코너 내야수로 나온다.

2군에 있는 내야수 중에 1군 주전을 위협할 만큼 공수에서 경쟁력을 갖춘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2루와 유격수가 모두 가능한 안주형은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177에 그치고 있다. 2루수 김선우도 퓨처스 타율 0.143이고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한 김재현도 0.220에 무홈런이다.

2루수-3루수 요원 양우현은 퓨처스 타율 0.235를 기록 중이고 2루수 김태수는 타율 0.278이지만 퓨처스에서도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독립리그 출신으로 유격수와 2루수가 모두 가능한 신인 김동진이 그나마 가능성 있는 2군 내야수.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신인 1차지명도 고교 유격수 지명에 사용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주전 선수들의 연령대를 생각하면, 삼성은 올 시즌부터 향후 2~3년간 윈 나우 모드로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팀이다. 그러자면 키스톤 콤비 쪽에서도 일정 수준의 공격력이 나와야 한다. 아무리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라도 자동아웃은 곤란하다. 2루와 유격수에서 최소한 평균 수준의 생산력은 발휘해야 상대 투수가 피해갈 틈 없는 주전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다.

남은 시즌 삼성이 2루수와 유격수 모래 주머니를 떼어내고, 치열한 우승 레이스에서 전력으로 달릴 수 있을까. 김상수가 부진에서 벗어나 커리어를 회복하고, 이학주가 잃어버린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찾아 1군에 돌아와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직 시즌은 절반 이상 남아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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