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수 왕국 키움 히어로즈에는 박동원, 이지영 외에도 수비력이 뛰어난 포수 김재현도 있다. 15일 경기에서 정찬헌과 호흡을 맞춰 완봉승을 끌어낸 김재현은 “한번 경기에 나가면 모든 걸 쏟아붓는다”며 간절한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재현(사진=엠스플뉴스)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재현(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대구]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에서 포수 자원이 가장 풍족한 팀으로 통한다. 20홈런을 날린 공격형 포수 박동원이 있고, FA(프리에이전트)로 합류한 뒤 좋은 활약을 보여준 이지영도 있다. 둘 가운데 누굴 선발로 내보내도 한 경기를 안심하고 맡기는 데 모자람이 없는 선수들이다.

이에 키움은 두 선수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선발투수에 따른 맞춤형 포수 기용을 한다. 에릭 요키시와 한현희가 등판할 때는 박동원이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 정찬헌과 안우진이 등판하는 날엔 이지영이 포수를 보고 박동원은 지명타자로 나온다. 박동원, 이지영 누구와 호흡을 맞춰도 큰 차이가 없는 최원태도 있다.

워낙 두 포수의 입지가 탄탄하다 보니 3번 포수 김재현에겐 좀처럼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수비에 강점을 가진 선수로 다른 팀에 가면 충분히 2번 역할이 가능한 포수지만 키움에선 올해 35경기 출전(10경기 선발)에 그쳤다.

하지만 김재현은 환경을 탓하기보단, 드물게 출전 기회가 생길 때마다 최선을 다해 팀 승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10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김재현의 활약이 빛났다. 이날 김재현은 정찬헌과 처음으로 함께 배터리를 이뤘다. 기존 전담포수 이지영이 목에 담이 걸려 출전이 힘든 상황에서 김재현에게 오랜만의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등판에서 부진했던 정찬헌에게 변화를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날 정찬헌은 삼성을 상대로 6이닝 동안 단 3안타 볼넷 1개만 내주고 삼진은 4개를 잡는 호투를 펼쳤다. 키움이 2대 0 앞선 6회말 비로 중단된 경기가 그대로 강우콜드로 끝나면서, 정찬헌은 커리어 두 번째 완봉승을 달성했다. 제대로 맞은 장타는 6회 나온 구자욱의 2루타 하나뿐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준 정찬헌이다.

정찬헌과 찰떡 호흡을 선보인 김재현은 “찬헌이 형과 경기 전까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상대타자 성향과 볼배합 등 경기 전략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1회부터 전력투구를 하기로 했고 한 구 한 구 집중해서 받았는데 계획대로 된 것 같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15일 승리를 돌아봤다.

제한된 출전 기회가 서운하거나 서럽지는 않을까. 김재현은 “우리 팀에는 지영이형과 동원이형 등 훌륭한 포수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출장기회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을 인정한 뒤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면 실수하지 않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울 수 있도록 더욱 집중한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평소 호흡을 맞추는 투수들 외에도 우리팀 투수들에 대해 전력분석팀과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며 “경기에 나갈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항상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원기 감독도 “박동원, 이지영이 앞에 있어서 그렇지 김재현도 좋은 포수”라며 힘을 실었다. 홍 감독은 “강한 어깨와 영리한 볼배합이 제일 큰 장점이다. 상무 입대 전까지 우리 팀에서 큰 경기도 많이 경험했고, 투수들과의 관계도 좋다. 성격 면에서도 투수들을 잘 이끌 수 있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선발로 자주 못 나가는 건 미안한 부분이지만, 우리 팀에 중요한 선수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동원-이지영-김재현으로 구성된 강력한 키움 포수진의 힘은 16일 더블헤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더블헤더 1차전에는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이지영이 마스크를 쓰고 김선기와 호흡을 맞춘다. 이용규(우)-김혜성(2)-이정후(중)-윌 크레익(지)-송성문(3)-박병호(1)-변상권(좌)-이지영(포)-신준우(유)로 이어지는 라인업.

홍원기 감독은 “2차전에는 박동원이 포수로 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이날 1군 엔트리에 복귀한 한현희와 호흡을 맞춘다. 3경기에서 3명의 각기 다른 포수를 기용할 수 있는 팀, 주전 외의 포수가 선발로 나가도 불안하지 않은 팀, 다른 팀들이 키움 포수진을 부러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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