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이 개인 통산 100번째 도루를 달성했다. 두산 정수근에 이어 최연소 100도루 클럽 회원이 된 김혜성은 21세기 최고의 대도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키움 히어로즈 김혜성(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은 지난 15일 고척 LG전에서 의미 있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날 김혜성은 2개의 도루에 성공했다. 4회엔 적시타를 치고 나가 바로 2루를 훔쳤고, 6회에서 안타로 나간 뒤 1루주자 송우현과 함께 더블스틸에 성공했다.

이날 도루 2개를 추가한 김혜성은 시즌 24호 도루, 그리고 개인 통산 100호 도루를 동시에 달성했다. 2017년 프로 데뷔 이후 5시즌 만에, 만 22세 나이에 이룬 기록이다. 역대 KBO리그에서 만 22세 이전에 100도루를 달성한 선수는 김혜성 포함 단 5명뿐이다. 두산 정수근, NC 박민우, 삼성 김상수, 삼성 정경훈, 그리고 김혜성이다.

특히 김혜성은 정수근 다음으로 가장 어린 나이에 100도루에 도달한 선수가 됐다. 박민우, 김상수, 정경훈은 만 22세 시즌 막바지에 100번째 도루를 했다. 그러나 김혜성은 시즌 59경기 만에 100도루 고지를 밟아, 남은 시즌 결과에 따라서는 박민우(105개)를 넘어 역대 만 22세 이하 최다도루 2위도 넘볼 수 있게 됐다.

물론 김혜성 앞에는 정수근이라는 넘지 못할 4차원의 벽 같은 존재가 있다. 정수근은 1995년 만 18세 나이에 1군에 데뷔, 그해 바로 25개 도루에 성공했다. 이듬해부터 풀타임 주전을 꿰찬 정수근은 1996년 43도루를 추가한 뒤 1997년 50도루를 달성해 만 20세에 일찌감치 100도루를 넘어섰다.

김혜성 역시 2017년 만 18세 나이에 프로에 데뷔했지만, 첫해엔 팀 정책상 주로 퓨처스리그에 머물렀다. 시즌 막판 올라와 잠시 1군 무대를 밟긴 했지만 도루를 시도할 기회는 없었다. 본격적으로 도루를 시도한 건 2018시즌 만 19세부터. 김혜성은 그해 31도루를 시작으로 2019년 20도루, 지난해 25도루, 올 시즌 현재 24개 도루까지 4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해냈다.

여기서 시대적인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수근이 데뷔한 1990년대는 지금보다 투고타저에 가까운 시대였다. 홈런타자가 많지 않았고 번트와 도루 시도가 지금보다 빈번하게 이뤄졌다. 반면 최근 야구는 통계 분석이 발전하면서 도루의 가치가 과거보다 낮아졌다. 실패에 따르는 리스크가 큰 도루 시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졌다. 이제 감독들은 꼭 필요한 상황, 성공 확률이 높은 상황이 아니면 웬만해선 도루를 권장하지 않는다.

김혜성의 100도루는 도루의 가치가 역사상 가장 저평가된 시대에 만든 기록이라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김혜성은 역사상 어떤 대도보다도 뛰어난 도루 성공률을 자랑한다. 100번의 도루에 성공할 동안 실패는 단 18차례뿐. 도루성공률 84.7%로 역대 100도루 이상 선수 중에 최고의 성공률을 기록 중이다.

참고로 100도루 이상 선수 중에 80% 이상 성공률을 보인 선수는 이종범(81.9%), 조동찬(83.8%), 강명구(82.2%)와 김혜성까지 딱 4명뿐이다. 김혜성은 올 시즌 24도루에 1실패로 92.3%라는 초현실적인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정수근의 통산 도루성공률은 75.2%, 만 22세 시즌까지 성공률은 74.5%에 그쳐 김혜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김혜성은 대도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한 몸에 지닌 선수다. 빠른 발과 상대 투수의 투구폼을 캐치하는 관찰력, 뛰어난 반사 신경을 모두 갖췄다. 조재영 주루코치와의 찰떡 호흡도 많은 도루와 높은 성공률을 동시에 기록하는 비결이다.

여기에 팀 내에서 박병호 다음으로 무거운 벤치프레스를 들어 올릴 정도로 강한 근력과 체력을 자랑한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과 시즌 후반은 물론, 앞으로도 오랫동안 김혜성이 많은 도루를 성공시킬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지금 우리는 21세기 프로야구 최고의 대도를 보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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