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따른 더블헤더와 접전으로 녹초가 됐던 롯데 자이언츠가 난세 영웅들의 활약에 다시 기운을 차렸다. 6이닝 역투를 펼친 이인복, 맹타를 휘두른 김재유와 배성근 등의 ‘화이팅 스피릿’이 롯데를 위기에서 구했다.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이인복(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이인복(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고척]

잇따른 더블헤더와 접전으로 녹초가 됐던 롯데 자이언츠가 난세 영웅들의 활약에 다시 기운을 차렸다. 데뷔 최다이닝과 최다투구 수 역투를 펼친 이인복, 손아섭 대신 맹타를 휘두른 김재유, 안치홍 몫까지 맹활약한 배성근 등의 ‘화이팅 스피릿’이 롯데를 위기에서 구했다.

9월 25일 키움 히어로즈 전을 앞두고 롯데는 만신창이가 된 채 고척돔에 도착했다. 전날 인천에서 열린 SSG 상대 더블헤더에서 롯데는 도합 7시간 31분 동안 대혈투를 벌였지만 1승도 건지지 못했다. 1차전에선 3시간 27분 접전 끝에 4대 9로 졌고, 2차전도 4시간 4분 동안 난타전을 벌인 끝에 6대 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필승조 구승민-최준용-김원중은 전날 경기 연투로 이날 등판이 어려웠다. 게다가 손아섭도 복통으로 경기 출전이 어려워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2루수 안치홍도 컨디션 관리차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롯데는 신용수와 김재유로 외야와 테이블세터를 구성했고, 2루수로는 배성근을 기용했다.

롯데 선발투수는 데뷔 이후 8년간 선발승이 단 1승도 없는 이인복, 반면 키움 선발은 지난 사직 경기에서 6.1이닝 3실점 호투로 승리를 거둔 김선기가 나왔다. 모든 조건이 롯데 쪽은 불리하고 키움 쪽이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롯데는 모든 악조건을 딛고 키움에 12대 6으로 대승을 거뒀다. 선발 이인복은 프로 데뷔 후 최다이닝과 최다투구수를 책임지며 투수력이 바닥난 롯데 마운드를 지켰다. 손아섭 대신 나온 신용수와 김재유는 나란히 멀티히트로 테이블 세터 역할을 완벽하게 했고, 안치홍 대신 나온 배성근은 3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의 바람대로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승리를 이뤘다.

롯데는 1회초 공격부터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2회초에도 2사후 안중열의 2루타와 배성근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내며 2대 0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두 차례 큰 위기가 있었다. 잘 던지던 이인복이 3회말 안타 4개로 3실점해 역전을 내줬다. 롯데는 5회초 공격에서 배성근의 선두타자 볼넷을 시작으로 4득점, 다시 6대 3으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5회말 박병호에게 동점 3점포를 맞고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롯데는 6회초 공격에서 다시 리드를 되찾았다. 6회초 공격도 9번 배성근부터 공격의 물길이 열렸다. 약간의 행운이 롯데 쪽에 따랐다. 배성근의 투수쪽 직선타가 박주성의 글러브에 맞고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 내야안타가 됐다. 여기서 신용수가 6구 연속 커트 끝에 8구째를 공략해 안타를 날려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김재유가 1, 2구 번트 실패에도 쓰리번트를 시도했고 3루선상으로 굴러가는 절묘한 번트 안타가 나왔다. 키움 수비수들은 타구 처리를 포기하고 공이 파울라인 밖으로 벗어나길 기다렸지만, 공은 라인 안쪽에 머물렀다. 무사 만루 찬스.

여기서 전준우의 빗맞은 타구가 투수 글러브에 맞고 튀어 2루수 쪽으로 굴러가는 내야안타가 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롯데는 다시 8대 6으로 리드를 되찾았다.

6회말엔 이미 5회까지 89구를 던진 이인복이 다시 올라왔다. 이전까지 한 번도 6이닝을 던진 적이 없었던 이인복은 불펜이 바닥난 팀 투수진을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세 타자를 11구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정확히 100구를 던지고 6이닝을 채웠다.

구승민-최준용-김원중 없이 7회 이후를 막는 미션은 김진욱-김도규-김유영이 해결했다. 7회 김진욱이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고, 2사 만루에서 김도규가 올라와 무실점으로 불을 껐다. 김도규는 8회에도 올라와 삼진 2개 포함 무실점, 1.1이닝을 혼자 책임졌다.

고비를 넘긴 롯데는 9회초 공격에서 5안타를 몰아쳐 4점을 추가, 12대 6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여기서도 주전 대신 선발 기회를 잡은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1사 2루에서 배성근의 적시 2루타-신용수의 적시타-김재유의 적시타가 정신없이 이어졌다. 넉넉한 점수 차를 만든 롯데는 9회말 김유영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조 없이도 경기를 마무리했다.

롯데는 장단 18안타로 이번 주 들어 두 번째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했다. 캡틴 전준우가 5안타 3타점 타격쇼를 벌였고 김재유와 배성근은 각각 3안타로 손아섭-안치홍에 빙의한 듯한 타격을 선보였다. 9월 들어 붙박이 리드오프로 고정된 신용수로 멀티히트로 서튼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선발투수 이인복은 비록 6실점하긴 했지만 6이닝을 버텨내 프로 데뷔 8년 만에 첫 선발승을 거뒀다. 최고 146km/h의 빠른 투심(58구) 위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투구가 빛났다. 58구의 투심 중에 무려 47구가 스트라이크. 또 주무기 슬라이더보다는 포크볼과 커브를 집중적으로 던져 키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6이닝 투구로 지친 불펜에 휴식을 제공한 이인복(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6이닝 투구로 지친 불펜에 휴식을 제공한 이인복(사진=엠스플뉴스 배지헌 기자)

불리한 조건에서 치른 키움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롯데는 최근 2연패를 끊고 5위와 승차를 4경기로 좁혔다. 경기 후 서튼 감독은 “SSG와 계속 접전 경기를 펼쳐 선수들이 피곤할 수 있었을 텐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놀라웠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오늘 팀 사정상 불펜 투수층이 얇았는데 이인복이 6이닝을 던져줘서 이길 수 있었고, 이후 나온 투수들이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 오늘은 우리 팀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 경기였고, 선수들의 화이팅 스피릿을 느낄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시즌 첫 승과 데뷔 첫 선발승의 주인공 이인복은 “어제 더블헤더로 불펜투수 출혈이 많아, 오늘 최대한 길게 가려고 생각했다. 감독님, 코치님도 그걸 생각했는지 100구까지 생각하신 것 같다”“나름 6회든 7회든 투구수 되는 데까지 던지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올라왔는데, 투구 수만 아니면 7회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길게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은 시즌 목표로는 “계속 한 경기 한 경기 던지는 게 목표다. 한 구 한 구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음 경기에도 임할 생각이다. 앞으로 경기에서 제가 승리를 하든 못하든, 내가 던지는 날에는 팀이 무조건 이겼으면 한다”는 각오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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